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서울 문화지구
인사동·대학로·서초음악지구
각각 전통, 연극, 클래식 대명사
특색·정체성 유지 차별화 관건

인사동 복합문화공간 '안녕 인사동'. 김은수 기자
인사동 복합문화공간 '안녕 인사동'. 김은수 기자

국내 문화예술을 선도하고 있는 서울시는 각 지역의 자원을 활용해 해당 지역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색을 살린 문화지구를 운영하고 있다. 인사동과 대학로, 서초동문화지구가 이에 속한다. 세 문화지구는 전통, 연극, 클래식 등 각각 뚜렷한 '장소 정체성'을 지닌다. 서울시는 조성 목적을 고려, 문화지구별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이에 대한 인식을 확산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들의 관심이 줄어듦에 따라 문화지구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젊음'과 '활력'을 불어넣는 사업을 발굴하고 있다. 제주에 유일한 문화지구인 저지예술인마을도 '자연과 예술, 사람이 어우러지는 마을'이라는 정체성을 유지하고, 이를 알리는 데 적극적인 의지가 요구되고 있다. 

△전통문화 간직한 최초 문화지구

인사동은 2000년 문화예술진흥법 개정으로 문화지구가 법제화되고, 지정된 국내 최초의 문화지구다.

인사동에서 관훈동으로 이어지는 700m 거리 일대가 문화지구로, 이 지역은 조선시대부터 도화서(그림에 관한 일을 맡던 관아)가 자리했고 일제강점기에는 골동품점과 고미술점이 세워지는 등 오래전부터 문화예술로 명성을 쌓았다. 1970년대부터는 근대 화랑이 모여들면서 화랑가를 형성했고, 이러한 역사가 쌓이면서 지역내 문화를 지키기 위해 1987년 인사전통문화보존회가 창립하게 됐다.

이에 인사동은 1990년대 중반부터 전통미술과 공예를 중심으로 지역 생태를 보존하기 위한 목소리가 제기됐고, 문화지구 법제화된 이후 약 1년 만에 이러한 정체성을 살리기 위해 문화지구로 선정, 현재까지 서울을 대표하는 관광명소이자 전통문화 중심지로 명성을 지키고 있다.

인사동 문화지구는 오랜 기간 서울의 '전통문화예술 중심지'로 골동품과 고미술 등 전통예술 관련 공방과 상점 등이 들어선 것이 특징이다. 인사동하면 먼저 떠오르는 한글 간판도 문화지구의 특색을 더한다.

이가운데 문화지구에 '젊음'을 불어 넣기 위해 조성된 복합문화공간 '안녕 인사동'과 '쌈지길'은 이색적이면서도 곳곳에 인사동의 특색을 녹여내면서 사람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특히 최근 청와대가 개방되고 경복궁-북촌 구간을 가로막고 있던 송현동 부지가 사람들이 드나들 수 있게 되자, '청와대-광화문(경복궁)-인사동-북촌 골목길'로 이어지는 전통문화코스가 형성, 관광객 유입이라는 연쇄효과로 이어지고 있다.

웰컴 대학로 축제 현장. 서울시청 제공
웰컴 대학로 축제 현장. 서울시청 제공

△반세기 국내 대표 '연극 동네' 굳건

서울 대학로를 연상하면 단연 '연극'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대학로 문화지구는 종로구 이화·동승·연건·명륜동 일대 거리다.

서울대학교 캠퍼스가 1975년 이전해 간 자리에 공연예술단체와 극장 등이 자리잡았고, 대학로만의 소극장 문화가 발전하면서 '국내 공연예술계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대학로는 100곳을 웃도는 공연장이 모여 있는 국내 뿐만 아니라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소극장 밀집 지역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전국소공연장연합회에 가입한 서울시내 연극공연장의 85%가 대학로에 위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대학로는 공연장이 밀집돼 있는 지역 특성을 고려해 2004년 공연장 보호·육성이라는 목적 아래 문화지구로 지정됐다.

특히 공연장 등 권장시설에 대한 지정 절차를 마련하고 '대학로 문화지구 발전위원회'를 구성해 문화지구 지정 목적에 부합하는 시설만 권장시설로 인정하면서 조성 취지를 지키고 있다.

올해에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침체된 공연계 활력을 높이고 공연문화 메카인 대학로 활성화를 위한 '웰컴 대학로'를 개최하면서 이목을 끌었다.

국내 최대 음악축제 '서리풀페스티벌' 모습. 서울시청 제공
국내 최대 음악축제 '서리풀페스티벌' 모습. 서울시청 제공

△거리 곳곳 '클래식' 흐르는 예술길

서초음악문화지구(서리풀 악기거리)는 185곳의 공연시설(26곳)과 악기 공방·상점(96곳), 연습시설(63곳) 등이 있는 클래식 특화거리다. 예술의전당과 한국예술종합대학교, 국립국악원 등 국내 최고의 문화예술 인프라가 모여있는 곳이기도 하며, 2018년 문화지구로 지정됐다.

문화지구 운영·관리를 맡고 있는 서초구는 서초음악문화지구가 갖고 있는 자원을 최대한으로 활용하고 시민들의 문화예술 향유 기회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정통 클래식부터 EDM까지 장르를 넘어선 다양한 음악들이 공연과 함께 펼쳐지는 음악축제 '서리풀페스티벌'이 대표적이다. 서리풀페스티벌에서는 세계적인 음악계 스타들을 비롯해 청년 예술가, 유명가수 등이 참여해 서초구 일대를 물들인다.

시민들이 생활 속에서 쉽게 클래식 악기를 접할 수 있는 체험·교육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서리풀 악기거리라는 명칭을 활용한 BI 디자인을 포스터, 버스 정류장 등에 다양하게 적용한 점과 저녁마다 음표·악기 실루엣 이미지와 응원 메시지를 띄우는 '음악 그림자 조명(로고젝트)'은 음악문화지구 특색을 보여주는 사례다.

최근에는 세계 클래식 시장에서 피아니스트 임윤찬 등 한국 연주자들의 높은 기량이 주목받고 있어, 서초음악문화지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고유 매력 알리는 홍보 최우선"

김은경 서울시 문화정책과 미래유산팀장

"문화지구가 갖고 있는 고유의 매력과 정체성을 확립하고, 이를 알리기 위해 홍보를 강화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김은경 서울시청 문화정책과 미래유산팀장은 문화지구를 활성화하고 방문객을 유치하기 위한 방안을 이같이 밝혔다.

김은경 팀장은 "도보 여행이 비교적 어렵고, 외곽지에 위치하는 문화지구는 사람들의 눈길을 끌 수 있는 지역만의 매력을 소개하고, 문화지구 존재를 알리는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며 "제주도는 관광 명소로 많은 사람이 오고가는 공·항만과 지하철역 등에 옥외광고를 진행하는 방안도 있다. 실제 여러 지역이 이러한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최근에는 장소에 깃든 심미감(아름다움의 본질을 추구하는 감정)을 찾아 다니는 관광객들이 늘고 있다"며 "문화지구의 특색을 살린 경관개선 사업이 중요한 이유"라고 했다.

인근 지역에서 열리는 대규모 행사와의 연계 필요성도 강조했다.
 

김 팀장은 "서울 인사동에서 열린 '앤틱 앤 아트페어'는 세계 3대 아트페어로 꼽히는 '프리즈 서울' 개최 기간과 비슷한 시기에 진행하면서 자연스럽게 아트페어 관람객들이 인사동을 찾을 수 있도록 계획했다"며 "인근 지역의 비슷한 성격의 축제 또는 대규모 행사와 연계경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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