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희 논설위원

"호시절 끝났다" 여론 팽배
규제 정책부터 손질해야

제주지역경제가 심상치않다. 지난 몇년간 호황을 보이던 주요경제지표가 일제히 악화되면서 곳곳에서 경고등이 켜지고 있는 것이다. 1차산업과 함께 제주경제의 중요한 버팀목인 건설·관광업의 침체로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경제성장률이 큰폭으로 둔화되는 것은 물론 고용률 하락, 가계부채 증가 등 지역경제가 전반적으로 위축되고 있다. "호시절이 끝났다"는 여론이 팽배한 가운데 장기침체에 대한 걱정도 크다.

제주경제의 위기는 급락한 경제성장률이 단적으로 보여준다. 제주도 등에 따르면 2013년(5.1%) 이후 꾸준히 상승한 제주지역 경제성장률은 2016년 7.3%로 정점을 찍으면서 전국 1위를 기록했지만 지난해에는 4.8%로 떨어졌다. 제주연구원은 올해도 당초 전망치 4.5%보다 하향한 4.2%로 조정했다. 전국 평균보다는 여전히 높지만 급격한 하락세라는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경제성장률 하락은 건설경기 침체의 영향이 크다. 투자유치와 인구 유입으로 2015년(21.4%)과 2016년(21.1%) 폭발적인 성장률을 기록한 도내 건설업은 지난해부터 주춤하기 시작하면서 건설수주액은 7333억원으로 2016년 1조2641억원에 비해 42% 줄었다. 올해 역시 상반기 수주액이 3318억원에 그치는 등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미분양주택도 늘었다. 2016년 271호에 불과하던 것이 2017년 1271호로 1000호로 급증한데 이어 올해 상반기도 1298호에 달한다.

건설업과 함께 제주경제 호황기를 이끌던 관광산업도 암울하다. 지난해 3월부터 본격화된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여파로 중국인이 급감하면서 외국인 관광객 감소세가 가파르다. 설상가상 그 자리를 채워주던 내국인 관광객도 올들어서는 정체되고 있다. 제주관광객은 2016년 1585만3000명에서 지난해 1475만3000명으로 줄었다. 올해도 7월말 현재 830만명으로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3.7% 감소했다.

건설·관광업 침체는 고용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호남지방통계청 제주사무소가 발표한 8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70.9%를 기록했던 고용률은 올해 60%대로 추락했다. 이에 더해 좋은 일자리도 턱없이 부족하다. 제주지역 근로자의 비정규직 비중은 39.1%로 전국 최고다. 그런가하면 가계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올해 7월중 도내 가계대출 잔액은 14조5000억원대를 넘어서면서 지역경제의 뇌관이 될 것이란 우려가 크다. 이렇듯 경제지표 어느 한 분야 암울하지 않은 곳이 없을 지경이다.

제주경제 구조상 지금의 위기는 어느정도 예견된 것이라 할 수 있다. 허약한 내부 경쟁력으로 대외여건에 영향을 크게 받다보니 외부충격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외국자본 투자에 힘입어 호황세를 누렸던 건설업은 제주도의 규제 강화로 외부투자가 위축되고, 국책사업·관광단지 개발사업이 지연되면서 하락세로 돌아섰다. 대규모 개발 호재와 외부인구 유입 등의 영향이 컸던 부동산·주택시장 역시 타격을 받았다. 관광산업도 마찬가지다. 지난 몇 년간 사실상 중국인 관광객에 의존해오다보니 '사드'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제주경제가 대외여건 변화에 민감한만큼 이에 대한 대비의 필요성이 그동안 수차례 제기돼왔다. 하지만 내부 경쟁력을 강화할 신성장동력 산업 육성 성과는 미미한 가운데 번듯한 대기업 하나 없는 상황에서 각종 규제로 외부기업 이전과 투자 유치도 멈춰섰다. 제주경제의 체질 강화를 주문한 지역사회의 목소리를 공직사회가 귓등으로 흘려버린 탓이다.

공직사회가 지금처럼 안일하게 대처하면 제주경제의 저성장은 더 깊어질 뿐이다. 내부 성장동력 강화와 함께 지역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정책들에 대해 재검토해야 한다. 당장 외부자본·기업 유치를 막는 규제 일변도 정책부터 손질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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