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화 해소와 균형 발전…지역 고유 회복력 주목

옛 제주대학교 병원을 리모델링하여 마련한 '예술공간 이아'는 원도심에서 이루어지는 도시 재생 사업의 대표 사례 중 하나다.

새정부 출범 후 뜨거운 이슈 재생 용어 함의 부족 한계
개발 기대 이면 제로섬 게임, 복제·획일화 등 사회 문제

문화 연계' '주민 역량' 핵심 키워드…'살고 싶은' 목표로

새 정부 출범 이후 '도시재생 뉴딜 사업'은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다. 1년에 10조원씩 총 5년간 50조원을 투입해 추진한다는 계획을 제외하고 낙후된 지역을 개발해 살리겠다는 구상은 늘 있어왔다.

'재생'이란 용어의 해석에 있어 재개발·개건축 측면의 접근은 이미 수차례 실패를 학습했다. 도시가 원래 가지고 있는 '회복'력과 지역 고유성, 다양성을 살려야 양극화라는 함정을 피할 수 있다는 점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사업 유치에 집중했던 것에서 벗어나 성공적 안착과 지속가능성을 유지하는 것으로 살아있는 도시(마을)을 만들기 위한 지역적 대안을 전문가 자문과 다양한 사례를 통해 모색해 본다.

△지역별 이해 상충 등 문제 양산

도시재생에 다양한 시도가 있었다. 그중 하나인 수도권정비계획은 '수도권을 억제해 지방이 반사적으로 이익을 얻는 제로섬' 방식을 택했다. 기업도시와 혁신도시라는 이름으로 일자리를 만들고 신도심을 통해 생활여건을 개선했지만 이전한 기관들이 있던 지역의 공동화와 이전 지역의 구도심 쇠퇴 등의 부작용을 막지 못했다.

제주에서도 문화관련 도시재생 연관 사업만 20개 넘게 진행하고 있다. 사실 이 과정에서 지역별 이해 상충과 공동체 내부 갈등, 양극화로 인한 부작용 등이 사회문제로 불거지기도 했다.
문제의 중심에 기획력이나 추진력이 아닌 방향 설정에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전문가들은 지역 차원에서 '도시재생'의 함의를 분명히 하고 동력을 만들 것을 주문한다. 다른 사업들처럼 지역에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새로운 장치를 만들거나 낡은 것을 아예 새것으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쓸모를 부여하는 것으로 '지역 스스로 발전할 수 있는 힘을 갖게 한다'는 정의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서는 도시와 이를 구성하는 생태계에 대한 사전 이해가 필요하다.

서귀포 관광극장 일대.

△ 지속가능 위한 유지·유인력

골목길 경제학자인 모종린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와 유현준 홍익대 건축학과 교수의 접근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모 교수는 '듀플리케이션'을, 유 교수는 '속도'를 경계한다. 표현이 다를 뿐 같은 말이다. 도시재생 차원에서 접근할 때 충분히 수긍이 간다.

표현이 다를 뿐 같은 말이다.

모 교수는 대량생산 대량소비,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기술근본주의의 늪에 빠져 있는 현실에서 획일적 도시모델을 강요하는 듀플리케이션(Duplication, 복제화)는 쇠퇴를 가속화할 수 있음을 경계한다. 획일화되지 않은 개성, 삶의 질, 다양성 같은 요소들이 사람을 끌 수 있음을 강조한다.

유 교수도 도시화로 양산된 기형적인 자동차 도로 확장이 도시의 생명력을 약하게 하고 있다고 꼬집는다. 이벤트지수라 칭하는 '걷고 싶은 거리'론이다.

보기 좋은 거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많은 이벤트가 일어나고 어떤 것을 볼 수 있는지, 어떤 자연환경이 있는지에 따라 사람이 모인다고 말한다.

지역의 힘을 확인하고 공유할 수 있는 장치인 '사람'을 유지하는 것은 물론 끌어들여야 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인구 성장세가 둔화된 상황에서 인구를 빼앗기는 지역은 쇠퇴할 수밖에 없는 '제로섬 게임'을 도시재생이라 할 수는 없다.

그런 측면에서 도시재생은 융·복합 사업이어야 한다. 건축뿐만 아니라, 주민 삶을 만족시키기 위한 각종 문화·복지 시설 확충, 사회적 기업 육성, 안전을 위한 범죄예방 설계 등 다양한 분야를 포함해야 한다. 도시재생사업은 마을의 돌봄, 교육, 주거, 안전 등 쇠퇴한 기능을 회복하기 위한 사업이기 때문이다. 

△ 미래도시 구상 포함해야

완만한 젠트리피케이션은 어떤 방법으로도 막을 수 없는 자연스런 사회현상이다. 양극화의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지역 중심의 '고유성'과 '다양성'을 살려야 한다. 지역 고유성은 쉽게 다른 지역으로 이식되지 않아 양극화도 전이되지 않는다.

이번 기획을 통해 도시재생의 해법으로 '지역력'을 내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금까지 여러 공모사업에서 확인했지만 도시재생의 핵심 키워드는 '문화 연계'와 '주민 역량'이다. 사업을 시작하기도 전에 '땅값 상승'이란 부작용이 먼저 나타난 경우가 숱한데다 공동체 분열이란 홍역을 겪었던 학습 효과까지 감안해야 한다.

도시를 살아있는 유기체로 볼 때 자연과 마찬가지로 복원과 재생 등 다양한 형태로 재기할 여지가 있다. 필요한 것은 그럴 수 있는 환경이지 거창한 사업 구상이나 대규모 주택단지 유치 같은 계획이 아니라는 얘기다.

투자에 따른 이윤 창출 구조로는 도시재생사업은 어떤 수단을 쓰더라도 '양극화'라는 답을 만들 수밖에 없다. 고령화와 원도심 공동화에 이어 각종 개발 역풍에 빠져 있는 제주 입장에서는 주민 참여나 지역 기여도에 대한 고민은 물론이고 지역의 자생능력, '지역력'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불가결하다.

민군복합형 미항이나 제2공항 건설 등 대형 국책사업으로 인해 겪었던 지역갈등의 상처가 쉽게 낫지 않는 이유도 '지역력' 부재에 있다. 공간 해석의 확장과 라이프스타일 변화 등 미래 도시에 대한 관심도 필요하다. 취재팀=고 미 부국장 대우 문화부장·한 권 사회경제부 차장 대우 

* 본 기획물은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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