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찾아가는 인성아카데미 2. 제주중앙초등학교

"왜 학교에 다니는가" '10살의 무게'…공감·소통 바른 이해 해법
다양해진 관계 '친함' 구분 보다 친하기 위해 무엇을 했는가 중요
"'인권침해' 가해자 인정·반성, 피해자 이해·용서 맞물려야 풀려"

'학교에만 가면'. 한 때는 통했던 말이지만 요즘은 어딘지 불안한 말이다. 사회성, 특히 소속감이나 자존감, 협동심 같은 살아가면서 꼭 필요한 것들은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성적보다는 마음을 쌓아야 하는 시기의 인성 교육은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기초가 된다. 마음이 질적으로 변한다는 10살, 초등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수업을 통해 인성을 이야기하는 자리는 '살피고 아끼고 사랑하는' 이유와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만드는데 유효했다.

나 아닌 주변 살피는 자세 중요

제민일보사(대표이사 사장 김영진)와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이 공동으로 진행하는 '2019 찾아가는 인성아카데미'가 19일 제주중앙초등학교 3학년 1반 교실에서 이길주 제주대학교 철학과 교수의 강의로 진행됐다.

이 교수의 첫 질문은 "왜 학교에 다니는가"였다. 올해로 3년째 생활하고 있는 '초등학교'에 대한 이해 정도를 확인하는 절차다.

학생들의 대답은 상투적이고 단조로웠다. "공부를 해야 어른이 돼서 일을 할 수 있다" "부모님을 호강시켜드리고 싶어서" 같은 판에 박힌 대답과 "미래의 꿈의 크기와 그 수가 늘어난다"는 제법 알찬 답변도 있었지만 구체적이지는 않았다

이 교수는 '10살의 무게'를 말했다.

학교에서는 아직 저학년이지만 10대에 진입하며 '사회적 책임'이라는 낯설고 어려운 것들을 생각해야 하는 시기임을 조언했다. 실수나 잘못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고 또래 관계에서 더 많은 소속감을 느끼게 되는가 하면 시작단계이기는 하지만 다양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생각할 수 있는 성장을 겪게 된다고 해설했다.

이 교수는 "주변에 공감하고, 나 이외에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인지하는 법을 알아야 한다"며 "'함께'라는 단어의 의미를 이해하고 그에 맞춘 바람직한 태도를 가꿔나가는 일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옆 자리 친구와 친밀 정도를 물었다. "얼마나 친한지, 또 친하지 않는지 보다는 친하게 지내기 위해 무엇을 했는지가 중요하다"고 운을 뗀 이 교수는 "같이 생각해보자. 지금보다 더 어렸을 때는 처음 보는 친구나 형·동생과 자연스럽게 어울려 놀았지만 지금은 '친구'에 조건이 생기고 '나와 친한'이란 구분을 둔다"며 "특정한 누구의 문제가 아니라 어른들도 나이가 들수록 관계를 만드는데 서툴러진다. 서로 어색하지 않다는 것과 소통한다는 것은 다른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학교 그리고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며 "친하고 친하지 않고는 개인별 차이를 말하는 것일 뿐 그런 구분하지 않고 어우러질 때 '함께'라는 의미가 완성된다"고 부연했다.

'좋은 인성'이 즐거운 학교 만들어

이 교수는 이어 '다름'과 '차이', '존중'을 화두로 꺼냈다.

자신과 상대방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다름'이다. '다르다'와 '틀리다'를 오인하면서 다툼이나 마찰이 생겨난다. 이런 부분을 조율하는 것이 다름아닌 존중하는 자세다.

각자가 생각하는 '다름'은 생각보다 가깝고 다양한 분야에 분포해 있었다. 학생들은 외모, 성격, 키, 생각, 취미, 특기와 꿈 등이 다르다고 생각했다.

이 교수는 "학생들이 생각하는 차이는 시간이 흐르면 바뀌거나 바꿀 수 있는 것들"이라며 "그것이 친구나 주변을 차별하는 이유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충고했다. 

또 "좋은 인성이라는 것은 배우는 것이 아니라 경험을 통해 스스로 느끼는 것"이라며 "정보를 얻고 지식을 쌓고 직접 체험해 보는 것이 경험의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자신이 경험한 것도 중요하지만 상대방이나 주변에서 경험한 것을 공유하고공감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며 "맞다와 틀리다가 아니라 '그럴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 누군가의 잘못이나 실수를 지적하기보다 의견을 듣는 좋은 방법을 찾아가는 모든 것이 경험이 된다"고 풀었다.

이 교수는 우리 모두 지켜야 할 소중한 가치로 '인성'을 꼽았다. "'인권침해'라는 말이 자주 노출되고 있다. 문제라는 것을 알고 있다는 얘기다. 다른 사람의 인권을 침해하고 차별하는 사람은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해야 하고, 피해받은 사람은 상대를 용서하는 관용을 베푸는 마음을 가질 때 세상은 아름다워질 것"이라고 정리했다.

10살 학생들에게는 심오하고 딱딱한 주제일 수 있겠다는 생각은 기우에 그쳤다. 이날 인성 아카데미에 참가한 진원탁 학생(10)은 "내가 한 행동이 맞은 것인지 아닌지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됐다"며 "인성은 교과서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학교생활을 하면서 터득할 수 있는 것이란 걸 알게 됐다. 앞으로 학교생활이 더 즐거워 질 것 같다"고 느낀 점을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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