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일보·제주특별자치도 공동기획
양돈산업 살길, 악취해결·분뇨자원화 혁신
4. 가축분뇨 정화수 처리 시스템

양돈농협 가축분뇨 자원화시설 정화수 처리
농축산부 공동기자단 현장취재 등 전국 관심
농업용수 등 가능 불구 법적 근거 없어 제약

전국에서 유일하가 가축분뇨 정화수를 생산하고 있는 제주양돈농협 가축분뇨 공동자원화 시설. 농림축산식품부 공동취재단 제공.
전국에서 유일하가 가축분뇨 정화수를 생산하고 있는 제주양돈농협 가축분뇨 공동자원화 시설. 농림축산식품부 공동취재단 제공.

제주특별자치도는 양돈산업과 말(馬아)산업 등 우리나라 최대의 축산업 지역이다. 지난달 23일 아시아 최대 축산학 분야 국제학술대회인 제19차 아세아태평양 축산학회(AAAP) 학술대회가 제주에서 열렸다. 특히 축산 전문가와 농림축산식품부 공동취재기자단 등의 전국언론은 제주양돈농협 축산분뇨자원화시설 등을 방문해 정제액비를 재이용하는 방안 등에 대해 논의가 이뤄졌다. 

△제주 가축분뇨처리 전국서 관심
제19차 아세아태평양 축산학회가 '인간과 자연을 위한 축산'을 주제로 지난달 23일부터 26일까지 한국, 중국, 일본, 대만 등 30여개국 축산 분야 학계·업계 관계자 등 13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개최됐다.

아세아태평양 축산학회 학술대회는 전 세계 축산 관련 학자, 연구자, 산업계 인사와 축산인들이 모여 축산 분야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축산업계 발전·성장의 토대를 마련해 국가 간 협력을 주도하기 위해 2년마다 개최되고 있다. 

제주에서 열린 축산학회 학술대회 역시 축산업이 미래신성장 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다양한 논의가 이뤄졌다.

축산학회 학술대회에 참석한 농림축산식품부 공동취재기자단 등은 지난달 대회기간에 제주양돈농협 축산분뇨자원화시설을 방문해 정제액비처리 시설 등을 벤치마킹했다.

양돈농협 축산분뇨 공동자원화시설은 2019년 6월 개설된 제주시 한림읍 3만7361㎡(1만1300평)의 부지에 액비화조, 막분리조, 퇴비장 등 시설을 갖추고 있다. 주변 양돈농가 등으로부터 일평균 약 296t의 가축분뇨를 수거해 148t의 액비, 148t의 정화수(재이용수), 22t의 퇴비 등을 생산하고 있다.

제주도는 인구와 면적 대비 양돈사육 밀집도가 높아 가축분뇨 처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가축분뇨 중 상당량을 퇴비와 액비로 재생산해 처리하고 있지만 살포할 초지와 농지가 부족한 상황이다.

2020년 기준 제주지역 가축분뇨 발생량은 5194만t이며, 이 가운데 돼지 분뇨(2037만t)가 40%에 달했다. 

퇴액비 과다살포 등으로 인해 토양이 질산성질소 비중이 높아지고, 지하수 오염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는 등 퇴비와 액비를 통한 재활용처리에 한계를 겪고 있다.

제주도는 2019년 양돈분뇨 관리 방향 대전환을 선언하면서 정밀정화수의 처리비중을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도는 양돈분뇨를 액체탱크에서 공기주입 및 미생물 발효과정을 거친 후 액비화했던 기존에 방식에 최신기술(감압증류 및 역삼투압 방식 등)을 통한 처리 단계를 추가, 방류수 수질기준 이상으로 완전 정화처리키로 한 것이다.

방류수 수질기준 이상 완전히 정화된 양돈분뇨를 농장의 세척수나 냄새저감을 위한 안개분무용 또는 농업용수로 재활용한다. 또한 악취 등을 완전히 정화해 도내 골프장 잔디 관리용수로 활용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가축분뇨 정화수를 생산하기 위한 필수설비인 양돈농협 자원화시설내 역삼투압정화시설.
가축분뇨 정화수를 생산하기 위한 필수설비인 양돈농협 자원화시설내 역삼투압정화시설.

△음료수 수준 정밀 처리
제주양돈농협 축산분뇨 공동자원화시설은 방류수 수준을 넘어 음료수 수준의 정화수로 처리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전국에 가축분뇨 공동 자원화 시설은 86곳이 있으며, 제주에도 9곳의 자원화 시설이 있다. 이 가운데 정화수를 생산해 재이용수로 공급하는 곳은 이곳 양돈농협 자원화 시설이 사실상 유일한 곳이다.

마실 수 있는 물의 여부를 판단하는 용해고형물질(물속에 용해된 미네랄 등 고형물질) 기준으로  △수돗물 80ppm(백반분율) △제주삼다수 33ppm 수준이며, 양돈농협 자원화시설의 정화수는 약 44ppm으로 수돗물보다 생수에 가까운 수준으로 깨끗하다.

이에 양돈농협 자원화시설의 가축분뇨 정화수는 지하수와 같이 농업용수와 청소용수, 조경용수 등으로 충분히 활용이 가능하다.

현재 정화수는 자원화시설내 세척수로 사용하고 있으며, 연못물로 재활용하면서 금붕어 등을 키우고 있다.

양돈조합은 2021년 5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15개월간 3만6331t의 정화수를 생산했다. 이 정화수로 안개분무(4724t),냉각수(8477t), 청소수(3537t), 조경수(1만7085t), 탑취탑(2502t) 용도로 사용했다.

△재활용 위한 법근거 필요
양돈농협 자원화시설의 경우 역삼투압 과정을 거쳐 처리한 정화수가 방류수 수질 기준을 충족할 뿐 아니라 제주대 생명과학기술혁신센터가 검사한 먹는 물 수질 검사에서도 적합 판정을 받을 정도로 청정성을 입증받았다.

음료용으로 활용하기에는 시기상조라 할 수 있지만 정화수를 농업용수와 청소용수 등으로 재활용하기에는 충분하다.

문제는 일반 지하수처럼 활용하기에는 법적, 제도적 한계가 있다.

양돈농협 가축분뇨 자원화시설의 경우 현재 지역 양돈 농장에서 수거한 분뇨를 활용해 하루 150t 정도 정제된 정화수를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자원화공장 내 청소용, 조경용, 안개 분무용 등 자체 사용에 그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농업용수 등 수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돼 있지 않아 재활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가축분뇨 처리 관련 규정에 정화수를 재이용할 수 있는 기준은 따로 없고, 비료로 성분함량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액비로도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가축분뇨의 정화수를 수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현행 가축분뇨법이나 환경법의 개정이 시급한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 송재호 의원(제주시 갑·)은 지난해 10월 가축분뇨를 정화 처리해 농·산업 용수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시장·군수·구청장의 허가를 받은 공동자원화시설에서 액비를 정화해 재처리수(재이용수)를 생산하고 이를 농업용수, 조경수 및 도로세척수 등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지만 현재까지 국회서 통과되지 못했다.

제주도 뿐만아니라 전국에 정화수 생산이 가능한 가축분뇨 자원화시설을 확대하고, 새로운 수자원으로 활용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가축분뇨법'과 '환경법' 개정이 조속히 이뤄지고, 이에 맞춰 행정·제도적 장치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김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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