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찾아가는 인성아카데미 2.애월고등학교

이해와 오해는 작은 차이…소통하려는 노력이 관계 좌우

성장기 청소년들은 서로 나누는 대화 속에서 작은 오해 하나만으로도 큰 갈등이나 싸움으로 번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친구끼리 "내가 이렇게 말했는데 너는 왜 그렇게 행동해?" "네가 말한 것은 그게 아니었잖아!"와 같은 대화를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는 곳이 바로 학교다. 제민일보사(대표이사 사장 김영진)와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교육감 이석문)의 공동주최로 16일 애월고등학교(교장 김형준) 2학년 2반 교실에서 열린 '2018 찾아가는 인성아카데미'에서는 이같은 의사소통에서 비롯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제시됐다.

 

# 사소한 말이 큰 갈등으로
이날 아카데미 강사로 나선 김미리 제주가정위탁지원센터 사무국장은 학생들에게 의사 소통의 문제로 벌어진 갈등 사례를 소개했다.

학생 두명이 말싸움 끝에 가방을 던진 사례였다. 한 학생이 자신의 물건을 허락없이 만진 학생에게 "왜 내 물건을 만져. 너도 내가 네 물건을 마음대로 하면 좋겠니?"라고 말하자 "응"이라고 맞받아치면서 가방을 던지는 일이 벌어졌다.

김 사무국장은 "여러분 사이에서도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며 "인성을 가꿔야 하는 이유는 이처럼 사소한 일이 큰 갈등으로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인성은 친구들과 대화를 하는 과정에서 조금 기분이 나빠지더라도 그 감정을 그대로 행동으로 옮겨서 화를 푸는 것이 아니라, 요동치는 감정을 잡아주는 힘을 기르는 것이다.

강사는 감정을 조절하는 힘이 저절로 생겨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움직이는 감정을 제어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끊임없이 마음의 힘을 써서 조절하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 어떻게 듣느냐가 중요
김 사무국장은 학생들에게 이해를 돕기 위해 한가지 실험을 제안했다. 준비물은 학생 각각에게 같은 크기의 종이 한 장씩이었다. 

먼저 두 사람이 짝을 이뤄 등을 맞대고 앉는다. 한 사람이 5단계에 걸쳐 종이를 접거나 찢으면서 각 단계마다 짝에게 어떻게 접었는지, 얼굴을 보지 않고 말로만 설명해나갔다.

마지막으로 5단계를 끝내고 서로의 결과물을 확인한 결과, 놀랍게도 다수의 조가 서로 다른 모양으로 종이를 접은 것이 확인됐다. 

특히 아예 확연하게 다른 모양으로 결과물이 나온 학생들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단계별로 친구가 설명해준대로 접어나갔는데 이렇게 완전히 다른 모양으로 접혀서 신기하고 이유가 궁금하기도 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 사무국장은 "우리가 서로 대화하는 것은 의사를 소통하기 위한 것인데 이 실험처럼 세모 꼴을 접은 친구의 말대로 접은 종이가 네모 꼴이 되기도 한다"며 "이것이 우리가 흔히 하는 '오해'의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여기서 '나는 이렇게 말했거든' '나는 다르게 들었거든'이라며 갈등을 시작할 수도, '아 우리가 서로 다르게 이해했구나'라며 원만히 넘어갈 수도 있는 것"이라며 "즉 상대방의 이야기를 어떻게 듣느냐에 따라 '이해'와 '오해', 같은 마음과 다른 마음이 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 부드러운 마음 유지해야
김 사무국장은 "결국 소통을 잘 하는게 너와 나의 관계를 좋게 만들 수 있는 것"이라며 "관계가 좋다는 것, 서로 잘 통한다는 것은 어떻게 듣느냐에 달린 일이며, 자신이 오해를 할 수도 있다는 점을 항상 생각해서 '친구가 OO 때문에 그랬을 거야'라고 이해해주는 태도를 갖추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그는 서로가 말과 행동을 이해해주려는 태도를 갖추면 다름과 오해가 풀릴 수 있다는 점을 말하며 "우리의 마음도 단단하고 튼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차가운 마음으로 들을 때는 같은 말을 들어도 상처를 입고 마음이 얼어붙을 수 있다"며 "항상 내 마음을 스폰지처럼 부드럽고 포근하게 유지하려고 노력하면 오해를 살 만한 말을 들어도 흡수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김 사무국장은 또 비어 있는 뇌 그림을 보여주며 학생들에게 '학교' 하면 떠오르는 단어들로 채워나갔다.

이날 나온 단어들은 '수업' '친구' '집' '탈출' '시험' '급식' 등이었다.

강사는 "다양한 이미지를 떠올렸는데, 폭력이나 따돌림, 욕설, 싸움 등 부정적인 단어들이 없는 것을 보면 여러분들의 마음이 건강한 것을 알 수 있다"며 "우리 머리에 어떤 생각들이 채워져 있느냐에 따라 그림이 달라진다. 여러분들의 마음의 양동이에 넘칠 정도로 깨끗하고 긍정적인 것들로 가득 채워 주변과 좋은 관계를 만들어 나갔으면 한다"고 강연을 마무리 했다.

김형준 교장.

DIY, 미술·원예·독서 등 대안교실
월별 인성실천덕목·인성실천주간
매주 수요일 교사와 밥상머리 교육

1953년 개교한 애월고등학교(교장 김형준·사진)의 교훈은 '지성·창조·활달'이다. 교훈과 '참된 인성과 창의성을 갖춘 글로벌 인재 육성'이란 교육목표처럼 애월고는 학생들의 인성교육을 위해 다양한 교육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한 명의 학생도 포기하지 않고 함께 갈 수 있도록 공교육 안에서 오후 일과시간을 활용한 대안교실인 '우리 애월인이 있는 교실'을 운영해 적성과 소질에 맞는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대안교실은 또 학업중단 위기의 학생들에게 DIY, 미술·원예·독서치료, 영상을 통한 타인 탐색, 지역 봉사, 직업 탐방, 예술활동 등 인성과 체험 중심의 프로그램을 통해 자존감을 향상시키고 있다.

또 배려와 협동, 나눔의 인성교육을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재구성해 체계적이고 통합적인 인성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3월부터 12월까지 책임, 도전, 존중, 예의, 정직, 배려, 성실, 협동, 공감, 질서 등 월별 인성 실천덕목을 정해 실천하고, 5월에는 인성교육 실천주간 행사로 감사의 편지쓰기, 사제동행 등을 실시한다.

매주 수요일은 '밥상머리 교육의 날'로 정했다. 교장부터 모든 교사가 2명이 한 조를 이뤄 배식을 돕고 학생들과 함께 식사하면서 소통의 시간을 갖고 있다.

지난해 2학급으로 신입생을 처음 받은 '미술과'도 애월고의 큰 자랑거리가 됐다.

학생들에게 미술인으로서의 꿈을 키워줄 뿐만 아니라 상설 전시관, 복도 갤러리 등 교내 곳곳에 학생들의 미술작품을 전시하면서 자연스럽게 힐링 효과를 거두고 있다.

김형준 교장은 "학교는 학력을 경쟁하는 곳이 아니라 함께 배우며 함께 성장하는 곳"이라며 "교실마다 배움과 가르침으로 즐거움과 열정이 넘치는 학교를 만들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봉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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