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찾아가는 인성아카데미 11. 제주중앙고등학교 2학년

제민일보·도교육청 주최…송태진 PD 초청 강의
적절한 미디어 해석 통한 '리터러시' 능력 강조
"화면 속의 아프리카는 일부…고정관념 버려야"

보고 싶거나 알고 싶은 것만 아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아프리카를 보자. 우리는 흔히 빈곤과 기아, 질병 같은 알고리즘으로 아프리카를 본다. 하지만 검은 황금이라 불리는 아프리카는 풍부한 천연자원과 야생이라는 특별함 등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미디어 리터러시라는 장치를 통해 객관적인 접근과 비판적인 해석·검토를 한다면 충분히 보이는 것들이다. 가짜뉴스가 일상을 흔드는 요즘, 일부가 아닌 전체를 볼 수 있는 시각은 인성을 키우는 좋은 배양분이 된다.

△우리와 똑같은 아프리카

제민일보사(대표이사 사장 양치석)와 제주도교육청이 공동으로 진행하는 2021 찾아가는 인성아카데미가 지난달 12일 제주중앙고등학교 2학년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날 강사로 나선 송태진 케냐 방송국 GBS-TV PD는 '아프리카 사람들의 인성과 미디어 리터러시'를 주제로 실시간 화상회의(ZOOM)을 통해 학생들과 만났다.

송 PD는 학생들에게 아프리카 아이들이 밥을 먹지 못해 마른 모습이 담긴 사진과 서울특별시 강남구에 위치한 구룡마을 사진을 보여주며 강의를 시작했다.

송 PD는 "아프리카 아이들이 가난하고 식사도 잘 못하는 모습이 가장 자주 보는 이미지일 것"이라며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살고 번화한 동네인 강남에도 구룡마을이라는 유명한 판자촌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외국인 기자가 구룡마을을 촬영하고 한국 사람들이 무허가 판자촌에 살고, 밥도 잘 못먹고 산다는 기사를 쓸 수 있다"며 "이건 한국 전체의 모습이 아닌 일부"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프리카를 바라보는 많은 기사들은 힘든 극빈층의 일부 모습만 비춰준다"며 "그렇다보니 아프리카가 우리보다 떨어진다,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만 현지에서 직접 살아보니 굉장히 차이가 많고 우리나라와 똑같다"고 말했다.

△아프리카 전체 인구 중 극빈층은 1.9%

송 PD는 아프리카 전체 인구 중 전쟁, 자연 재해 등으로 인한 극빈층 비율이 1.9% 밖에 되지 않는 점을 예로 들며 나머지 아프리카 사람들은 우리와 비슷한 삶을 살고 있음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송 PD는 "아프리카 전체 인구 12억5000만명 중 전쟁이나 가뭄, 자연재해 등으로 생계가 힘들어져 보호가 필요한 사람은 2421만명"이라며 "이들은 아프리카 전체 인구에서 1.9% 밖에 안되는 극빈층으로 아주 적은 비율"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들에게는 도움이 필요하고 절대 외면하면 안되는 건 맞지만 미디어는 1.9%의 사람들에게만 집중이 되고 있다"며 "한국에도 고시원 쪽방촌에 가면 힘들게 사시는 분들이 많다. 한국에 산다는 것 뿐이지 생활은 비슷한 수준"이라고 부연했다.

송 PD는 "아프리카에서 영양실조 상태에 있는 사람의 경우 전체 인구의 20%인 2억5000만명"이라며 "거꾸로 보면 80%가 잘 먹고 잘 사는 사람들이지만 우리는 안 좋은 것만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프리카에도 사회보장제도가 있다"며 "아프리카 사람들이 다 가난하다는 편견은 너무 좁은 생각이고 절대 오해하면 안된다"고 전했다.

△한국의 아프리카 뉴스는 가장 자극적

송 PD는 아프리카 관련 기사를 확대해서 받아들이지 말 것을 학생들에게 당부했다.

송 PD는 "지난해 기사 중 메뚜기떼가 아프리카 하늘을 뒤덮었다는 기사가 나왔다"며 "인공위성으로도 메뚜기떼가 보인다는 뉴스를 보고 사진을 찍기 위해 사방팔방을 돌아다녔지만 10시간 동안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뉴스를 보면 아프리카 대륙 전체가 메뚜기떼가 뒤덮은 것으로 착각한다"며 "물론 메뚜기떼로 인해 피해가 큰 건 맞지만 아프리카 전체가 그런건 아니다"라고 피력했다.

그는 "현지에서 기사가 만들어지고 그걸 외신에서 뉴스로 만드는 과정에서 자극적인게 걸러지고 그 뉴스를 한국의 신문이나 TV에서 받아가는데, 한국에서 소개되는 아프리카 기사는 가장 자극적인 내용이 중심"이라며 "우리도 그들과 똑같은 사람이고 함께 생각할 수 있는 만큼 미디어도 해석하는 리터러시가 필요하다"며 강의를 마쳤다. 김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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