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민 4·3 비극과 아픔 화해와 상생으로 승화
궨당, 수눌음 등 제주 공동체 문화 갈등으로 위협
정치적 줄세우기에 이어 대형 개발 사업에 갈등
제주형 지역 갈등 사례 관리 모델 구축 등 절실
제주도민들은 72년 전 아무런 이유도 없이 끌려가 모진 고문을 받거나, 죽임을 당하는 등 희생됐다. 하지만 제주도민들은 한국 현대사 가운데 가장 비극적인 사건으로 평가받는 제주 4·3의 비극과 아픔을 화해와 상생으로 승화시켰다. 제주도민이 소중히 여기는 '평화의 정신'이 보여준 저력이다. 제주도민들은 척박한 땅을 일구고 살아가기 위해 '궨당' '수눌음' 등 공동체 문화를 형성해 왔다. 공동체 문화를 통해 비극과 아픔을 화해와 상생으로 승화시키는 평화의 정신을 전 세계에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최근 도민사회에서 나타나는 '갈등'이 제주문화의 정체성을 무너뜨리는 '제주병'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갈등을 해소하고, 평화를 바탕으로 하는 제주의 가치인 공동체 문화를 복원하기 위한 제주형 갈등 관리 모델 구축이 요구되고 있다.
△제주형 '한걸음 모델' 만들자
제주특별자치도가 지난 2006년 7월 출범한 이후 14년이 흘렀다. 그동안 제주는 관광객과 유입 인구 증가 등을 기반으로 양적 성장을 거두기는 했지만 적지 않은 후유증도 발생했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주택과 토지 등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은 쉽지 않았고, 최근까지도 자가용과 렌터카 등 자동차의 증가로 도심지 교통체증과 주차난이 극심해졌다.
가정은 물론 각종 사업장에서 배출되는 폐기물도 증가하면서 생활폐기물 처리 난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개발붐'으로 인한 갈등은 사회적 비용 증가는 물론 수눌음과 궨당으로 대표되던 제주 공동체 문화까지 위협하고 있다.
1995년 민선 자치 시대 부활 이후 자치단체장 선거를 치르면서 줄서기·줄 세우기로 '내 편이 아니면 적'이라는 이분법적 사고가 판을 치면서 지역 사회를 찢어놓았다.
이후 2010년을 전후해서 제주에서 진행된 관광을 중심으로 한 대형 개발사업과 해군기지 및 제2공항 등 대형 국책사업, 비자림로 개설 등 지역 인프라 조성사업 등으로 인한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과 제주 공항 인프라 확충을 위해 추진되는 제2공항 건설계획으로 인해 행정-주민, 주민-주민, 원주민-이주민 간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오라 관광단지, 동물테마파크 등 대규모 관광 개발 사업을 놓고 지역주민 사이에서 의견충돌이 발생하고 있고, 지역주민과 환경단체 등도 각자의 주장을 굽히지 않으면서 갈등을 빚고 있다.
기존 이해관계자들과의 갈등을 조정하고 사업 정착을 돕는 정부의 '한걸음 모델' 상생 조정기구를 제주형 모델로 전환해 제주지역 갈등 사례를 관리해야 하는 시점이다.
△제주 갈등 절반이 공공정책
제주지역 갈등 가운데 절반 가량은 공공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제주도가 2020년 하반기 공공갈등사업을 대상으로 전수 조사를 했다.
전수조사 결과 갈등 지수가 높고 이슈화 등으로 사회적 비용이 많이 증가할 것으로 우려됨에 따라 도는 중점 갈등 관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5건을 선정했다.
제주도가 선정한 중점 갈등 관리 사업은 제주 제2공항 개발사업과 비자림로 확·포장 공사, 제주동물테마파크 개발, 오라 관광단지, 해상풍력 발전사업 등이다.
도는 사회협약위원회의 심의 등을 거쳐 '중점 갈등 관리 대상'을 결정해 갈등 관리에 나설 계획이다.
제주도가 2020년 하반기에 시행한 전수조사실시한 전수조사 대상 갈등 사업은 모두 60건으로, 2020년 상반기 71건보다 11건 줄었다.
또한 지난 2019년 상반기 82건과 하반기 76건과 비교해 각각 22건·16건 감소했다.
특히 2020년 하반기에 실시한 갈등 사업 조사 결과 절반 이상이 공공정책 사업으로 분석됐다.
조사 결과 이해관계 유형별로 보면 정부와 제주도, 공기업 등이 주체가 된 공공정책 사업이 35건(58%)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민간 기업 등이 추진하는 사업은 25건(42%)으로 집계됐다.
이와 함께 2020년 하반기 조사된 갈등 사업의 기관별 현황을 보면 제주도 소관 갈등 사업 32건(54%), 제주시 17건(28%), 서귀포시 11건(18%)이다.
분야별로는 축산악취시설 등 혐오 시설 관련 23건(38%), 대규모 개발사업 관련 22건(37%), 국책사업 관련 5건(8%), 지방행정 관련 6건(10%), 교통 관련 4건(7%) 순으로 나타났다.
진행 단계별로는 교착기 17건(28%), 표출기 16건(27%), 심화기 10건(17%), 해결기 7건(12%), 잠재기 7건(12%), 재발기 3건(5%)이다.
△풀리지 않는 제2공항 갈등 실타래
제주도와 제주도의회 제주 제2공항 건설 갈등 해소를 위한 특별위원회는 제주 제2공항 건설 사업에 대한 도민 의견 수렴을 위해 여론 조사를 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좌남수 제주도의회 의장은 2020년 12월 11일 제주도청에서 '제주 제2공항 도민 의견 수렴 관련 합의문'을 발표했다.
도와 도의회는 성산읍을 포함해 제주도민 2000명을 표본으로 우선 조사하고 성산읍 주민 500여 명을 대상으로 별도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도와 도의회는 2021년 1월 11일까지 여론조사를 완료, 결과를 국토교통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다만, 불가피한 사유가 발생하면 1회에 한해서 10일 이내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제2공항 여론조사에 평행선을 달려오던 도와 도의회가 극적으로 합의에 이르렀지만, 또 다른 갈등이 유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여론조사 목적을 정부 정책 반영이 아닌 참고용으로 못 박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데다 별도조사가 사실상 성산읍 주민에게 가중치를 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다.
여론조사 결과가 어떤 방향으로 나오더라도 도민사회는 물론 여론조사를 추진했던 제주도와 제주도의회 등이 전적으로 수용하는 자세가 요구되고 있다.
자칫 여론 조사 결과가 제2공항 건설 등으로 인한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자칫 또 다른 갈등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공무원 다 읽고 글 쓸수있는 익명 게시판이 실명으로 글을 올리게 됐는데 깨끗할수밖에요
자기네 안좋은글 쓸까봐 미리 막아놓는데 아주 똑똑한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