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감귤 미래 50년을 일구는 선도 농업인] 11. 문성희씨
문성희씨(61)는 현재 서귀포시 상예동 일원에서 노지와 하우스, 타이벡 감귤 등 5000평 규모의 과수원을 운영하며 고품질 감귤을 생산하고 있다. 특히 과수원 환경이 제주지역 내에서도 각각 달라, 농가마다 자신의 토질에 맞는 재배법을 연구·적용해야만 고품질 감귤을 생산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또한 타이벡 감귤의 비상품 기준 완화를 제언한다.
내 가족이 먹는다는 생각으로 농사 일궈야...자신 과원 환경 이해, 농법 개발
고품질 생산 노하우 따로 없어, 기본에 충실...타이벡 비상품 기준 완화 제언
△내 가족이 먹는다는 생각으로 감귤 재배
문성희씨(61)는 현재 서귀포시 상예동 일원에서 노지와 하우스, 타이벡 감귤 등 5000평 규모의 과수원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고품질 감귤 생산을 위해 타이벡(Tyevk)을 이용한 감귤 재배(2000평 규모)에 주력하고 있다.
타이벡 농법은 타이벡이라는 합성지를 바닥에 깔아 일조량을 높이고, 수분량을 조절해 당도를 높이는 재배법이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감귤연구소에 따르면 타이벡 농법 적용 시 감귤의 착색이 빠르고 일반 감귤보다 당도가 3브릭스(Brix) 이상 증가했다.
문씨가 처음부터 감귤 농사를 지었던 것은 아니다. 문씨의 농사 인생은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때는 2002년. 당시 전업 주부였던 문씨는 남편의 병환이 깊어지자 가정에 보탬이 되는 일을 찾다 결국 전업농의 길로 들어섰다. 하지만 그간 감귤과 인연이 없어 관련 지식이 전무했던 문씨는 농사 초기에 상당히 애를 먹었다.
어깨 너머 배운 관행 재배 탓에 문씨의 감귤은 맛이 없어 가족들에게서도 외면당하기 일쑤였다.
문씨는 "언젠가 친정에 들렀는데 얼마 전 가져다드렸던 제 감귤이 그대로 있는 거예요. 속상했죠. 부모님도 괜히 눈치를 보시더라구요"라며 "이때 '내 가족이 먹지 않는 감귤을 어떻게 팔 수 있겠느냐'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기왕 시작한 농사 고품질 감귤을 생산해 가족에게는 물론 모든 사람에게 인정받겠노라 결심했어요"라고 당시를 회상하며 웃었다.
그렇게 고품질 감귤을 생산하기로 결심한 문씨는 제주도농업기술원과 각종 감귤 기관·연구회, 선진 농가 등을 제집 드나들듯 오가며 공부했다. 배운 것을 토대로 실천에 옮긴 결과 현재까지 전국에서 인정받는 고당도 고품질 감귤을 꾸준히 생산하고 있다. 특히 2019년에는 제주감귤박람회에서 금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 자신의 과수원 환경에 대한 이해 선행돼야
문씨는 고품질 감귤 생산을 위한 특별한 노하우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미 고당도 고품질 감귤 생산을 위한 표준 농법들이 노가에 많이 보급됐고, 현재에도 질 좋은 교육들이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다만 자신의 과수원 환경에 맞게끔 표준 방법을 응용해 적용하라고 강조했다.
예컨대 다른 농가는 보통 7~8월에 타이벡을 설치하지만, 문씨는 6월 초에 타이벡을 피복한다. 이는 문씨의 과수원의 토심이 깊기 때문에 이른 단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겨울철이면 땅이 들뜨는 문씨의 과수원 특성상 타이벡을 거둬들이는 시기도 다른 농가와는 다르다.
문씨는 "같은 제주지역이라도 해도 토질의 특성이 다양하다. 표준 농법을 참고하되 자신의 과수원 환경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데이터를 축적해 자신만의 농법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고품질 감귤 생산 위해 부지런히 움직여
문씨는 고품질 고당도 감귤 생산을 위해서는 그 누구보다 부지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감귤 농사 일련의 과정을 살펴볼 때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수세 회복을 위한 영양 공급부터 다음 해의 결실을 기약하는 전정 등 어느 하나라도 소홀히 한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다.
특히 문씨는 감귤 나무 하나하나를 거의 자식 다루듯 돌본다. 다른 농가가 '이쯤 하면 되겠지'하는 것도 한 번 더 살피고 둘러본다.
예를 들면 빗물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나무 기둥을 천으로 감싸는 작업이 있다. 이때 다른 농가가 반쯤 감싸면 문씨는 조금 더 힘들더라도 온전히 감싼다.
전정도 손이 많이 가지만, 필요한 곳이 있다면 바로바로 처리하는 편이다.
문씨는 "긴 호흡을 가지고 해야 하는 농사이기에 시기별로 소홀해질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서 "조금만 더 부지런히 움직여 시기별 작업이 소홀해지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 타이벡 감귤 비상품 기준 완화 필요하다
문씨는 타이벡 감귤에 대한 비상품 기준이 완화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특히 타이벡 비상품이 가공용으로 보내지는 데 아쉬움을 토로했다.
타이벡 재배 방법이 시간과 손이 더 많이 가는데 단지 크기만으로 타이벡 감귤이 비상품으로 분류되는 이유에서다.
문씨는 "일반 노지 감귤과 비교해 타이벡은 많은 정성이 들어간다"며 "한 컨테이너에 3600원인데 가공용으로 쓰기에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가공용보단 취약계층 등에 전달되는 나눔 소비로 이어질 수 있는 정책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홍진혁 기자
※이 기획은 제주특별자치도의 지원으로 진행됐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