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찾아가는 인성아카데미] 8. 제주 삼성여자고등학교 2학년
한국 대선서 미래 생명 책임에 대한 논의 없어 독일과 비교돼
독일, 시리 난민 사태 시 100만 명 수용...수준 높은 정치의식으로 가능
자신, 타인, 자연과의 관계를 돌아보는 독일 핵심교육 도입해야
제민일보사(대표이사 사장 양치석)와 제주도교육청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2022 찾아가는 인성아카데미'가 지난달 11일 제주 삼성여자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날 강사로 나선 김누리 중앙대학교 독문학과 교수는 '독일의 민주시민교육'를 주제로 강의를 진행하며 독일의 일상 민주주의 사례와 핵심교육 등을 소개했다. 강의는 실시간 화상회의(ZOOM)를 활용한 비대면 방식으로 이뤄졌다.
△한국 어른들은 젊은이들 미래에 관심이 없다
"어른들을 믿어서는 안 된다. 특히 한국의 어른들을 절대 믿어서는 안 된다. 그들은 여러분의 미래에 관심이 없다."
김누리 중앙대학교 독문학과 교수는 지난해 9월 독일에서 치러진 총선과 올해 3월 한국에서 치러진 대선을 지켜보며 이 같은 생각을 확신하게 됐다.
독일 총선에서 가장 큰 쟁점은 생태와 기후변화 문제였다. 선거 쟁점 가운데 46%가 생태와 기후변화 등 '미래 생명의 책임'에 대한 것이었다.
반면 우리나라 대선에서는 생태·기후변화 문제는 토론 주제로도 오르지 못하는 등 미래 세대를 위한 책임의식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게다가 입시 지옥 등 무한 경쟁을 부추기는 현 교육 과정도 이번 대선에서 제대로 논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이러한 현실을 두고 "한국의 어른들은 눈앞에 이득만 챙기며 젊은이들의 '미래'뿐만 '현재'의 고통을 외면하고 있다"며 "대한민국이 젊은이들의 지옥이 된 것은 이처럼 무책임하고 무관심한 기성세대 때문"이라고 꼬집어 말했다.
이어 "'22세기는 오지 않는다', '지금 사는 사람들이 최후의 인류가 될 것이'라는 담론이 유럽에 널리 퍼져 있다"며 "우리 학생들이 마지막 인류가 되지 않기 위해, 미래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 똑똑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똑똑해지는 길은 독일 등 일상 민주주의가 발달한 국가의 교육 방식을 배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이 나서 100만 난민을 받는 나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2015년 시리아 난민 사태가 유럽 대륙을 뒤흔들 당시 100만 난민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영국과 프랑스 등 유럽은 난민 수용 문제로 정치 지형이 불안정한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독일은 100만 난민을 받겠다고 선언했다.
실제로 독일은 그해 117만 명이 넘는 난민을 받아들였고, 이때 메르켈 총리의 결정에 대한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메르켈 독일 총리는 다음 선거에서도 국민의 선택을 받아 재임하며 세상을 놀라게 했다.
김 교수는 "100만 난민 수용과 함께 메르켈 독일 총리의 재임은 독일 국민의 수준 높은 정치의식이 없었다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며 "이는 어려서부터 외부에 억압되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게끔 이끄는 독일의 정치교육이 있어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영향으로 독일에서는 안나 뤼어만이 녹색당으로 출마해 세계 최초 최연소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며 "우리 학생 중에서도 안나 뤼어만과 같이 대한민국의 최연소 도의원·국회의원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인간 됨을 가르치는 독일의 핵심교육
김 교수는 독일의 핵심교육으로 성교육과 정치교육, 생태교육 등 3가지를 꼽았다.
김 교수는 "민주주의 최대의 적은 약한 자아다. 초자아는 사회적 규범·도덕·윤리와 직결되므로, 죄책감을 내면화한 자아는 권력 앞에 굴종한다. 그래서 독일에서는 어려서부터 성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갖도록 해 강한 자아를 기르고 죄의식을 내면화하지 않는 인간으로 교육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교육의 경우 선동가 판별과 불의한 권력에 맞서는 저항권을, 생태교육의 경우 소비 시 환경 파괴에 대해 죄책감을 갖도록 한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이를 종합하며 "성교육은 자신과의 관계를, 정치교육은 타인과의 관계를, 생태교육은 자연과의 관계를 돌아보는 것"이라며 "하지만, 우리 교육 과정에서는 이처럼 중요한 '인간이 되는 법'을 가르치고 있지 않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민주 정부 30년 동안 입시 교육 등에 대한 논의만 이뤄졌지, 연대와 공감 등 교육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며 "이제는 독일의 핵심교육을 받아들여 한국 교육을 개혁해야 할 시기며, 교육 개혁이 제대로 이뤄진다면 사회 개혁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진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