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이제는 기록유산으로 2. 공감대 형성 중요
기록유산 국내 16건 등재…경쟁 우위 선택과 집중 필요
완전 해결 위해 미국 현지 조사…미공개 문서도 수두룩
사실 근거한 핵심적인 사건 중점…다음 세대 전승 기여
제주4·3이 전국화를 넘어 세계화를 위해서는 기록유산 등재가 시급한 실정이다. 기록유산 등재에 앞서 제주4·3평화재단은 기록물 수집 캠페인은 물론 수집된 자료를 바탕으로 '4·3 기록물 특별전, 기록이 된 흔적'도 진행하는 등 공감대 형성을 위한 절차에 돌입했다. 하지만 단순 기록물 수집 후 기록유산 등재 신청에 나설 것이 아니라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논리 개발이 중요한 과제로 남고 있다.
△2년 1회 준비 철저
문화재청은 1992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사업을 설립한 이후 199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목록화 사업을 시작했다.
신청 주기는 유네스코 관련 규정에 따라 격년으로 국가별 회당 2건 신청이 제한됐다. 올해의 경우 신청 서류 제출은 다음달 30일까지로 이후 일정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우선 매년 2회 문서, 기록물, 영상물, 음향자료 등 등재 신청 유산을 공모한다. 이후 공모 접수 대상에 대한 심의를 통해 등재 신청 대상을 선정하게 된다.
선정된 등재 신청 대상은 전문가 검토와 보완 과정을 거쳐 등재 신청서를 작성하게 되며 등재 신청서는 검토된 후 최종 제출된다.
현재까지 국내에서는 1997년 조선왕조실록, 훈민정음(해례본) 등을 시작으로 모두 16건의 기록유산이 등재됐다.
문제는 문화재청이 2017년 내부 심사를 거쳐 유네스코에 제출키로 한 우선 심사 대상은 동학농민혁명과 4·19혁명 기록물 등 2건으로 제주4·3 기록물은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향후 제주4·3 기록물 등재를 위해서는 방대한 자료 수집은 물론 국내 심사에서 경쟁 후보들보다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상황이다.
△미 정부 책임 규명
제주4·3의 완전한 해결을 위해서는 국내 역사적 기록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미 정부 책임 규명도 빼놓을 수 없다.
제주4·3평화재단은 지난해 미국 자료 현지조사팀을 구성해 6개월간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을 중심으로 4·3 관련 기록물 3만8000여매를 입수했다.
이보다 앞서 본격적인 미국 자료 현지 조사는 4·3특별법 제정 직후 정부 차원의 진상조사가 추진되던 2001년 4·3중앙위원회와 제주도가 합동으로 조사팀을 꾸려 진행됐다.
이 같은 노력에도 여전히 공개되지 않은 4·3 관련 문서들은 수두룩한 실정이다.
게다가 미군정 책임 규명은 4·3을 올바르게 후대에 전해주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이기 때문에 추가 조사와 자료 수집 등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아카이브 형성 한목소리
우선 전문가들은 제주4·3에 대한 기록유산 등재에 앞서 아카이브 형성이 최우선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모든 기록물 확보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적절한 주제를 정한 뒤 해당 주제에 맞는 기록물 수집, 수집된 기록물 조합, 기록유산 등재 신청 등 절차가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제주를 넘어 전국화와 세계화를 위해 역사적 사건을 단순히 나열하기보다는 핵심적인 사건에 중점을 둬야 하는 상황이다.
제주4·3은 제주지역 역사를 설명하는 중요한 기록으로 후대에 전승돼야 한다. 하지만 제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닌 국가적·세계적 역사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사실에 근거한 논리 개발이 선행돼야 한다.
이에 따라 제주4·3평화재단 등 관련 단체의 역할이 중요하다. 게다가 기록으로의 역사로 다음 세대 전승을 위해 도민과 국민 모두의 공감대를 이끌 수 있는 작업도 이뤄져야 한다. 양경익 기자
[인터뷰] 서경호 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국제자문위원·서울대학교 명예교수
"제주4·3의 기록유산 등재는 마지막 절차가 아니라 과거사 해결을 위한 출발점이다"
서경호 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국제자문위원(서울대학교 자유전공학부 명예교수·사진)은 제주4·3 기록물에 대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신청과 관련해 이같이 평가했다.
서 교수는 "기록유산 등재를 위해서는 공감대 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제주도민에게는 무척 중요한 역사적 기록일 수 있지만 국가적 또는 세계적으로 영향이 있었는지를 기록유산 등재 신청서에 풀어내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특히 "기록유산 등재의 경우 다른 지역 또는 타사례에 대한 벤치마킹은 사실상 한계가 있다"며 "사건마다 성격이 다른데다 사건을 바라보는 입장도 전부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처음부터 모든 자료를 전부 수집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확보된 자료는 물론 추가 발굴 등을 지속해서 반복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기록물의 경우 수집·보관이 우선 첫 번째 목표지만 이후 대중에 접근을 제고해 기록물의 의미를 각인시켜 나가야 한다"며 "그렇기 때문에 기록유산 등재에 이어 역사적 사실의 의미를 넓혀가는 작업이 사실상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경익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