사회적 경제로 제주의 희망을 키우자 12. 사회적기업 천년누리 전주빵카페

전주시청 인근에 노란간판을 단 '천년누리 전주빵카페'는 국내산 재료를 사용하면서 어르신들의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 김용현 기자

비빔빵 떡갈비빵 등 전주음식 활용 빵제품 개발
우리밀 등 국내산 재료 사용해 건강한 빵 만들어
자동화 대신 어르신 일자리 늘리며 수작업 고수 

우리나라는 프랜차이즈형 대기업이 제빵시장을 장악하면서 동네빵집은 설자리를 잃고 있다. 이런 어려운 상황속에서도 독자적인 브랜드의 빵을 만들고 시장을 확대해나가는 지역빵집이 있다. 전주시 대표 사회적기업인 '천년누리 전주빵카페'가 최근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전주빵카페는 수익을 최우선으로 내세우지 않고, 우리밀을 비롯한 국내산 재료를 사용하면서 어르신들의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


△전주의 지역특색 빵에 담다

전주시청 인근에 노란간판의 '천년누리 전주빵카페'라는 간판이 내걸린 빵집이 있다. 겉모습으로는 여느 동네빵집과 비슷하지만 이곳은 전주는 물론 전국에서도 유명세를 타고 있는 지역의 명물이다.

전주 한옥마을과 1㎞이상 떨어져 있고, 구도심이라 유동인구가 상대적으로 적은 지역에 있지만 전주빵카페에서는 손님들로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전주빵카페는 전주비빔빵을 개발하면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전주의 대표음식인 비빔밥의 맛을 그대로 빵에 담았고, 여기에 신선도와 바삭한 식감을 유지하기 위한 독창적인 비법도 개발했다.

전주비빔빵은 돼지고기, 콩나물, 표고버섯, 당근 등 비빔밥의 고명으로 쓰이는 15가지 재료를 무농약 고추장으로 버무려 우리밀로 만든 빵이다. 비빔밥 향이 나면서 아삭하고 쫄깃한 식감 때문에 큰 호응을 얻고 있는 것이다.

전주비밤빵이 탄생하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빵에 비빔밥의 맛을 담아내기 위해서는 수분이 많은 야채를 빵 속에 담아야 하는데 터지기 일쑤였고, 눅눅해진 빵의 식감 때문에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을 수 있었다. 

6개월에 걸친 12번의 시행착오 끝에 현재의 고추장 소스 개발에 성공했고, 빵의 식감 문제도 '32시간 저온 숙성 우리밀 반죽'으로 해결했다. 

사회적기업인 전주빵카페는 밀을 비롯해 모든 재료를 친환경 국내산 재료를 사용하고 있다. 수입산 재료를 사용한 경우와 비교해 비용이 늘 수밖에 없지만 가격보다는 건강한 빵을 만들고, 우리 농산물 판매에 기여하고 있다. 

특히 프랜차이즈형 대기업과 똑같은 방식의 빵제품으로는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고 판단해, 독창적인 빵을 개발했다. 이와 동시에 '속이 편한 빵' '야채가 많이 들어간 건강빵' 등 품질로 승부를 했다.

전주빵카페는 비빔빵을 시작으로 전주떡갈비빵도 선보이고 있다. 전주의 또 다른 대표음식인 떡갈비를 빵브랜드로 개발한 것이다. 특히 야채를 좋아하는 소비자는 비빔빵으로, 고기를 좋아하시는 소비자는 떡갈비빵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제품을 다양화시켰다.

기계로 많은 빵을 찍어내기보다는 직원들의 정성이 담긴 빵을 내놓고 있다.

△어르신 일자리 창출 한 몫

사회적기업인 전주빵카페는 단순히 빵을 만들어 돈을 버는 곳과는 엄연히 다르다. 수익을 다소 낮추더라도 '어르신들의 일자리'를 최대한 창출하고 있는 것이다. 

'빵을 팔기 위해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고용하기 위해 빵을 판다'는 미국의 대표 사회적기업인 '루비콘 프로그램스(RUBICON PROGRAMS)'을 그대로 실천하고 있다.

전주빵카페는 (사)'나누는 사람들'의 노인일자리 사업단이 보건복지부 고령자친화기업 공모사업에 선정됐고, 다음해에는 SK이노베이션의 '사회적경제 지원사업'을 통해 창업 자금 1억5000만원을 지원받아 매장을 내기도 했다.

현재 천년누리에서 근무하는 직원은 30명으로 프랜차이즈형 대기업 빵집보다도 채용인력이 월등히 많다. 또한 지역빵집의 규모와 비교해서도 채용인력이 매우 많은 편이다.

특히 전주빵카페는 노인, 장애인, 다문화 여성 등 전주시내 취약 계층 25명을 채용하고 있다.

현재 직원들 중 가장 나이가 많은 분은 75세 할머니를 비롯해 직원들의 평균 연령이 65세다.
전주빵카페는 2년 전만 해도 직원 4명에 월 매출 500만원이었지만 현재 30명을 고용하며 매월 인건비로만 5000만원 이상을 지출하는 전주시 대표기업으로 성장했다. 

전주빵카페 설립초기에는 장사가 되지 않아 어려움도 겪었고, 초창기인 2013년 만해도 월매출이 500만원을 넘지 못했다. 

재료비와 임차료를 빼고, 직원월급을 주고 나면 마이너스가 되기 일쑤였다. 하지만 전주빵카페는 신념을 잃지 않고 새로운 빵제품 개발에 주력하면서 사회공헌을 위해 많은 노력을 쏟았다.
특히 일자리가 늘리겠다는 설립 취지를 지키기 위해 최근 판매량증가에도 자동화 설비를 추가로 도입하지 않고 오히려 인력을 늘렸다. 기계에 의존하면 일자리는 줄기 때문에 수작업을 고집하고, 그만큼 품질을 높여 '비싸도 반드시 먹을 수밖에 없는 빵'을 만들어 사회적경제를 실현하고 있다. 

[인터뷰] 장윤영 천년누리 전주빵카페 대표

"이윤을 남기려 빵을 만드는 게 아니라 어르신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빵을 만듭니다. 기계로 많은 빵을 찍어내기 보다는 어르신들이 정성을 담아 선보인 빵을 내놓는 것이 더욱 보람이 됩니다"

장윤영 천년누리 전주빵카페 대표는 "오래전부터 사회복지 현장에서 일하다 보니 고령자 등 취약계층의 빈곤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일자리를 통한 자립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이 때문에 사회적기업으로 운영하면서 일자리 창출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사회적기업 제품은 일반기업과 가격으로 동등하게 경쟁할 수 없고, 동정심 마케팅은 오래가지 않기 때문에 품질로 승부를 해야 한다"며 "특히 대기업이 장악한 제빵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독창적이고 고품격의 빵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했다"고 밝혔다.

이에 장 대표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전주비빔빵과 전주떡갈비빵을 비롯해 우리밀로 만든 건강하고 맛있는 빵 개발에 혼신을 다했다"며 "비빔빵과 떡갈비빵이 소비자로부터 호응을 얻으면서 사업규모를 확장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는 "빵 판매량이 급격히 늘었지만 수익을 남길 사이도 없이 고용을 늘리면서 실제 이익 크지 않다"며 "돈을 벌기 위한 목적이었다면 자동화설비를 확장해 인건비를 줄이는 것이 맞지만 사회적경제 실현이라는 설립취지에 어긋나기 때문에 지양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인공지능과 자동화가 발전할수록 자본을 가진 대기업은 고용을 감축할 수밖에 없어 그만큼 일자리를 잃게 된다"며 ""좀 느리고 미련해 보이지만 자동화 대신 여러 명이 조금씩 나눠 벌고 행복하게 일하는 사회적기업이 결국 좋은 일자리의 대안이다"고 밝혔다. 

특히 장 대표는 "설립초기 4~5명에 불과했던 작은 빵집이었지만 30명을 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며 "하지만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내년말까지 직원을 100명까지 늘리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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