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련 도민기자

사람들에게 동네 마실가자고 부추기는 주민자치위원회가 있다. 말만 들어도 그 마을 사람들의 행복지수가 그려진다. 제주시 봉개동이야기다. 한 번도 아니고 2015년부터 꾸준히 이어왔다.

'동네 마실가기' 행사는 마을의 문화자원과 살아가는 모습을 제대로 알림과 동시에 최근 늘어난 정착주민과 선주민의 소통 기회를 제공하고자 마련됐다. 

제주시 봉개동 주민자치위원회(위원장 홍성철)와 봉개동 주민센터(동장 송두영)에서는 지난 18일 올해 2번째 '동네 마실가기'를 실시했다. 

용강·명도암 자연환경탐방으로 진행된 이번 행사에서는 용강동 왕벚나무 자생지, 한라생태숲, 제주마방목지, 물장오리오름 입구, 안세미오름 등을 둘러보았다. 

'동네 마실가기'에 참석하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삼삼오오 모여든 사람들로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걸음마를 뗀 어린이에서부터 지팡이를 짚은 어르신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모였다. 서로 인사를 나누고 안부를 묻는 풍경이 정겨웠다.

마을 탐방 안내 해설에 마을 사람들이 직접 나섰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왕벚나무 자생지에서는 어르신들이 직접 이야기를 들려줬다. 상산나무는 구름패기라 불렀으며 냄새가 나쁘다고 쳐다보지도 않았다고 한다. 때죽나무는 독이 있어서 땔감으로 사용할 때는 조심했으며 잘 휘어져서 골채손잡이를 만들 때 많이 사용했다고 한다. 비목은 배염부기나무라고 불렀는데 가벼워서 멀리 있는 집에 가져가기가 쉬워 땔감으로 많이 사용했다고 알려줬다. 아그배나무는 쥐소리나무, 가마귀베개는 가마귀막개나무라고 불렀으며 이 나무에서 열린 열매를 먹었다며 마을 사람들의 일상과 연결지어 설명했다.

한라생태숲과 물장오리는 해설사의 설명을 들었다. 마지막 코스인 안새미오름에는 미리 도착한 청년들이 김밥과 과일·음료들을 나눠줘 주민들과 함께 식사시간을 가졌다. 동네에 들어와서일까 사람들마다 아는 역사도 많고 전해줄 이야기도 많아서 해설과 담소가 길어졌다. 점심을 먹고 나서는 추억의 제기차기를 했다. 

마을 탐방을 마치고 나니 "우리동네가 자랑스럽고 멋져보인다"는 50대 어머니의 말이 귀에 맴돈다. 이렇게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를 둘러볼 기회를 부추기는 어른들이 많은 봉개동, 부럽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