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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이라는 이름의 도서관, 지역공동체의 꿈으로馟(도)·栖(서)·關(관)프로젝트 / 도서관, 마을 삶의 중심이 되다 <3>서울 은평구 구산동 도서관마을①
고 미 ·이은지·우종희 기자
입력 2019-05-07 (화) 16:00:49 | 승인 2019-05-07 (화) 16:23:27 | 최종수정 2019-07-04 (화) 17:00:47

지난해 국민생활 SOC사업 모범 주목·공공건축상 등 수상
재래식 기와집·다세대 등 연결…정식 개관까지 꼬박 10년
주민 청원·참여예산 등 "이 곳에 살고 싶다"바람 현실 구현

"단연코 인생이 주는 최고의 상은 할만한 가치가 있는 일에서 온 힘을 다할 기회이다". 100년 전 고인이 된 미국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의 말을 빌려본다.

마을이라는 이름의 도서관은 하루아침에 '뚝딱'하고 만들어지지 않았다. 줄잡아 20년 가까이 쌓아 올린 성장의 경험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사람이 모이고 서로 필요한 것을 찾고, 만들어내고 또 공유하는 과정을 거치며 마을을 이루는 것처럼 도서관이라는 이름의 유기체가 광합성을 하며 뿌리내리고 자란다. 구산동 도서관 마을의 이야기다.

도서관 마을 조성 전

△ 우리 동네에 '도서관'이 있다면

지난해 8월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서울 은평구의 한 공간을 찾아 '현 정부가 추진하는 국민생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의 모범'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2016년에는 제10회 대한민국 공공건축상 대상과 서울시 건축상을 받았다. 이미 몇 개의 번쩍이는 수식어가 앞 자리를 채우고 있지만 이 공간은 그 이상 특별하다.

'내 아이를 이 마을에서 키우고 싶다'는 바람이 모여 뜻을 이룬 공간이기도 하지만 존재 자체가 고스란히 마을을 대신한다. 쉽지 않은 일을 이룬 것은 다름 아닌 마을 주민, 그리고 '엄마'였다.
2000년 부엌 공간에 또래 아이들을 모아 책을 읽어주던 작은 시도는 2002년 주민센터 3층 공간을 이용한 작은 도서관으로 불씨를 옮긴다. 대조동 꿈나무어린이도서관이다. 수요가 늘어나며 공간이 필요해졌다. 주민센터 옆 파출소 공간을 쓸 수 있게 됐지만 이내 좁아졌다. 구산동은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11개 학교가 있지만 가깝게 이용할 도서관이나 문화시설이 없었다. 2006년 옛 구산동 주민센터 건물을 도서관을 쓸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에 불과 11일 만에 2008명이 뜻을 모았을 만큼 절실했다. 2008년 건물 구입을 위한 예산을 마련해 벽돌 연립 2채, 화강암 마감 연립 1채, 재래식 기와집 1채를 매입했다. 도서관으로 정식 개관한 것은 2015년이었다. 꼬박 10년이 걸렸다.

현재 도서관 전경

△필요를 찾아 움직이다

예산이 없었다. 마냥 기다릴 수 없던 주민들이 직접 나섰다. 때마침 2011년 주민참여예산제가 시행됐다. 이를 통해 19억을 만들었다. 만화 도서관, 청소년 힐링캠프 등의 사업을 따내며 총 35억 원을 확보했다. 여기에 국비와 구비를 추가로 확보하며 도서관 조성에 쓸 65억 원을 모았다.
조금이라도 예산을 줄여보자는 생각에 기존 건물들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법을 택했다. 쉽지 않았지만 그 결과 흔치 않은 다각형의 구조물이 만들어졌다. 벽돌(노랑, 흰색)과 화강암(잿빛) 외벽이 불규칙하면서도 옹기종기 이어져 있다. 익숙한 옛날 동네에 지붕을 씌운 느낌이다. 콘크리트 커튼 윌 방식으로 55개 방이 책과 주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다시 태어났고, 밤낮 오가며 익숙해진 골목길은 책과 사람을 연결하는 복도가 됐다.

공간만 만들었다면 흔한 성공사례였겠지만 구산동 도서관마을은 다르다. 마을 안 삶의 문제를 '도서관'에서 해결했으면 좋겠다는 첫 생각은 공동육아와 도서관운동으로 이어졌다. 처음 도서관운동의 씨앗을 심은 이미경 구립은평마을방과후지원센터장은 "성장을 공유하는 든든한 이웃이 있어 가능했던 일"이라고 설명했다.

모여 이야기 하다 보니 마을에 도서관 하나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필요한 것을 찾아다니면서 동네 자원들을 연결했다. 이웃이라는 좋은 단어가 있기는 하지만 '남'이 아닌 '내'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라서 더 열심이었다. 자존감을 찾고 경제적 능력을 확인하는 일까지 적잖은 시행착오를 거쳤다.

△하고 싶은 일, 해보고 싶은 일

도서관은 결코 마침표가 아니었다. 도서관 얘기가 나오고 실제 지어지기까지 관련 한 프로그램이 꾸준히 이어졌다. 문예 콘서트를 꾸리고 마을 자원활동가 양성과정 등도 운영했다. 도서관을 만들고 난 뒤에는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시작됐다. 

주민들 손으로 만들었다고 하지만 운영·관리는 다른 문제였다. 은평구는 준공 전 도서관을 민간에 위탁운영하기 위해 운영업체를 모집했다. 도서관 기획과 설계 과정을 함께 했던 주민들은 직접 은평도서관마을협동조합을 만들었다. 구상과 현실은 달랐다. 도서관 운영에 적합한 틀과 성격을 만들기 위해 다시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방향을 틀었다. 누가 방향을 잡아준 것이 아니라 발로 정보를 모으고 수차례 의견 교환을 통해 최적의 안을 찾아낸 결과다. 김어지나 은평도서관마을 사회적협동조합 사무국장은 그 과정을 함께 한 산증인이다.

아이들을 위해 시작한 일이 마을 자원활동가로 이어졌고, 도서관 운영을 위해 직접 사서 자격증까지 취득했다. 과정을 바탕을 자신의 일도 찾았다. 김 사무국장은 "양성과정이라고 했지만 뭘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는 의견을 수합 하고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작업을 공유했다"며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해보고 싶은 일이 생기다보니 여기까지 왔다"고 귀띔했다.

고 미 ·이은지·우종희 기자  popm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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