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성장 엔진은 투자…"전문성 바탕 신뢰 구축 우선"
국내 대표 액셀러레이터 기업 '크립톤' 참여
투자자 수익 달성·스타트업 동반 성장 목표
2021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제민일보 공동기획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센터장 전정환, 이하 제주센터)가 이달 설립할 예정인 '스타트업아일랜드 제주 개인투자조합'은 소규모 스타트업들의 자본운용 고충을 해소하고 투자유치 기회가 부족한 지역적 여건을 보완하기 위해 추진됐다. 지역의 힘으로 도내 스타트업에게 필요한 성장엔진을 달아주는 일이다. 투자자는 소득공제를 통한 세제혜택과 투자수익 등 이익 외에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기회를 갖게 된다. '도민자본 기반 투자 생태계를 논하다' 대담에 참석한 1호 투자자들은 여기에 투자 리스크를 줄이고 투자조합 확대를 통한 도민자본 투자 문화를 확산하기 위한 방안을 주문했다.
전정환 "스타트업 역량 늘어…투자 수익 상당한 노력"
정은숙 "안전한 투자 가능…수익외 가치 지향도 고려"
오경수 "기업과 소통, 성공적 첫 투자로 신뢰 쌓아야"
고덕훈 "지역 스타트업과 이전기업 사이 방향성 필요"
△투자조합 성공 위한 운영방식
고미(제민일보 편집국장)=개인투자조합에서 투자한 스타트업이 수익이 없거나 손해를 볼 수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어떻게 되나.
전정환(제주센터장)=투자조합은 투자기업을 결정할 때 공공예산으로 시드머니를 투자할 때보다 기업의 수익 창출과 성장성을 더 보게 된다.
시드머니는 다양한 스타트업에 성장 기회를 준다는 접근이지만, 투자조합은 성장을 도우며 투자수익을 달성하기 위해서도 상당한 노력을 한다.
지역 스타트업은 지역에서만 할 수 있는 전략 등 잠재력이 있음에도 아직까지는 서울의 벤처캐피탈 회사들이 지역 기업에 투자 자체를 안 하는 경향이 있다.
지역 투자자들은 가까이서 본다는 장점에 더해 투자자도 같이 성장하는 차이점이 있다. 옆에서 성장을 지켜보고 공부하며 지원하다보면 더 좋은 투자가 가능해진다. 지역 스타트업 투자는 서울의 투자자보다 지역 투자자가 유리한 이유다.
정은숙(제주여민회 정책위원장)=투자조합은 리스크가 있어도 현실성 있는 투자라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저는 자산가도, 사업자도 아니지만 젠더 경제 관점에서 나를 성장시키고 후배도 성장시키고, 공익적인 것까지 담보할 수 있다는 것에 매료됐다.
다만 공익을 너무 강조하기보다 '나도 할 수 있는 투자'라는 생각이 들어야 더 많은 참여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고미=기부처럼 설명하면 자산가나 큰 뜻을 가진 사람 외에는 망설이는 경우가 많을 듯하다.
전정환=기부하는 것과는 다르다. '이제는 기부 대신 투자'라는 점으로 투자자 설득에 나서고 있다. 기부금은 일회성으로 끝나는데 투자는 함께 성장하는 것이고, 재무적 보상이 뒤따르면 다시 투자하면서 스타트업 생태계를 키워 나갈 수 있다. 그런 면에서 경제적 자본, 사회적 자본, 지적 자본을 함께 올릴 수 있는 것이 도민 자본의 선순환이라고 생각한다.
오경수(제주미래가치포럼 의장)=여러 투자가 있다. 보통의 투자는 시간과 돈과 투자했을 때 거둘 수 있는 투자자본수익률(ROI)을 따진다.
하지만 투자조합은 주식·부동산 투자나 장학금 등 기부와 무엇이 다른가를 분명히 해야 한다. 단순히 돈을 벌자는 것이 아닌 복합적인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투자조합은 첫째 수익률이 최소한 정기예금보다 높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 이를 만족시키기 위해 운영자가 적합한 투자처를 찾을 의무가 있다.
둘째 주식 투자자가 주가에 관심 많은 것처럼 투자기업에 조언하면서 관심과 사랑을 쏟는다.
셋째는 사람에 대한 투자다. 벤처, 스타트업 등 훌륭한 기업가를 키우는 것이 장학금을 주는 것보다 실패하더라도 재기할 수 있는 인재를 만들 수 있다.
정상적인 수익을 바라는 마음 외에도 새로운 트렌드에 맞춰 가능성을 발굴하고 투자하는 미래지향적인 감성을 가진 투자자로서 사회변화를 이끌고 투자한 기업가가 좋은 인재로 거듭나기 바라는 마음, 마지막으로 사회에 공헌한다는 마음이 중요하다. 이 같은 투자조합 참여의 이유를 만들어줘야 한다.
△엄격한 투자기업 심사 "가치·소통 지향"
고미=투자자에게 수익을 돌려주는 부분과 함께 스타트업도 선정되기 위해 어느 정도 가상의 결과물을 만들어오는 등 경쟁력을 키울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전정환=투자조합은 두 종류의 조합원이 있다. 하나는 출자자인 조합원이고, 또 하나는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와 크립톤이 하는 업무집행조합원이다.
크립톤은 국내 최장수 액셀러레이터로서 많은 기업을 코스닥 상장시킨 경험이 있다. 지역 스타트업 투자도 활발하게 해서 3년 전 제주에서 투자조합을 구성해 재주상회, 캐치잇플레이, 컨텍에 성공적으로 투자해 기업을 성장시킨 바 있다.
크립톤과 제주센터는 수년간 파트너십 관계에 있는데, 투자할 기업을 결정하는데 있어 세심하게 살펴보면서 목표치를 높게 설정하고 있다. 3~4년 전에는 스타트업이 많지 않았지만 현재는 역량있는 제주 스타트업이 많아졌다. 매년 좋은 투자기업을 3개 이상 선정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정부 모태펀드로 규모를 키우는 것보다 알차게 투자조합을 운영해나가며 향후 규모가 점차 커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정은숙=2030 세대도 다들 주식 투자 열풍이다. 딱히 보장된 것도 아니지만 상장에 대한 기대감과 믿음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이런 투자가 낯선 사람도 많다. 투자조합의 역사가 쌓이면 투자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질 것이다.
여러 단계를 거쳐 심사하기 때문에 오히려 주식보다 안전할 수 있고 훨씬 현실적이다. 제대로 투자한다는 것을 전제로 주식보다 리스크가 적다. 1년에 3000만원 이내로 꾸준히 투자하는 분들이 많은데, 3000만원까지는 출자하면 정부가 환급해준다. 기본적으로 수익률이 주식 이상 되도록 정부가 마련해준 부분도 있다.
지금은 투자조합으로 하지만 자연스럽게 기업을 선택해서 엔젤투자하는 분들도 늘어날 것으로 생각한다. 다만 제주라는 공간을 사랑하는 입장에서 기관이 투자를 결정할 때는 기준이 공익적일 것, 환경친화적일 것, 제주의 미래비전을 담을 것 등 선정 기준에 수익 외의 지향점도 있었으면 한다. 투자심의위원회라는 집단체계가 그런 지향점을 잘 가져갈 수 있을 것 같다.
고덕훈(영농조합법인 탐라인 대표)=제주도의 입장에서 지역에서 출발한 스타트업을 키울 것인지, 스타트업 하기 좋은 도시라는 이미지를 위해 이주해오는 육지기업을 키울 것인지 방향성과 계획이 있어야 한다. 둘 다 필요한 것이지만 이전해오는 기업과 똑같은 대우는 섭섭하게 느낄 수 있다. 차별이 아닌 선에서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오경수=도민들 가운데 가상화폐 투자 등에 적극적이지 않은 이유가 도민들은 먼저 나서기보다 일단 지켜보는 경우가 많다. 첫 단추가 가장 중요하다. 투자 운영기관과 투자받은 기업 모두 우수하고 신뢰가 있어야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다. 또 투자심사나 기업체 방문 등 프로세스에 조합원들을 자꾸 참여시켜야 애정이 생긴다. 같이 공부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제주는 소통이 매우 중요하다.
전정환=제주센터의 핵심목표중 하나가 스타트업 커뮤니티를 조성하는 것이다. 재작년에 엔젤투자자 커뮤니티를 만들었는데 코로나19로 연락을 자주 못 드렸지만 올해 보다 활성화할 계획이다.
스타트업의 도시가 된 콜로라도 볼더시도 20년이 걸렸다. 지금부터 20년을 내다봐야 한다. 포틀랜드도 투자조합 역할이 컸다. 투자자들에게 보람과 이익을 주면서 지역의 가치를 살릴 수 있는 세심한 투자로 스타트업아일랜드 제주를 만들어가겠다.
오경수=뉴욕 주재원 시절 실리콘밸리를 가보니 세계 각지의 디지털노마드들로 창업의 허브가 돼 있었다. 제주도 역시 200개 이상의 스타트업이 와 있고, 청정제주에서 릴랙스 하면서 창업하는 청년들도 늘고 있다.
문화감수성이 풍부한 MZ세대가 즐기면서 창업하는 분위기가 되면 제5의 물결과 같이 저절로 인구가 유입되고 파급효과로 제주에 새로운 문화나 역동성이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