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인구 1500만 시대라는 통계가 무색할 만큼, 제주에서는 최근 모두를 경악하게 한 유기견 관련 사건들이 연이어 일어났다. 몸통에 화살이 관통한 강아지와 그에 앞서 온 몸을 노끈과 테이프로 묶인 채 발견된 주홍이가 있었다.
제주는 동물들이 가장 많이 버려지는 섬을 넘어 학대의 섬이 되어 버린 것이다.
한편, 중산간 지역을 배회하며 가축은 물론 사람에게도 위협을 가하는 들개들이 문제가 되고 그 수가 4500여마리에 달한다고 한다. 제주시가 집계한 결과 들개의 공격으로 인한 가축 피해는 2018년 10건(닭 156마리, 송아지 1마리, 거위 3마리, 오리 117마리, 흑염소 3마리), 2019년 10건(닭 483마리, 청둥오리 50마리), 2020년 11건(닭 143마리, 송아지 5마리, 한우 4마리, 망아지 1마리), 2021년 14건(닭 542마리, 한우 2마리, 염소 6마리, 토끼 21마리) 등이다. 들개 공격을 받은 가축은 모두 폐사됐다. 이에 제주시는 집중 포획.사살에 나선다고 밝혔다.
그 문제의 들개들은 목줄을 풀어 키우던 마당개들이 번식을 하였거나 사람 손에 키워지다 유기가 되어 야생화된 것이다.
이 문제는 어쩌면 우리의 삶을 수년간 멈추게 한 사스나 메르스, 코로나19 와도 닮아있단 생각을 한다. 이 세 바이러스의 공통점은 모두 '박쥐'에 있던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전파됐다는 점이다. 사스는 박쥐 바이러스가 사향 고양이로 옮겨지면서, 메르스도 박쥐에서 시작돼 낙타를 거쳐 사람에게 전염된 변종 바이러스 였고 코로나 19역시 발원점이 박쥐로 추정된다.
그 근본적인 원인은 '환경 파괴'로 지목된다. 생태계 및 삼림 파괴로 박쥐가 서식지를 떠나 사람에게 밀접한 곳으로 이동하면서 전염이 이루어졌다.
과거 먹을 게 부족한 아프리카에서 주민들이 단백질 섭취를 위해 과일박쥐를 먹었고 그것이 에볼라 바이러스의 최초 인체감염 원인으로 추정되며, 중국에서 희귀종인 박쥐를 부의 상징 등으로 먹는 풍습이 코로나19라는 대재앙을 불러왔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언제고 "재앙의 방아쇠를 당긴 것은 인간"이었다. 본질대로의 자연을 파괴하고, 인간의 가장 친한 가축이라는 개를 마음대로 키우고 유기하다 그 피해는 온전히 사람에게 돌아오고, 피해가 되니 유기견들을 학대하고 방치하고 사살한다.
이에 우선 할 수 있는 일들로 최소한의 책임을 다하고자 하는 이들의 움직임들이 의미 있게 다가온다.
공생人의 김태연 대표는 지난 12일 기후 변화의 심각성을 알려주는 호키슨 박사의 가열화 스트라이프를 마스크로 만들어 판매 후 그 수익금을 한림쉼터 유기견들을 위해 기부하였다고 밝혔다. 마스크를 구입하거나 기부에 마음을 더한 분들 역시 그 뜻을 함께하는 분들이다.
중국에 살던 평범한 가정주부였던 김태연 대표는 코로나19를 겪으며 삶의 큰 전환점을 겪고 우리 아이들을 위한 행동을 시작한 환경 활동가이다. 제주도에서 다양한 환경 운동을 하다 주홍이 사건을 접하게 되었고 한림 쉼터의 사연을 알게 되었다.
한림 쉼터는 140여마리의 유기견을 보호하고 있고 홀로 쉼터를 관리하시던 소장님이 돌아가시고 고정 봉사자들이 돌아가며 아이들을 돌보고 있는 유기견 보호소 이다. 매월 1톤의 사료값이 들어가고 노견들이 아프기라도 하면 큰 비용이 들어간다.
열악한 환경으로 운영되는 포화상태의 민간 보호소가 제주도에 열 개가 넘는다.
버리는 사람 따로, 돌보는 사람 따로의 지금같은 상황은 모두를 피폐하게 할 것이다.
김태연 대표는 "안락사가 없는 시보호소가 생기지 않는다면 한림쉼터와 같은 민간 보호소의 상황이 더 나빠질것다." 라며 생명의 소중함을 이야기했다.
피해가 되기 위해 태어난 개도, 어떠한 생명도 없다.
사람으로 인해 태어난 생명, 사람에 의해 버려진 생명들이다.
개를 풀어 키우는 방식을 고치고, 지원을 받아서라도 동물 등록과 중성화 사업을 필수적으로 시행하고 무엇보다 내가 선택한 생명에 책임을 지는 태도가 필요할 것이다.
민간 뿐만 아니라 행정과 제도, 사회적인 관심이 절실하다.
또한 동물이나 환경 우리의 주변을 돌보고자 하는 작은 행동들이 결국에는 우리에게 돌아오는 것임에 소수가 아니라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갖고 함께 그 책임에 동참해 본다면 보다 풍요롭고 아름다운 제주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