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물장오리 화구호


화구호 환경 살리는 길 완충지대 보호 우선

 제주시 봉개동 물장오리를 찾아간다.숲길을 지나 꾸불꾸불 골짜기를 두세차례 건넜을까,비탈이 무척 가파르게 느껴진다.
 인적이 뚝 끊긴 그곳에는 매서운 칼바람이 빼곡히 들어선 천연림을 스쳐지나가는 소리만 들릴 뿐 아주 조용하다.
 고독을 통해 자신을 발견하기 위한 장소로서 겨울 오름만큼 좋은 곳은 없다.
 물장오리라는 오름 이름에서 알수있듯 이 오름의 정상에는 언제나 맑은 물이 고여있는 화구호가 있어 기분마저 한결 상쾌하다.
 오름도 겨울을 좋아할 듯 싶다.
 심심산골이라 하더라도 일단 알려지면 쓰레기 넘쳐나고 상혼에 물들어 버리기 때문이다.오죽하면 ‘가져갈 것은 추억이고 남길 것은 발자국뿐’이라는 말이 나왔을까.
 매서운 칼바람과 길을 끊어버리는 폭설이 그저 고맙기만 하다.

 
  ▲물장오리 화구호

 물장오리는 5·16도로를 타고 제주시와 북제주군의 경계에 있는 물장올교 인근에 자리잡고 있다.해발 937m,늪이 있는 곳은 해발 900m가량 된다.

 정상의 물이 괸 화구호 크기는 400m남짓.화구호의 바깥둘레는 1500m나 된다.물찻(검은오름)·동수악(東水岳)과 더불어 아무리 가물어도 물이 마르지 않는 몇안되는 화구호가운데 하나이다.

 옛날에는 이곳에서 기우제를 지냈다고 한다.이를 반증하듯 충암 김정(沖菴 金淨·1520 유배)선생의 기우축이 눈에 들어온다.

 이 물장오리는 국립공원 구역안에 들어있고 등산로가 아니기 때문에 국립공원 관리사무소로부터 출입 허가를 받아야 한다.

 자연환경 보전 때문만은 아니다.자칫 길을 잃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화구호로 향하는 길은 단풍나무·서어나무 등 울창한 낙엽수림지대를 이루고 있고, 이 낙엽수림지대를 벗어나면 찔레덩굴·보리수나무·조릿대군락이 전개된다.

 한라산·오백나한과 더불어 예로부터 섬사람들이 3대 성산(聖山)으로 신성하게 여겨온 물장오리는 설문대 활망의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정상의 화구호는 일명 ‘창터진 물’이라고 해서 거신(巨神) 설문대 할망이 빠져 죽었다는 곳이다.

 제주시에 자리잡은 용연물이 깊다기에 발을 담가보니 발등밖에 되지않았지만 물장오리에 와서 성큼 들어서니 설문대 할망이 물속으로 빠져들어간 채 사라지고 말았다는 게 이 전설의 골자.물이 얼마나 깊었길레 신조차도 빠져 나오지 못했을까.

 물장오리는 그러나 근래들어 수중생태계에서 육지생태계로 옮겨가는 과정에 있다.

 제주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최근들이 이곳을 찾는 사람이 늘어 화구호 길목인 북쪽지역에는 건조화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 “물장오리 화구호의 남·북·서쪽에는 ‘골풀’ 등의 습지식물이 완전히 뿌리를 내렸고 동쪽에는 가장자리에만 물이 깊어 ‘세모고랭이’등의 서식환경을 제공하고 있다”면서 “이 화구호의 자연환경을 살리는 길은 완충지대를 보호하는 게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세모고랭이는 늪이 형성돼 있는 것에 소식하는 대표적인 습지식물이다.높이는 50∼120cm이며 구토·통경 등에 약재로 쓰기도 한다.

 또 늪과 수림지대를 구분하는 완충지대에는 찔레덩굴과 돌가시나무 등이 자생하고 있다.

 아울러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지난 97년 생태조사를 통해 이 일대에 소금쟁이·송장헤엄치게·노랑실잠자리(이상 곤충류),도마뱀(파충류),미꾸리(어류) 등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

 미꾸리는 물이 고인 늪이나 논·연못 등 진흙이 많은 곳에 산다.오염이나 수량의 증감에도 잘 견디며 몸길이는 17cm내외이고 검은색을 띤다.

 오름의 정상,화구호 밑바닥에 미꾸리가 살고 있다하니 이 얼마나 신비한 일인가.


  ▲골왓물

 봉개마을을 지나 동부산업도로에서 명도암쪽으로 올라 가다보면 안새미·밖새미 오름과 명도암 관광목장 사이에 조그만한 농로가 나 있다.이 농로를 따라 30m가량 들어가면 빼곡히 들어선 대나무숲 너머로 골왓물이 자리잡고 있다.

 골왓물은 두 개의 연못으로 돼 있다.두개의 연못을 합쳐 대략 700평방m가량 된다.골왓물은 말그대로 움푹하게 패어진 곳(골왓)에서 솟아나는 물이다.

 이 마을 김대식씨(64)는 “골왓물은 바닥이 뻘로 되어있고 소나 말이 물을 먹기위해 자주 드나들기 때문에 항상 흐려있다”면서 “17∼18년전에 인근에 목장이 들어서고 축산용수로서 이 물의 중요성이 부각됨에 따라 주변에 돌담을 쌓아 비교적 잘 정돈된 상태”라고 말했다.

 또 불과 3∼4년전만 하더라도 이 일대에 붕어·참개구리 등이 서식하고 흰뺨 검둥오리 등이 찾아와 휴식을 취했으나 이제는 거의 찾아볼수 없다.

 다만 털비름·가시비름 등 열대 아메리카 원산의 비름과 식물이 눈에 띈다.

 이 식물들은 최근에 귀화된 것으로 축산사료를 수입하는 과정에서 섞여 들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취재=좌승훈·좌용철기자><사진=조성익기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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