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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민탑] 제주 청년의 꿈 빼앗은 공공기관 채용비리강경희 논설위원
강경희 기자
입력 2018-07-03 (화) 14:45:05 | 승인 2018-07-03 (화) 14:46:45 | 최종수정 2018-07-03 (화) 14:46:37

#'편법과 반칙' 얼룩진 공기업

우리사회에서 공직 등 공공부문에 대한 취업 선호현상은 절대적이다. 이는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2017년 대학 진로교육 현황조사 결과'에서도 단적으로 나타난다. 취업 희망 1순위로 4년제 대학생의 23.6%가 '공무원과 교사'를, 20.0%는 '공공기관·공기업'을 꼽은 것이다. 5명 중 2명 이상(43.6%)이 공공부문 취업을 원하고 있다는 말이다.

대학생 등 청년들이 공무원이나 공공기관·공기업 등 공공부문 취업에 매달리는 것은 좋은 일자리에 대한 갈망이다. 지난해 20대 비정규직 비율이 32.8%에 달할 정도로 고용이 불안한 현실에서 공공부문은 정년이 보장되는 안정적인 직장인데다 임금수준도 나쁘지 않다. 이에 더해 공공부문은 공정할 것이라는 믿음이다. 학벌이나 지역, 연고 등 어떤 '뒷배'가 없이도 노력과 공정한 경쟁을 통해 일자리를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다. 

타지역에 비해 좋은 일자리가 부족한 탓에 제주지역에서도 공공부문 취업은 당연히 선망의 대상이다. 그런데 최근 제주도 산하 지방공공기관에 대한 제주도감사위원회의 채용비리 특정감사 결과는 참으로 씁쓸하다. 수년간 거의 모든 공공기관에서 부적정한 인사·채용업무가 만연하면서 채용비리가 없는 곳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도감사위가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도 출자·출연기관 17곳 중 채용실적이 없는 2곳을 제외한 15곳의 인사·채용업무에 대한 특정감사에서 적발한 위반사항은 42건이다. 이와 관련해 도감사위는 신분상 조치 29명, 5명을 징계해 줄 것을 도에 요구했다. 또 6건은 수사기관에서 별도로 수사가 진행 중이다. 이들 15개 기관에서 5년간 채용한 인원은 모두 1807명(정원 외 채용 202명 포함)이다. 

채용비리 형태도 갖가지였다. 제주개발공사는 외국어 능통자를 뽑으면서 능력평가에서 '하' 등급을 받은 지원자를 합격시키는가 하면 관련 업무 경력을 확인할 수 없는데도 이를 인정해 서류전형을 통과시키고 채용했다. 제주관광공사는 합격자가 없다는 이유로 다른 직무분야에서 탈락한 3명에게 지원 서류를 내도록 해 이들을 임용했다. 제주테크노파크는 아예 자격 기준에 미달되거나 경력이 기준에 부합해도 면접으로 뽑았고, 제주에너지공사는 고교 졸업생을 청년인턴으로 모집하면서 대학교 4학년 재학생을 채용하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제주경제통상진흥원은 경력경쟁 방식이라고 하면서도 '제주도청 중소기업 업무 관련 3년 이상 재직자'로 한정해 다른 유관기관 등 근무 경력자의 응시를 제한했다. 제주문화예술재단은 일반직 8급 직원을 채용하면서 2등을 떨어뜨리고 8등을 서류전형으로 합격시켰다. 제주국제컨벤션센터는 인사권자의 의사에 따라 채용기준이 달라 채용절차가 일관성 있게 이뤄지지 않는가 하면, 제주도체육회는 26차례의 채용공고 중 23차례를 해당기관 홈페이지에만 게시해 제한적으로 채용공고를 실시했다.

감사 결과는 수년간 공공기관들의 입맛대로, 주먹구구식 채용이 만연해 있었음을 보여준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이처럼 도내 공공기관의 채용비리가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공식적으로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지는 곳이 없다. 이들 기관을 관리·감독할 책임이 있는 제주도도 마찬가지다. 사실 도내 공공기관의 채용잡음은 이번만이 아니다. 그때마다 근절책을 내놓아도 미봉책에 불과하다. 여론이 잠잠해지면 곧 흐지부지되곤 한다. 이번에도 또 그렇게 어물쩍 넘어가려고 해서는 곤란하다.

#'감독 부실' 제주도 책임론 대두

공공기관의 생명은 공정성과 투명성에 있다. 하지만 채용에 편법과 반칙이 판치면서 청년들은 도전도 해보기 전에 좌절과 배신감을 느낄 것이다.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에 대한 가치와 신뢰를 무너트리는 것은 물론이다. 비리 연루자에 대해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강도 높은 처벌은 마땅하다. 제주도는 공공기관 관리·감독 강화와 함께 채용비리 근절을 위한 확실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강경희 기자  redtiger12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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