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청년 행복시대 제주가 먼저 <1> 프롤로그

청년실태조사 결과 '행복하다' 46% 불과...불만해소 집중
올해 5개년 기본계획 시작...자립지원 등 수요자 중심 요구

우리나라 경제가 2년 연속 3%대 성장을 이뤄 1인당 국민소득도 내년 3만달러 시대를 맞을 전망이다. 1990년 1만 달러 돌파 후 28년, 2007년 2만 달러 진입후 11년만이다. 하지만 1인당 국민소득이 높아진 만큼 국가 전체의 부(富)가 커졌는데도 국민의 삶은 더 팍팍해지고 있다. 특히 청년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까지 겹쳐 20년 전, 30년 전보다 더 힘든 시기를 맞고 있다. 소득의 양극화와 일상화된 저성장 기조에 따른 고용 불안은 청년들에게 고민을 강요한다. 이에 제민일보는 올해 주제인 '더 큰 제주, 통합으로' 프로젝트로 제주 청년들의 삶과 고민을 들여다보고 건강한 사회 통합을 꾀한다. 

제주 청년들의 고민은?

제주 청년들의 고민은 제주특별자치도가 청년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방향을 마련하기 위해 2017년 4월부터 실시해 10월 26일 발표한 '제주 청년 종합 실태조사' 결과에서 가감없이 드러난다. 

실태조사는 그룹별 심층면접 결과를 거쳐 7개 영역 69개 문항으로 구성된 설문지를 만들어 도내 거주 만 19~34세 청년 1000명을 대상으로 연령, 지역별, 성별, 경제상황별 특성을 반영해 이뤄졌다. 7개 영역은 △소득·재무상황 △주거·교통 △문화·여가 △교류 및 관계 △삶의 가치관·정체성 △고용·일자리 △청년정책 인식 등이다. 

결과는 대부분 청년정책 영역에서 '불만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건강 분야를 제외하고는 소득 지출 부채 자산, 교육, 고용환경, 근무여건, 여가 문화생활, 결혼 및 가정생활/일 가정 양립, 주거여건, 대중교통, 복지서비스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불만족 비율이 높았다.
불만족 비율은 대중교통(47.2%), 주거여건(44.2%), 여가 문화생활(42.5%), 고용환경(40.9%), 근무여건(38.3%), 교육(35.8%) 순이다. 

풀어보면 제주 청년들은 버스로 원하는 곳에 가는데 불편을 겪고 있고, 부동산 호황에 따른 집값 상승으로 주거에도 부담을 느끼고 있으며, 여가와 문화생활을 즐기려고 해도 인프라가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다. 또 양질의 일자리 부족으로 고용환경이나 근무여건에 불만을 느끼고 있고, 원하는 교육을 제대로 받기도 힘든 상황이다.

주거·교통·여가·고용 "다 힘들다"

제주청년들이 겪는 어려움은 분야별로 다양하게 나타났다.

대중교통을 보면 제주청년들은 주로 시내버스(49.2%)를 이용하지만 자가용도 37.9%로 높은 편이다. 이는 대중교통이 불편하기 때문(61.6%)으로 나타나 개선이 시급하다.

주거생활의 어려움은 월세·관리비 부담이 20.7%로 가장 높았고 교통불편 13.3%, 매입금·보증금·전세금 부담 12.6%, 주차문제 12.3% 등 주로 주거비 부담을 호소했다. 이로 인해 부모 명의 집에 사는 경우가 53.8%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본인·배우자 명의 집에 사는 경우는 7.1%에 그쳤다. 그외 전세 7.5%, 월세·반전세 14.7%, 사글세·연세 14.1% 등이다. 특히 부모로부터 독립하지 못한 '캥거루족'은 57.4%로 나타났다.

주거관련 청년 지원 정책중 1순위로 꼽은 것도 '청년들을 위한 보증금·전세금·월세 지원'이었다. 2순위는 행복주택 등 공공주택 공급 확대(29.1%), 3순위는 청년대상 전세임대 확대(16.0%)였다. 특히 삶의 기본인 의식주에서 '주'(住)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청년문제 해결도 요원하다는 점에서 주거비 지원이 절실하다.

여가문화 활동이 어려운 이유는 여유시간 부족(27.0%), 비용부담(23.9%), 콘텐츠 부족(19.4%), 여가공간·인프라 부족 7.8% 등으로 나타났고, 필요한 정책으로는 다양한 문화·취미생활 프로그램 개설 29.8%, 청년 여가활동비 지원 29.2%, 생활권 중심 청년활동공간 조성 11.2%, 청년 문화창작·기획자 양성 8.4% 등을 꼽았다.

그러면 종합적인 행복도는 어떨까. 제주 청년들은 과연 행복할까.

현재 삶에 대한 행복정도를 묻는 질문에 '행복하다'(40.8%) 또는 '매우 행복하다'(6.1%)고 답한 비율은 1000명중 46.9%로 절반 이하였다. '보통'이라는 응답이 45.3%로 가장 많았고, '불행하다'(6.5%)와 '매우 불행하다'(1.3%)는 응답도 7.8%에 달했다. 이 비율에 2016년말 기준 제주청년(만 19~34세) 12만4000여명을 대입해보면 스스로 '불행하다'고 느끼는 청년은 9600여명이나 된다. 

'제주가 자신의 능력을 펼칠 수 있는 곳인가'라는 질문에는 부정적 응답이 29.7%로 긍정 응답 26.3%보다 오히려 높았다.

제주청년정책은 이들이 삶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도록, 또한 제주가 자신의 능력을 펼칠 수 있는 곳이 되도록 이끌어야 한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올해 청년정책 어떻게 바뀌나

청년의 위기는 곧 가족의 위기이자 사회의 위기라는 점에서 제주특별자치도의 청년 정책도 달라져야 한다. 

지금까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일자리 지원에 치중했지만 앞으로는 제주 청년 종합 실태조사에서 나타난 청년들의 다양한 불만을 해소하는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

2016년 제정된 제주특별자치도 청년 기본조례에 따라 실태조사와 제주도 청년정책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완성단계에 이른 '청년정책 기본계획'이 그 시작이다.

올해부터 2022년까지 향후 5년간 추진할 청년정책 기본계획은 제주 청년들에게 필요한 청년정책의 핵심 영역을 △소득 △자립 △참여 및 활동 △문화 및 여가 등 4개 분야 62개 과제을 담고 있다. 5년간 투자되는 예산은 1443억원이다.

세부 사업중 지난해 제주 청년단체에서 지속적으로 필요성을 제기해온 '청년수당'과 제주형 재형저축, 행복주택 공급 확대 등이 반영된 점이 눈에 띈다.

이를 포함해 소득 분야에는 청년 일자리와 고용의 질 향상을 위해 청년 희망 프로젝트, 일자리 미스매칭 해소를 위한 청년 맞춤형 인력 양성 사업, 일하는 청년 보금자리 지원사업 등을 추진한다.

자립 분야는 청년의 안정적인 생활을 유지하도록 인재양성 교육 및 구직 활동을 위한 자기개발비, 학자금 대출 이자와 학자금 대출 신용불량자 부채지원 등 사회 진출까지 기간을 안정적으로 지원하는데 집중한다.

참여 및 활동 분야는 청년이 다양한 활동을 통해 자아 성장뿐만 아니라 시민의식을 제고해 나가도록 청년 활동 공간 지원, 청년센터 운영을 통한 청년활동 활성화, 국내외 청년 및 단체의 교류를 추진한다. 문화 및 여가분야에는 문화예술가에 대한 창작활동 지원을 강화한다.

김관현 제주특별자치도 평생교육과 청년정책담당

"지난해 청년분야 정책 예산 중 59.2%가 일자리 분야에 집중됐다. 올해부터는 공급자 중심 정책에서 탈피해 도내 청년들의 특성에 따라 분야별로 유형화하고 세밀하게 접근해 청년들이 겪는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해 나가겠다"

김관현 제주특별자치도 평생교육과 청년정책담당은 올해부터 5년간 추진되는 제주 청년 정책의 방향을 이같이 설명했다.

김 담당은 "청년문제는 개인적 차원에서는 사회로부터의 고립화와 자존감 하락, 지역적 차원에서는 우수 인재 유출로 인한 지역의 지속가능성 저해, 국가적 차원으로는 청년세대 전반의 역량 손실로 인한 국가 발전가능성 저해라는 문제로 이어진다"며 "지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지역적 특성을 반영한 '청년정책 기본계획'을 통해 제주청년의 활동과 자립을 근본적으로 독려함으로써 지역공동체 내 안착할 수 있는 종합적 지원체계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지난해 제기됐던 청년수당에 해당하는 자기개발비 지원 올해 하반기부터 실시한다는 목표"라며 "사회보장기본법에 따라 지난 달 보건복지부와 협의를 마쳤고, 올해 상반기에 제주도 청년기본조례 개정 등 관련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담당은 또 "목돈 마련을 위한 제주형 재형저축은 도내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청년들이 가입할 경우 기업에 대해 5년간 1명당 월 25만원씩 200명을 지원할 계획이며, 일하는 청년 보금자리 지원으로 근로자 1인당 월 30만원까지 150명을 지원한다"며 "젊은 계층의 주거안정을 위해 행복주택과 신혼부부 주택전세자금 대출이자 지원, 공공임대주택 임차보증금 지원, 제주 쉐어하우스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15일 제주시 일도2동에 마련된 제주청년센터의 역할도 강조했다.

김 담당은 "청년센터는 행정과 청년을 이어주는 중간조직이자 청년들의 목소리를 듣는 허브로, 현재 제주도가 맡고 있는 청년 업무중 일정 부분을 청년센터로 이관할 계획"이라며 "청년다락 운영, 청춘열기 사업, 근로기준법 등 교육 및 역량 강화를 비롯해 부서별로 흩어진 청년관련 정책 정보를 총괄하는 온라인 플랫폼 역할도 하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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