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유휴공간·인력 활용한 마을 보육 제안 

지난해 제5기 제주청년원탁회의 일자리 분과 청년위원들은 맞벌이, 특히 서비스직이 많은 제주에서 돌봄 공백이 우려된다는 청년들의 공감대로 '일과 가정의 양립'문제를 가장 시급한 청년 문제로 선정하였다. 

전국적으로 출산과 보육을 위한 많은 예산이 쓰이고 있지만,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에게 돌봄 사각지대는 여전히 존재한다. 

이에 실질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방안들이 시도되고 있다. 

제주시소통협력센터 어린이친화 공간 '소소소'는 매주 월요일 오후 제주북초등학교 방과후 돌봄 프로그램 '온기나눔'에 개방되고, 화요일 오후(13시)에는 '경력잇는여자들 협동조합'의 경력 단절 여성들이 아이들을 보육하며 건축, 작가, 교사 등 다양한 경력을 이어나갈 수 있는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한편 도내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공간과 프로그램이 읍·면·동 지역으로 갈수록 부족하다는 의견에 지난 3월 30일 제주도의회 본관 3층 제2회의실에서는 '지역 인력을 활용한 마을 보육과 교육 시스템 구축 방안 모색을 위한 좌담회'가 개최되었다. 

이날 좌담회는 자녀의 보육과 교육문제로 인해 경력 단절되는 비율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 향후 경력이음 정책의 일환으로 마을의 유휴공간과 경력단절된 지역의 인력을 활용해 보육과 교육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다각적인 방안이 모색되었다. 

좌담회를 공동주관하는 정민구 의원은 "도내 맞벌이 가정은 지난해 기준 60.4%로 전국 최다이며, 경력단절 비율이 높아가는 데에는 30대와 40대의 육아 부담이 가장 큰 이유"라며 "양육부담을 덜기 위한 별도의 돌봄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현길호 의원은 "경력 단절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과 육아의 양립을 위한 인프라 구축이 우선되어야 하는데, 중년 여성의 공동체 활동과 학습 동아리를 지원하고 사회적경제 조직으로 전환해 창업과 재취업 정보를 공유하는 등 사회적경제조직으로 전환되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경미 의원은 "특히 경력단절여성이라는 단어 대신에 경력보유여성 등 새로운 용어를 사용해 임신과 육아에 기여한 여성의 경력이 인정받고 존중받는 문화를 확산할 수 있도록 '경력인정서'를 발급해 줄 것"을 제안했다.

좌담회에 참석한 남초등학교 강소희 학부모는 "현재 경력잇는여자들 협동조합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경력 이음 시스템을 시니어층에게도 적용하면 다양한 일자리 창출과 더불어 돌봄 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 지역의 유휴공간 활용과 시스템 안정화를 위해 도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며 학부모들의 의견을 전달했다.      

당장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기 어렵더라도 이러한 논의와 시도들이 더 나은 제주의 돌봄 환경을 구축해 주리라 믿는다. 

파란눈의 의사 인요한 교수는 "요즘은 어른과 젊은이들이 만날 공간이 없어졌다. 노인들은 소통에 목마르고 젊은이들은 삶의 지혜를 얻지 못한다. 지금 세대 간 소통이 없어진 것이 중앙난방으로 아랫목이 없어진 것 때문이 아닌가 싶다."라고 말했다.
온 마을이 한 아이를 키울 때가 있었다. 

마을 곳곳에 활용되지 못하고 닫혀 있던 공간의 문을 활짝 열어, 육아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 및 은퇴하기엔 너무 젊은 실버 세대들과 우리 아이들을 제도적으로 연결하고 지원해 준다면 인구절벽, 세대간의 갈등 같은 시대의 문제들도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경력이음 정책을 통해 수눌음 정신이 넘치는 제주형 아랫목 모델이 나와주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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