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피·희생의 상징
강요배 화백 '동백꽃 지다' 계기
아름다움·절개·효능 등 제공
"산에 산에 하얗게 눈이 내리면/들판에 붉게 붉게 꽃이 핀다네/님 마중 나갔던 계집아이가/
타다 타다 붉은꽃 되었다더라/님 그리던 마음도 봄꽃이 되어/하얗게 님의 품에 안기었구나/
우리 누이 같은 꽃 애기 동백꽃/봄이 오면 푸르게 태어나거라/붉은 애기 동백꽃 붉은 진달래/다 같은 우리나라 곱디고운 꽃/남이나 북이나 동이나 서나/한 핏줄 한겨레 싸우지 마라/
애기 동백꽃 지면 겨울이 가고/봄이면 산에들에 진달래 피네/울긋불긋 단풍에 가을이 가면/애기 동백꽃 피는 겨울이 온다"(최상돈 작사·작곡 '애기 동백꽃의 노래')
제주4·3 73주년을 맞은 올해는 유난히 많은 동백꽃을 볼 수 있다. 동백꽃은 4·3의 영혼들이 붉은 동백꽃처럼 차가운 땅으로 소리없이 스러져갔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 4·3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꽃이다.
그렇다면 왜 제주 4·3사건의 상징이 동백꽃인 것일까. 사실 먼저 추측해 볼 수 있는 의미는 피 즉, 희생이다. 워낙 많은 민간인 희생자가 발생한 제주4·3사건이기 때문에 희생자들의 피를 붉은 꽃으로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또 다른 추측으로는, 당시 사회주의 사상범으로 몰렸던 제주도민들을 사회주의 성향의 사람들을 정치적으로 비하하는 말인 '빨갱이'라고 지칭한데에서 유래됐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이는 제주4·3사건의 희생자들을 비하하는 말로, 희생자들을 추념하는 의미의 동백꽃과는 반대다.
동백꽃에 담긴 제주4·3의 의미는 바로 "4·3의 영혼들이 붉은 동백꽃처럼 차가운 땅으로 소리없이 스러져갔다"이다. 제주4·3사건 희생자들의 '희생'을 감각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동백꽃이 제주4·3사건과 관련해 등장한 시발점은 강요배 화백이 발표한 제주4·3 연작 '동백꽃 지다'이다. 강요배 화백은 1989년부터 3년 동안 제주4·3을 다룬 회화 50점을 그렸고, 1992년 전시회 '동백꽃 지다'를 열었다. '동백꽃 지다'는 제주4·3사건과 항쟁을 그린 작품집으로 제주도민들의 투쟁과 희생, 잔혹했던 민간인 학살을 다뤘다.
강요배 화백의 이런 활동은 제주4·3사건에 대한 자료가 많지 않은 현실에서 제주4·3사건을 기억하고 이해하는데 많은 기여를 했다는 의의가 있다. 이렇게 강요백 화백의 작품 활동을 계기로 동백꽃이 제주4·3사건의 상징이 될 수 있었다. 그림 속 시들어가는 동백꽃을 보면 왜 동백꽃이 제주4·3사건의 상징이 됐는지 알게 된다.
꽃은 기쁨을 축하해 주기도 하고 슬픔을 위로해 주기도 한다. 동백꽃의 대표적인 꽃말은 '기다림'이다. 제주4·3사건의 희생자를 기리는 의미만이 이 꽃의 전부가 아니다. 한 그루 꼿꼿이 서있는 이 동백은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꼼짝 못하는 요즘, 우리에게 차분히 기다리라는 위로의 말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매년 4·3이 다가오면 동백꽃 배지가 4·3평화공원이나 추모 행사장에서도 배부되는 등 동백꽃 배지 달아주기 캠페인이 진행되기도 한다. 이처럼 동백은 4·3의 아픔을 공감하고 평화 인권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동백은 아름다움과 절개, 아픔 그리고 효능까지 다양함으로 우리에게 많은 것을 주고 있다. 4·3 73주년이 다가오고 있는 지금 제주의 동백꽃을 느끼고 의미를 되새겨 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