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소통협력센터 생활실험프로젝트 3년

주민 요구에서 출발한 기획형 리빙랩 사업 긍정적 변화 유도 평가
공유 이동수단 통한 불편 해소 지역 업체 협업 등 방법 모색 훈련
다양해진 ‘돌봄’고민 건강 키워드로 공동체 회복까지 연결 큰 그림

 

원도심 공동화 문제는 어제오늘 생긴 것이 아니다. 오랜 시간에 걸친 도시 확장이 낳은 현상이다. 반창고 같은 단기 처방으로는 치료하기 어렵다. 과거의 영광 같은 것을 머릿속에 그리는 것도 한계가 있다. 실마리는 있다. ()+(), 사람이다.

제주시소통협력센터(센터장 민복기·이하 소통센터)의 생활실험 프로젝트(리빙랩)실험이 꿈꾸는 결과지이기도 하다.

 

실현 가능한 해결책, ‘다음

지속가능한 제주를 위해 과연 무엇이 필요할까. 해마다 무수히 많은 연구보고서와 용역 결과가 쏟아지지만 아직 그렇다 할 변화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성공했다고 여겨지는 이런 저런 사업이 시도되고 그 과정에서 원치 않는 갈등이 빚어지는 일이 반복됐다. 그렇게 된 이유들 중에는 소통이 부족했다는 아쉬움이 크다. 정작 주민들은 모르거나, 왜 하는지 모르는 사업들이 이어지면서 성과 보다는 불만과 불신만 쌓였다는 분석도 나왔다.

소통센터의 리빙랩 사업은 이 아쉬움에서 출발했다. 지역 사회 문제와 관련해 실현가능한 해결책을 찾아낸다면 다음이 오지 않을까 하는 바람에서 시작됐다.

주민들의 원하는을 바탕으로 찾아낸 아이콘은 접근성돌봄이다. 지금과 비교해서는 자동차 수는 물론이고 인구 밀도도 적었던 시절을 품고 있다 보니 품을 여력이 없었다는 점에서 출발했다.

말이 쉽지 방법은 꽤 까다롭다. 지역 내 해당 분야 전문성을 가진 업체와 협업을 해야 하고 지금까지와 다른 새롭고 구체적인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과제가 주어졌다. 하지만 해보니 됐다.

 

조금만 덜 불편하다면

실제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이 생각하는 원도심 공동화의 원인은 불편에 있었다. 기본적으로 도로 폭이 좁고 주차 공간이 부족하다 보니 선택지에서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다는 점을 지목했다. 자차 생활 문화가 만연한 상황에서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점은 활성화의 치명적 약점이 된다.

그렇게 시작된 것이 공유이동수단을 활용한 대안 이동 실험이다.

사업 첫해인 2020년 원도심 일대 주민들을 대상으로 전기 자전거를 활용하는 방안이 접목됐다. 누적 이용 횟수 1968, 누적 이용자수 1327명을 토대로 2021년에는 소통협력센터 반경 300m 출퇴근형 주민으로 대상을 확대했다. 사업 참여자 20명 중 상당수(87.5%, 매우 그럴 것이다 25%)가 자가용 필요성이 줄어들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올해는 원도심 출퇴근으로 접촉면이 넓어졌다. 공유이동수단인 커뮤니티카와 전기자전거가 필요 충분 조건이 됐다. 첫 술에 배부를 리 없다는 공식을 바꾸지는 못했지만 나눠 먹으면 맛있고 든든하다는 것을 확인하게는 충분했다. 답을 찾아야 하는 과정에 불편을 감수하는 실험이 통할까 싶었지만 커뮤니카가 움직이면서 향후 교통 관련 정책 제안과 사업화를 위한 실증 연구에 보태 데이터를 확보하는 성과도 봤다.

일레클, 나인투원, 쏘카, 캐플릭스, 푸른바이크쉐어링 등 지역 업체들의 협업까지 대안이동의 생태계가 움텄다는 성과를 만들었다.

 

관심이 만드는 큰 변화

돌봄은 현대사회가 안고 있는 묵은 숙제다. 가정에서 사회로 역할이 넘어가고, 아이들부터 노인까지 대상도 늘어났다. 돌봄의 개념도 달라졌다. 사회·환경적 위험에서 지켜주는 것은 물론이고 사회 구성원으로 일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도록 하는 정서 영역까지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공동·고령화 문제를 겪고 있는 원도심에서는 있어도 없는사람의 문제가 계속해 커졌다.

풀 수 있는 방법이 분명 있다는 믿음은 원재료 공급에서부터 지역사회 돌봄까지 큰 그림을 그려가고 있다.

한살림제주와 협력한 사업에서 반찬나눔과 더불어 나눔냉장고가 설치됐다. ‘잉여를 나누고 결여를 채우는말로는 어려운 일이 현실에서는 비교적 유연하게 합을 이뤘다. 건강한 식사를 매개로 한 살림 모심회(주민센터·주민자치위원회·자생단체 등)가 구성되고 먹거리 공급체계 다각화와 전달·관리체계 구체화 단계를 거쳐 올해는 민간 주도의 대안적 먹거리 나눔으로 진화했다.

수혜 개념을 넘어서는 순간부터 협력이 된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공동체의 회복이다. 대상 지역이 원도심에서 노형동으로 확장되고, 신규 대상자를 발굴하고 먹을 거리를 공급 전달하는 과정을 통해 관심과 역할이 생긴다.

갈수록 학생수가 줄어드는 원도심 초등학교와 진행하는 온기나눔돌봄 역시 공동체라는 기본 틀 안에서 자리를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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