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심 4·3평화재단 조사연구실장, 6일 4·3희생자유족회 주최 심포지엄서 밝혀
"미군정, 단독선거 반대투쟁 위험 인식…'게릴라 도당 제거' 등 강경진압 교감"

제주4·3 당시 미군정도 학살의 대규모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제주4·3희생자유족회(회장대행 오임종)가 6일 아스타호텔에서 '제주4·3 책임 규명을 위한 심포지엄'을 개최한 가운데 양정심 제주4·3평화재단 조사연구실장은 '제주4·3과 미국-학살의 책임을 기억하기' 주제발표를 통해 4·3 당시 미군정의 책임에 대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양 실장은 "극심한 인명 피해가 일어난 원인은 미군정과 이승만 정권의 주도로 이뤄진 군경토벌대의 강경진압작전 때문"이라며 "미군정은 4·3이 일어나자마자 국방경비대, 경찰, 우익청년단을 동원해 토벌작전을 전개했다. 이는제주도를 '빨갱이의 섬'으로 인식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국 책임의 근거로 "당시 성명을 보면 미군정은 남한 단독선거 반대 투쟁에 대해 '위험'으로 인식했다"며 "미 군정장관 딘 소장이 해안경비대와 국방경비대에 작전명령을 내리는 등 미국은 작전지휘권을 장악해 모든 작전계획을 세우고 실제 진압은 한국인 군대와 경찰을 내세워 실행했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5·10선거를 관철시키기 위한 경비대의 토벌 작전에도 실패로 돌아가자 미군정은 곧바로 구축함을 급파했고, 6사단 20연대장 브라운 대령을 제주도 최고 지휘관으로 파견해 제주도민에 대한 무차별 검거작전에 나선 경비대와 경찰을 총지휘하도록 했다.

특히 브라운 대령이 쓴 문건을 보면 "한 가지 절대적으로 단언할 수 있는 점은 제주도가 공산분자들의 기지로 조직화되었다는 사실"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주한 미대사 무초 역시 1949년 4월 4일 이승만 대통령을 만나 "제주도에 만연하는 게릴라 도당을 제거하고 보안군을 훈련시켜야 한다"며 진압 입장을 밝혔다.

양 실장은 "최근 70주년을 전후해 미국의 책임과 이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은 냉전과 미국의 한반도 정책, 그 안에서 일어난 4·3학살에 대한 역사적 규명에 대한 소고"라며 "제주4·3평화재단은 내년 미국 현지조사와 연구를 진행하는 등 본격적으로 책임규명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강우일 주교(천주교 제주교구장)는 기조강연을 통해 "4·3 유족회의 서명운동을 비롯해 도민들에게 꼭 이뤄야 할 숙명적인 과제가 시작됐다"며 "책임을 묻고 사과를 받는 일은 우선 미국사회에 4·3의 진실을 알리고, 정치·문화계 등에 설득을 하는 긴 호흡과 인내의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 주교는 또 "유럽 각국이 평화롭던 인디언들의 땅에서 각축을 벌인 미국이라는 국가의 형성부터 시작해 20세기 냉전체제까지 시대와 시야의 폭을 넓혀야 한다"며 "4·3에 대한 미국의 책임 인정과 사과를 받아내기 위해서는 국가의 이름으로 자행된 동시대 소련과 일제 등 학살과 폭력, 전쟁의 역사를 역사적·국제적 맥락으로 꿰뚫어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봉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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