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당 미술관.

서양화와 한국화부터 사진, 서예, 문인화, 조각, 수채화, 화랑, 국악인, 야생화, 시사만화, 민예품, 음악가, 자수, 전통의상까지…. 저지문화예술인마을은 예술의 '모든 것'을 한 곳에서 즐길 수 있는 특별한 마을이다.

제주현대미술관에 소개된 이 마을의 입주작가만 38명에 달한다. 마을 곳곳에 자리잡은 미술관과 개인 갤러리, 작업실, 공방을 돌며 다양한 장르의 예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하지만 많아도 너무 많은 숫자에 눌려 어느 곳부터 가야 할 지, 감이 안잡히는 것도 사실이다. 규모와 장르에 따라 마을을 안내한다.

# 마을 중심 미술관부터
마을의 중심부에 위치한 미술관을 우선 추천한다.

저지문화예술인마을에서 가장 큰 미술관은 2007년 문을 연 공립미술관인 제주현대미술관이다. 창작스튜디오와 분관을 갖춘 복합문화예술공간이자 마을의 중심이라 할 수 있다.

장르별 400여점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으며, 현재는 오는 31일까지 미술관 소장품의 성격과 수집 방향을 보여주는 전시인 '2018 JMOCA 컬렉션-풍경을 그리다'전이 열리고 있다.

작품을 통해 제주 자연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고, 제주 자연의 변화 속에서 조화로운 미를 발견하는데 관심을 두고자 했던 예술가들을 주목하기 위해 마련한 전시다. 자연 풍광에 관심이 많다면 이 전시를 통해 풍경을 대하는 작가들의 다양한 시각과 태도, 그리고 현대미술의 양상도 함께 살펴볼 수 있다. 

제주도립김창열미술관은 '물방울 화가'로 유명한 김창열 화백의 업적과 정신을 기리는 미술관이다.

한국현대미술을 대표하는 김창열 작가와 관련된 작가 및 후대 작가의 주제기획전시를 통해 세계현대미술을 연구하며, 다양한 전시와 교육, 학술 행사를 통해 지역 사회와 호흡하고 있다.
김 화백의 시대별 작품세계를 다룬 '두개의 물방울'전이 28일까지 열리고 있으며, 29일부터 11월 5일까지는 소독과 다음 전시를 위해 휴관한다.

2016년 개관한 스페이스 예나르 갤러리는 넓은 마당과 세련된 건물로 눈길을 끈다. 제주공예를 시작으로 현재는 고미술이나 제주 테마에 한정하지 않고 국내·외 유명작가들의 전시는 물론 경매 등 다방면으로 활동을 넓혔다.

갤러리 로리.

# 그림·조각·서예 등 작업실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예술 장르는 역시 서양화다. 

8명의 작가가 이곳에 터를 잡고 작품활동과 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조랑말 화가'로 불리는 이명복 작가가 2010년 오픈한 갤러리 노리는 올 한해 작품 경향을 선보이고 내년을 준비하는 '팔색추경(八色秋耕)'전을 25일 마치고 후속 전시를 준비중이다. 올 한해 캐나다 작가 빈센트 맥킨도 개인전과 어린이들과 함께 말 그림을 그리는 '말'전 등 다양한 전시로 관람객을 맞았다.

중국 현대미술의 대표작가인 펑정지에(한국명 봉정걸)의 작업실도 현대미술관과 김창열미술관 사이에 있다. 물질만능사회 속에서 현대 중국인들의 정신적 혼란과 위기감을 전통민화나 광고양식을 차용한 팝아트 작품들로 느낄 수 있다.

60년에 걸친 화업으로 한국 아방가르드의 선구자로 불리는 박서보 화백과 고영훈 홍익대 미술대학원 교수, 한국미술협회 이사장을 역임한 박광진 화백(진 갤러리 대표)의 작업실과 함께 전국에서 개인전을 열어온 장정순 작가의 장정순갤러리 등을 둘러볼 수 있다. 

한국화로는 더 갤러리 현 대표인 김현숙 작가의 한국화 연구실이 자리해 있다.

저지예술인마을은 서예와 문인화의 묵향에 심취하기에도 좋은 곳이다.

한곬 현병찬 선생의 서예전문 전시관 '먹글이 있는 집'을 비롯해 규당 조종숙, 동강 조수호, 소운 이송자, 소심 인민아, 열암 송정희 등 다수의 서예작가들이 마을에서 예술혼을 불태우고 있다.

문인화가로는 김동애 한국문인화협회 부이사장과 최송기 전 한국문인화협회 제주지회장이 저지마을에 터를 잡았다.

이와 함께 조각 장르에서는 한창조 국제조형예술원 원장, 박석원 홍익대 조소과 교수, 이창원 석공예 작가를 만날 수 있고, 사진 장르에서는 박광배 사진작가와 배병우 사진작가(서울예대 교수)가 활동해왔다.

또 저지문화예술인마을은 분재예술가 고경호, 시사만화가 김경수, 수필가 유현수, 국악인 안숙선과 유지숙, 가수 양희은, 작사·작곡가 백경권, 피아니스트 강경희, 무용가 홍신자 등 예술의 모든 영역에서 예술가들에게 창작의 영감을 제공하는 공간이 되고 있다. 김봉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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