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기 행정자치부 장관의 초도방문이 지난 16일에 있었다. 우리가 최 장관의 방문을 거론하고 있는 것은 행자부 장관이 지방행정에 미치는 영향때문이다. 과거 내무부와 총무처를 합친 행자부는 지방자치제가 실시되면서 권한이 이전보다 덜해졌다고 하지만 아직도 예산과 인사라는 절대적인 힘을 쥐고 있는 부처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 최 장관의 초도방문은 도민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더구나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들은 열악한 재정으로 한 푼이라도 더 국고지원을 확보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어서 예산권을 쥐고 있는 행자부 장관의 말 한마디에 희비가 갈리게 된다. 특히 제주지역은 월드컵 경기장 건설을 비롯해서 제주국제컨벤션센터 건설·섬문화축제 개최 등 대규모 예산지원이 필요한 대형 사업들이 재원난에 허덕이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최 장관은 제주지역의 어느 현안사업에 대해서도 확실한 지원을 약속하지 않고 돌아갔다.

최 장관은 내년까지 160억원이 투자돼야할 세계섬문화축제와 200억원이 소요되는 감귤복합가공단지에 대해 그 추진과정을 살펴보면서 교부세를 일부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부채가 5000억원에 이르고 있는 해외채 건설 도로사업에 대한 양여금 지원은 신중히 검토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최 장관은 이처럼 세계섬문화축제와 감귤복합가공단지 시설사업에 대한 교부세 부분지원 약속말고는 의례적인 ‘검토’로 끝냈다. 물론 장관의 입장에서야 쉽게 약속하기 어려운 사정은 있다고 본다. 하지만 일년 예산보다 더 많은 부채를 안고 있는 제주도로서는 산적한 사업들을 정부의 찔끔 지원만으로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형편이다. 사실 제주도가 추진하고 있는 컨벤션센터와 세계섬문화축제 그리고 감귤복합가공공장 월드컵축구경기장은 국가재산이나 다름없는 기반시설이라는 점에서 볼 때 정부의 절대적인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최 장관은 빚을 갚기 위해 또다시 부채를 안을 수 밖에 없는 열악한 제주지역의 재정상태를 바로 헤아려주길 당부한다.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되풀이 되고 있는 현재의 국고지원형태로선 제주지역 현안들의 해결은 정말 난망한 상태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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