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인 자발적 참여로 구축
사단법인 형태로 마을 운영관리
지난해 한국 관광 100선에 선정
지역사회 유대 방문 선순환 기여
2009년 문화지구로 지정된 파주 헤이리예술마을은 25년 전 "예술하는 마을을 만들어보자"는 한뜻 아래 문화예술인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빈 땅에 조성됐다. 이후 예술인을 주축으로 '조합'과 사무국을 구성해 문화시설과 제한된 범위 내 상업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제민일보는 문화와 일상이 공존하고 있는 '헤이리'를 살펴본다.
△예술인 힘 합쳐 마을 조성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에 위치한 문화지구인 헤이리예술마을은 국내 최초 문화예술인 창작공간이자 최대 규모 예술인마을(약 15만평)이다. 마을 이름은 파주의 전통 농요인 '헤이리 소리'에서 따온 순수 우리말이다.
1998년 '예술하는 마을'을 조성하자는 지역 문화예술계의 염원을 담아 건축가, 작가, 미술·음악인 등 예술인 250여명이 자발적으로 헤이리건립준비위원회를 구성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토지공사와 토지구입계약을 마치면서 파주시 승인을 받으면서 공사 첫삽을 뜨고, 2003년 건축이 완료됨에 따라 본격적인 입주가 이어졌다.
같은해 사단법인 헤이리가 법인 등록되면서 마을 운영 체계 기반을 갖췄다. 현재는 헤이리 마을회가 마을 총괄 업무를 맡고 있으며, 가수 윤도현과 영화감독 강제규, 소설가 박범신 등 문화예술계 유명 인사들이 회원으로 있다. 운영과 홍보 등 사무적인 업무는 ㈔헤이리 사무국이 맡고 있다.
헤이리예술인마을의 가장 큰 특징은 예술인들이 문화예술 부흥을 위해 자발적으로 모여 고유 철학에 따라 지침을 정하고 구축한 공간이라는 점이다. 현재까지도 다양한 분야의 창작자와 예술가 300여명이 창작활동을 펼치며 거주하고 있다. 한마디로 '문화 공동체 마을'인 셈이다.
이러한 특성을 인정받아 헤이리예술마을은 2009년 지역문화진흥법에 따라 문화지구로 지정됐다.
헤이리예술인마을은 문화·비문화시설이 60:40 비율로 공존하고 있다.
헤이리 사무국에 따르면 마을은 116개 문화시설과 식당, 카페 등 81개 상업시설이 분포하고 있다. 문화예술을 만끽하러 온 '미술 애호가' 뿐만 아니라 일반 방문객의 발길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다만 상업화로 인한 '역전 현상'을 막기 위해 문화지구 내 모든 건축물은 연면적 60% 이상을 문화시설로 설계할 것을 마을 지침으로 정했다. 카페, 레스토랑 등 상업시설은 40% 미만으로만 조성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마을 정관은 2019년 통일동산 관광특구 지정에 의해 수립된 지구 단위 계획에 포함되면서 법규화됐다.
또 주변 자연환경을 최대한 살리는 것을 지향하면서 산과 구릉, 늪, 개천 등 자연을 원형대로 보존하는 것을 원칙으로 건축을 설계했다.
아울러 마을 경관을 해치지 않고, 문화예술 시설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플리마켓(노점)은 금지했다.
△수도권 대표 명소로 거듭
이처럼 헤이리예술마을은 파주 지역 대표적인 문화예술관광 명소로 꼽히고 있다.
지난해에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공동으로 선정한 '2021년~2022년 한국 관광 100선'에 선정되기도 했다.
한국관광공사가 시행한 '2020년 전국 지자체 관광경쟁력 진단'에서도 경기도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는 등 수도권에서 방문하기 좋은 장소로 인정받고 있다.
아울러 지역사회와 돈독한 관계 구축을 위해 다양한 교류 활동을 펼치고 있다.
파주시 교육청과 협업을 통해 추진하는 '마을학교'가 대표적이다. 지구 내 문화예술자원을 활용해 학생들을 대상으로 화가 스튜디오 탐방 등을 운영하는 이 사업은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특히 학생을 대상으로 교육과 체험학습을 운영하는 것이 추후 가족 단위 재방문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되고 있다고 헤이리 사무국은 설명했다. 또 공식 홈페이지를 개설, 운영하면서 홍보에 힘을 쏟고 있다.
유상현 헤이리 사무국장
"문화지구로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려면 지구를 브랜드화하고, 문화지구 정체성을 지키면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얻은 사실을 바탕으로 정확한 '타기팅(targeting)'을 할 필요가 있다. 지역사회와 유대 관계를 강화하는 것도 중요한 부분"
유상현 헤이리 사무국 국장은 문화지구 활성화 방안으로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유 국장은 "헤이리 마을도 수도권을 기준으로 비교적 인적이 드문 외곽지에 위치했지만, 조성 초기 전국적으로 화제가 될 만한 대규모 행사를 주기적으로 열어 '헤이리'라는 브랜드를 대중에 알린 것이 효과가 컸다"며 "영화, 드라마 등 영상물 로케이션 유치를 통한 매체 노출도 문화지구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활성화를 위해선 타기팅을 명확히 하고 지구 내 인프라를 활용한 프로그램과 축제를 유치해야 한다. 관람객 체류시간을 늘리려면 비문화시설(카페, 식당 등) 조성은 불가피하다"며 "다만 문화지구 정체성 유지를 위해 정관, 조례 등으로 규칙화해 입주 예술인이 소외되거나 쫓겨나는 젠트리피케이션을 방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유 국장은 "지역사회와 유대관계를 돈독히하고, 학교와 연계한 교육과 체험학습을 성사시키면, 추후 가족, 친구 등과 재방문하는 순환 구조가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지역주민뿐만 아니라 외부 관광객의 방문을 유도하려면 홈페이지, SNS(사회관계망서비스) 개설로 문화지구를 소개하는 창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기획은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