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월 고사리 채취하는 사람 붐벼
제사음식에 빠질 수 없는 존재
4월 동그란 어린 새순 고사리 적격
고사리의 어원은 굽었다는 곡(曲)에서 따온 '고'와 풀(草)이라는 '사리'가 합쳐져서 곡사리에서 고사리로 변형됐다고 알려져 있다.
4월이 되면 고사리가 저절로 생각난다. 빠르면 3월말부터 5월 중순 정도까지 제주는 고사리를 채취하러 다니는 사람들로 붐비기 시작한다. 4월부터 제주의 날씨는 잦은 비가 내린다. 안개비처럼 내리는 비로 여름철 장마와 같은 분위기가 연상되는데 제주 사람들은 이를 '고사리 장마'라고 부른다.
비가 추적추적 오고 난 다음날 새벽부터 중산간의 오름이나 초지로 고사리를 꺾으러 나가는 사람이 많아진다. 안개비가 내리고 나면 제주도 전역에 제주 고사리가 쑥쑥 자라나기 때문에 중산간지역에 고사리를 꺾으러 가야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맘때쯤 1100도로나 중산간 도로를 지나다 보면 이른 새벽에 많은 차들이 길가에 주차돼 있고 사람들이 삼삼오오 고사리 채취 채비를 갖춰 고사리를 꺾으러 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예로부터 고사리를 많이 먹었기 때문에 고사리는 제사음식에 빠질 수 없는 존재가 돼 있다. 중국 명나라의 본초학자 이시진이 엮은 약학서인 '본초강목'에서는 "고사리는 음력 2~3월에 싹이 나 어린이의 주먹모양과 같은데, 펴지면 봉황새의 꼬리와 같다"고 했다.
고사리는 전국에서 최고로 쳐주며 맛도 좋다. 예로부터 궐채(蕨菜)라 불리며 임금님 진상품으로 올렸을 만큼 쫄깃한 식감과 맛, 향을 자랑한다.
고사리는 무기질이 풍부하고 비타민B1·B2·D 등 식이섬유등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변비예방과 붓기를 빼는데 효과가 있다.
고사리는 채취후 10여분 정도 삶은 뒤 햇빛에 말려서 보관하거나 삶은 후 바로 급속 냉동시켜 냉동실에 두고 1년 내내 먹기도 한다. 고사리는 미량의 독성이 있어서 삶아서 바로 먹으려면 하루 정도 물에 담가 계속 물을 갈아주며 우려서 독성을 제거해야 한다. 고사리는 사용하기 전 여러번 우려내거나 쌀뜨물에 담가 독성을 제거해야 한다. 육지와는 달리 제주도 사람들은 어린 순의 윗부분의 까끌한 식감을 싫어해서 털어내고 장에 내다팔기도 한다.
고사리는 섬유질이 많고, 캐로틴과 비타민C를 약간 함유하고 있으며, 비타민B2는 날것 100g에 0.3㎎ 정도 함유하고 있다. 뿌리 100g에는 칼슘이 592㎎이나 함유돼 있어서 칼슘식품이 적은 산촌에서 좋은 산채라 할 수 있다.
4월 하순에서 5월 상순 사이에 어린 고사리를 따서 나뭇재를 섞어두고 여기에 뜨거운 물을 붓거나, 뜨거운 물로 고사리를 삶고 나뭇재를 섞어 식기를 기다린다. 그러면 비타민B1 분해효소가 파괴되고 쓴 맛도 빠져나온다. 요즈음은 나뭇재 대신 소금과 중조를 쓴다.
제주에서 고사리는 제주 특유의 정체성과 연결된다. 한 달여 공을 들여 채취한 고사리를 스스럼없이 나누는 일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고마운 마음에 건네는 현찰 대신 필요하거나 나눌 수 있는 것들이다.
제주의 4월에 채취하는 고사리는 그해에 처음 나온 초물고사리로 아기가 주먹을 쥔 손처럼 동그랗게 말려진 어린 새순 고사리를 채취해야 한다. 5월 중순이 넘어가면 고사리 줄기가 단단해져서 맛이 없어진다. 그래서 제주의 4월은 고사리 채취에 적기인 것이다. 대략 10㎝정도 길이로 자란 고사리가 부드러우며 더 키가 큰 고사리는 손으로 만져서 똑 하고 꺾어지는 연한 줄기 부분까지 꺾어야 한다.
제주에서는 고사리 채취 장소를 며느리에게도 알려주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나만의 보물창고처럼 매년 찾아가서 고사리를 채취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제주의 4월 중산간도로를 달리다가 길 옆에 여러대의 제주도민 차량들이 서있으면 고사리 채취에 도전해볼만하다. 대부분의 오름 주위에도 고사리가 있다하니 재미나 부업으로 고사리 채취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다. 단 길을 잃거나, 뱀이나 진드기를 조심해서 제주의 4월 고사리를 즐겨보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