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사흘의 설 연휴가 오늘부터 시작됐다. 새 천년들어 처음 맞는 설 명절이어서 그런지 사람들의 마음도 더욱 들떠 보인다. 벌써 공항과 항만에는‘민족 대이동’이라는 말에 걸맞게 고향을 찾아 떠나고 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옛날에는 명절을 일년중 가장 좋은 시절에 지냈다 하여 가일(佳日) 또는 가절(佳節)이라고 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지금과 같은 명절로 변했다고 한다.

단오·추석과 함께 우리나라 3대 명절 가운데서 가장 큰 명절인 설은 새해 첫날이라 점에서도 그 의미가 남다르다. 그런지 설에는 멀리 떨어졌던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자신들의 뿌리를 확인하며 덕담을 나누고 한 해를 경건하게 맞는다. 그러나 이번 설을 맞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이 한결같은 것은 아니다. 정부에서야 국가경제위기를 넘겼다고 요란을 떨지만 서민들의 피부에 와닿는 실물경제는 완전히 나아졌다고 할 수 없다.

우리 주위에는 아직도 사회·경제적으로 소외된 영세민이나 생활보호대상자 그리고 결식아동·실직가정이 많다. 또한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는 근로자들의 고통도 여전히 치유되지 못한 상태로 남아 있다. 상여금은 커녕 밀린 임금이라도 받아 가족과 함께 따뜻한 떡국 한 그릇이라도 나눴으면 하는 게 이들의 간절한 소망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 사회도 이미 20대 80의 사회로 진입했다고 한다. 모든 사회·경제적 눈높이를 20%의 가진 층에 맞춰 본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경제의 착각도 나타날 수 밖에 없다. 이같은 사회괴리현상은 명절의 기쁨조차 공유할 수 없게 만든다.

따라서 이번 설 만큼은 주위의 어려운 이웃들을 찾아 화목과 화합하는 일에 관심을 가지자. 설 때만 되면 즐거움보다 괴로움이 많아지는 여성들에게도 관심을 가지고 그 고통을 나눠갖는 일도 보람된 일일 것이다. 정치권에서도 ‘설 표심’잡기에만 혈안될 것이 아니라 이 사회가 안고있는 구조적인 현상에 보다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도 정치에 박수를 보낼 것이다. 모처럼 맞는 새 천년 첫 명절에는 묵은 때를 씻고 희망으로 가득한 풍성한 날이 됐으면 좋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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