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이 만드는 문화 수눌음 정신 눈길
제주시 법정 문화도시 지정에 힘 모아

제주는 섬이라는 지역 특성상 여러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수많은 갈등과 문제들이 존재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과 예산이 쓰이고 있다. 그러나 위에서 결정되어 아래로 전달되는 방식의 정책들이 도민의 삶에 와 닿기에는 다소 거리가 느껴지는 경우가 있다. 이를테면, 아이를 데리고 어린이 관련 공적 시설들을 찾을 땐 문이 닫혀 있기도 하다. 초등학생 돌봄 공백을 위한 시설의 경우 막상 방학이 되면 인적 지원이 줄어드는 괴리감이 있다.

여기서 문제를 원점으로 되돌려본다. 그 문제 해결의 중심에 도민(또는 시민)을 두는 것은 어떨까.

문제 발굴의 단계에서부터 직접 시민이 참여하여 해결 방안을 찾고, 직접 시도하고, 결과와 상관없이 과정에서 공감대를 얻는 것까지 최소한의 관여와 최대한의 행정적 지원을 해 주었던 기관이 필자의 입장에서는 문화도시 제주였다. 육아와 자립을 원하는 엄마들과 아이들을 위해 공간과 기반을 마련해주고 '경력잇는여자들 화북 수눌당', 양돈장 악취로 갈등을 겪고 있는 마을에 '금악리 마을정원'을 조성했다. 또한, 문화도시 특성화 사업인 '시민문화실험실(랩파이)'이 있다. '우물랩'은 우리의 작은 실천으로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줄여 보자는 '지구별약수터'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 캠페인은 제주를 넘어 전 국민이 참여하고 있다. 남는 폐자재를 활용한 집수리 '집랩'과 폐시트 업사이클링 등, 친환경 제품을 제작하는 '애월단'이 있다. 제주시 곳곳의 어르신들을 찾아가 마을의 이야기를 직접 듣는 '수눌음 마을탐방단', 버려지는 농산물의 쓰임을 함께 고민하는 '남는채소연구소', 청소년 환경축제 '그린라이트', 제주 청년들의 독립적 여가활동을 위한 '런(RUN)택트'등을 통해 청년들의 참신함을 몸소 표현할 기회의 장을 마련해 준다.더불어, 제주시 곳곳에 책방들을 연결하는 '문화도시 책방축제 책섬'은 제주를 문화로 풍요롭게 하고 있으며, 자연에 폐 끼치지 말고 걸으면서 참선하는 '걷젠(zen)'은 일상 속 관광을 새롭게 해석, 제시하고 있다.

이 모든 활동의 핵심 키워드는 '수눌음 정신'이다. 수눌음 정신을 바탕으로 제주 사회에 많은 변화를 일으킨 문화도시 제주는 현재 예비 문화도시로 법정 문화도시 지정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법정 문화도시란, 시민이 공감하고 즐기는 도시문화의 고유성과 창조력을 바탕으로 미래지향적 사회 성장구조와 지속가능한 도시발전체계를 갖춘, 문화의 가치와 가능성을 바탕으로 진화하는 사회적 생명체로 정책적 개념을 정의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지정하는 문화도시 지정 후에는 5년간 최대 200억 원 규모의 사업비가 지원 및 추진된다.

서귀포시는 105개 마을이 가꾸는 노지 문화 서귀포를 주제로 2019년 제1차 문화도시로 선정돼 다양한 지역의 자원을 발굴하고 활발한 활동을 해 오고 있다. 

서귀포시의 노지문화와 제주시의 수눌음 문화가 결합된 다양한 활동이 전개된다면 제주도는 관광객뿐만 아니라 도민들이 살기 좋은 섬이 되지 않을까 상상된다. 세대, 계층, 지역, 성별 등의 갈등 역시 문화의 힘으로 충분히 통합될 수 있다고 믿는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제주시민, 더 나아가 전 도민의 관심과 응원이다. 제주시에 문화도시가 필요한 것은 지역 사회 내에서 당장 도민 모두가 우리네 삶의 주체가 되기 위함이다. 한 명의 입도민이자, 한 아이의 엄마이자, 제주시민으로서 법정 문화도시 지정을 간절하게 성원한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