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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도심 낡은 집들, 내게는 보물같아"제민스토리/권정우 탐라지예 건축사사무소장
김봉철 기자
입력 2019-05-16 (목) 16:41:31 | 승인 2019-05-16 (목) 16:42:53 | 최종수정 2019-05-16 (목) 16:42:53

낡은 골목과 집들의 매력에 푹…귀향 결심
순아커피, 꿈들 공부방, 김영수도서관 등
건축으로 '제주 원도심' 가치 살리기 매진

"개발붐이 제주를 뒤덮으며면서 원도심의 낡은 건물들은 모두 허름한 것이자 빨리 뜯어서 고쳐야 하는 것이 됐지만, 내게는 우리의 원초적 모습을 담은 보물처럼 느껴졌다"

권정우 건축사(탐라지예 건축사사무소장·43)는 '건축'이라는 도구로 원도심의 버려진 공간, 옛 기억과 함께 사라질 위기의 건물을 새롭게 살려내는데 열정을 바치고 있는 젊은 제주 건축가다.

서귀포시 정방동에서 태어나 건축을 전공한 뒤 상경해 건축사로 전국을 무대로 활동해온 그는 2015년 대정읍의 한 다가구주택 설계를 맡게 되면서 제주와 다시 인연을 맺었고, 이내 완전히 자리잡게 됐다.

귀향 1년만에 차린 건축사사무소의 이름 '탐라지예'처럼 그를 잡아 끈 것은 제주 원도심의 매력이었다.

"건축사사무실을 구하려고 찾았던 삼도2동의 오래된 거리 한짓골을 잊을 수 없다. 사람들이 많이 빠져나가 휑한 분위기였지만 골목마다 역사와 추억이 가득 쌓여 있었다"는 소감은 다시 그 가치를 어떻게 지킬 것인지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졌다.

오래된 집들도 조금만 잘 고치면 더 좋게 쓸 수 있고 충분히 오랫동안 쓸 수 있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마침 온 기회가 '순아커피'였다.

태풍 '차바' 내습 때 일부 벽이 무너지면서 헐릴 뻔한 건물을 "고쳐서 쓰자. 일주일만 시간을 달라"고 주인 아들 내외에 제안해서 가까스로 설득에 성공했다. 흙벽과 목조라는 옛 양식의 그 건물은 100년 역사를 간직한 '점빵'(숙림상회)이었다. 리모델링 과정에서 시멘트 미장과 벽지를 걷어내자 건축적인 본질과 숨겨진 아름다움이 보이게 됐다.

권 소장은 이후 제주대 교육대학 학생(교육성장네트워크 꿈들)들이 10여년을 이어온 '푸른꿈 작은 공부방'을 새로 짓는데도 참여해 재능기부 형태로 설계를 맡았고, 제주대학교병원 건물을 '예술공간 이아'로 재탄생시키는 작업의 기본 설계를 맡기도 했다.

특히 오는 31일 재개관하는 제주북초등학교의 '김영수도서관'은 그의 건축철학을 오롯이 담아낸 최근작이다.

학교도서관 옆으로 지금은 쓰임새를 잃어버린 관사, 창고를 하나로 연결해 햇볕과 자연, 원도심 풍경을 모두 담아낸 아기자기한 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낮에는 학생들이 이용하고 저녁에는 마을 사람들도 쓸 수 있는 개방형 학교도서관으로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다.

권 소장은 "건축적으로 사람들에게 '이렇게도 할 수 있습니다'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운좋게 좋은 기회들이 찾아왔다"며 "제주시민회관 등 앞으로의 공공건축 분야도 그 곳에 사는 주민들에게 얼마나 환영받을 수 있을지, 건물이 갖고 있던 스토리와 에너지를 얼마나 살릴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봉철 기자  bckim@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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