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J-Connect Day 2022' ⑵

비즈니스·ESG·투자·스케일업 주제별 토크 세션 몰입도 고조 
'알고 싶었던' '하고 싶었던'요구-맞춤형 전문가 처방 매치
로컬 가능성과 임펙트 투자·글로벌 진출·규모 경제 등 연결
로컬워싱 등 반작용 경계…"새로운 가능성·발전 방법 모색"

 

'지역이라서'가 아니라 '지역이라면'. 같은 맥락이다. '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해보지 않은 것'은 아닌가. '지역'이라는 판 위에서 어떻게, 무엇을 보는가는 내일을 바꾸는 일이다. 자기계발서 등에서 가끔 밑줄 긋고 읽는 글 이 아니라 만들어 나갈 길 얘기다. 세상의 중심에서 '로컬'을 부르는 자리가 그렇게 무르익는다.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센터장 이병선)가 지난 23·24일 제주벤처마루 3층 J-Space에서 진행한 'J-Connect Day 2022'의 두 번째 관찰기를 남긴다.

#무한한 가능성 저 너머로
J-Connect Day의 원 안에는 우주가 있다. 규모만 놓고 보면 참가자가 100명이 채 안 되지만 파장은 꽤 깊고 또 넓기 때문이다. 픽사 에니메이션 주인공 중 하나인 버즈라이트이어의 명대사  "To Infinity And Beyond" (무한한 공간 저 너머로)를 취향껏 내뱉으면 된다.
메인 프로그램인 토크 세션은 올해 준비한 4가지 주제 모두에서 '그래 이 것'하는 종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로컬X비즈니스 세션에서는 제주와 공주, 속초, 동해 등 로컬기반 혁신가들의 로컬 비즈니스 사례를 공유하고. 'ESGX로컬'세션은 기업의 지속 가능 경영과 로컬 비즈니스의 접점 찾기에 집중했다.
'투자자X투자기업 Talk'과 '로컬X투자 and Scale-up'세션은 이미 있는 것들의 '날줄'과 존재의 이유와 명분의 '씨줄'이 가능성을 채워가는 자리로 몰입감을 키웠다.
대표 스타트업과 투자 관계사들이 머리를 맞대는 스케일업 간담회 '언컨퍼런스'는 지역 창업에 있어 실질적인 대안을 공유하는 자리로 햄릿 증후군을 유발시켰다.  
막상 '시작'을 외쳤는데 캔버스에 겨우 점 하나 찍은 것 같은 막연함부터, 런웨이(법인 통장의 잔고가 0원이 될 때까지, 스타트업이 생존할 수 있는 기간)에 대한 고민, 심지어 '로컬이런 무엇인가' 하는 근원적 질문까지, 내 것을 만들기 위한 분투가 행사장을 달궜다.

 

 

# 로컬 오지랖이 세상을 바꾼다
세션을 구분했지만 연결 고리, 키워드는 이내 눈에 들어왔다. '오지랖'이다. '스타트업에서 무슨 ESG를'라는 생각을 사회 문제 해결과 일상을 살피는 눈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한다거나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모르지만 가능성에 투자하는 방법을 찾고 동반 성장을 시도한다거나 하는 것들을 아우른다. 
정부·지자체 지원을 받는데 매달리는 대신 자신을 제대로 세일즈하고 할 수 있다면 지역 접촉면을 확대해 세를 불려가는, 생태계를 만드는 방법까지 시간과 품을 팔아야 하는 일들이 당연해진다.
스타트업씬을 어떤 영역으로 설명하기 어려워진 상황도 보태진다. 기존의 기준을 넘어 기존 산업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현실에서 새삼스럽지도 않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사내 스타트업이 늘어나는가 싶더니 '오픈 이노베이션'이라는 이름으로 대기업과 스타트업 간 협업과 투자가 꾸준히 진화하며 '이제 더 무엇'찾기에 돌입했다.
지역의 가치를 가지고 무언가를 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대기업의 약점이 노출되고, 작은 것들이 모여 변화를 만드는 로컬의 장점이 부각된 결과물이다.
'지방소멸'이란 지역 과제까지 보태지면서 묘한 경쟁심리까지 양산되는, 점점 복잡한 판이 되면서 여유 대신 초조함이 늘어나고, 정체성과 욕구에 대한 단단한 신념이 필요해 진 점 역시 현장 분위기에 반영됐다.
어쩌면 듣고 싶었던, 또 알고 싶었지만 '누구'와 '어떻게'를 몰랐던 질문에 요령 보다 정공법을 택한 '족집게 강사'처방을 놓칠 리 만무하다. 

 

#로컬이기 때문에는 '없다'
질문은 행사와 관계없이 이어졌다.
성장 잠재력이 크고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끼치는 기업 또는 비즈니스를 대상으로 한 임펙트 투자와 지역에 관심을 두고 끊임없이 관계를 맺는 사람, 시장은 과연 입지인가 방향인가의 설정, '스케일업'을 규모로 접근하는 것이 맞는가 하는 고민이 '로컬'로 뭉쳤다 흩어졌다 하기를 반복했다.
초기 창업에서 마주치는 공간이란 자산의 성격부터 매출 규모와 영역 확대 중 어느 쪽을 성장으로 볼 것인가 까지 답을 찾기 위한 토론이 이어졌다.
신기한 것은 보는 방향만 다를 뿐 같은 얘기를 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시장'만 봐도 그렇다. 기존 시장과 경쟁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굳이 부대낄 것인지, 당장 시장 진입은 어렵지만 해외 진출을 통해 로컬이란 차별성을 판매할 것인지는 사실 선택의 문제다.
공통적으로 아직 로컬은 '가능성'이라는 점에 공감했다. 로컬에 기반을 둔 창업자들은 어떻게 지역성을 확보할 것인가, 지역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를 중심으로 각자의 속도로 가능성을 만들어야 한다. 투자자들에게도 지역은 중요한 단어다. 이윤 추구라는 단면 만으로는 어떤 결정도 내리기 어렵지만 투자가 지역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본다면 달라진다.
로컬에 대한 기대감이 '도전을 응원해'에서 '로컬 워싱'에 대한 경계로 옮겨가는 흐름도 점점 유속을 올리고 있다.
이병선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장은 "제주에서 심은 전국의 로컬 창업자와 혁신가를 연결한다는 씨앗이 5년이란 시간동안 지식과 경험, 교류라는 가지를 뻗고, 거기서 얻은 인사이트가 전국에 확산됐다"며 "반대로 기회나 접근성에 있어 섬을 한계로 생각했던 제주 창업자들에게는 꼭 붙들어야 할 운이 됐다. 앞으로 어떻게 더 발전시킬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 이 기사는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와 공동으로 기획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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