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독일을 방문중인 김대중 대통령이 지난 9일에 발표한 4개항의 베를린 선언을 전적으로 지지한다. 우리가 김 대통령의 베를린 선언에 지지를 보내는 것은 선언 내용에도 나와 있듯이 심각한 경제난을 안고 있는 북한문제를 남한이 언제까지 외면할 수 없다는 입장에 있기 때문이다. 사실 민간위주의 대북경제협력에는 한계가 있다. 작년 한해동안 남북교역량이 3억4천만달러에 이르고 1백여개에 달하는 남한의 기업들이 북한과 교류하고 있는 마당에 정부만이 유아독존식으로 나몰라라 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라는 것이다.

더구나 북한의 전력생산량이 남한의 10분의 1에 그치는 실정에서 민간경제협력에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경제협력의 제약조건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전면에 나서지 않는한 해결하기는 어렵다. 또한 정부가 추진하는 햇볕정책 자체도 빛을 잃을 수 있다. 그래서 김 대통령은 우리의 당면문제는 통일보다 냉전종식과 평화정착이라고 했으며, 진정한 화해와 협력의 정신으로 힘 닿는대로 도와주려고 한다고 천명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정부가 취해온 정경분리라는 대북정책의 일부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지만 그것은 현 시점에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제안도 결국 북한의 수용여부에 달려있다. 따라서 남북한 당국자간의 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지금까지 말로만 그치고 있는 남북한 이산가족문제 해결도 지금껏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것도 대화단절에 있다. 그렇다고 조급하게 여겨서도 안된다. 이제 우리 사회의 마지막 남은 과제가 남북한 통일이라고 한다면 닫혀진 통일의 문을 열 수 있는 것은 인내이다. 따라서 북한도 남북한 당국자만이 한반도의 냉전과 통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깨닫고 대화의 전면에 나서야 한다.

어쨌든 이번 김 대통령의 선언은 독일통일의 상징으로 일컬어지고 있는 베를린에서 이뤄졌다는 점도 남한 정부의 통일의지를 충분히 읽을 수 있는 것이다. 이번 제안이 제안으로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남북한이 모두 평화공존을 위한 통일환경조성에 무엇보다 노력해야 할 것이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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