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한 해 동안 리빙랩 활동을 기획하고 운영할 기회가 많았다. 리빙랩에 관한 여러 가지 설명이 있지만, 내가 선호하는 설명은 '최종 사용자를 서비스 기획 단계부터 참여시키는 방법'이라는 설명이다. 어떤 서비스를 이미 만들어 놓고, 이것이 좋은지 사용자에게 묻는 게 아니라, 애초에 어떤 서비스를 만들지부터 사용자와 함께 생각하는 것이다. 어떤 서비스를 만들지 생각하기 전에, 우선은 애로사항이나 불편점에 대해서 이야기 나눈다.

예를 들어, 육아하는 엄마들이 리빙랩에 참여한다고 하자. 육아를 하면서 느끼는 애로사항이나 불편이 무엇인지를 묻는다. 여러 가지 이야기가 다양하게 쏟아진다. 아이가 갑자기 아플 때 맡길 곳을 찾기 어려워서 힘들다. 기저귀를 갈 곳이 부족하다. 유모차를 끌고 인도를 다니기 힘들다. 자녀가 놀 만한 놀이터를 찾기 힘들다 등등. 

여러 가지 불편점 중에서 이번 리빙랩에서 함께 다루고 싶은 문제를 고른다. '놀이터를 찾기 어려운 문제'를 골랐다고 하자. 이 문제에 대해 상세하게 이야기 나눈다. 어떤 시간대에, 어떤 상황에서 놀이터 정보를 찾는지, 놀이터 정보를 찾을 때 알고 싶은 정보는 무엇인지 이야기한다. 보통 오후 4-6시 사이에 자녀를 놀게 하고 싶다. 그래서 4시가 되기 전 쯤에 놀이터 정보를 검색한다. 알고 싶은 정보는, 자녀의 발달 단계나 성향, 즉 걸을 수 있는지, 뛸 수 있는지, 조용히 앉아서 놀기를 선호하는지 등에 맞는 놀이시설이 있는지 여부를 알고 싶다. 조건 검색을 하는 방식도 괜찮고, 놀이터의 사진을 보는 정도로도 괜찮다. 또 하나 중요하게 희망하는 기능은 자녀와 함께 놀 수 있는 또래 친구를 바로 찾는 기능이다. 또래 친구와 놀 수 있게 한다면, 육아에 관한 부모님의 부담을 줄이면서도, 자녀의 사회성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우리가 불편한 점이 무엇인지를 잘 아는 것은 우리가 될 수 있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하향식(top-down) 방식으로 중요한 문제를 포착할 수도 있겠지만, 사용자의 관점에서 시작하는 상향식(bottom-up)으로도 사용자가 유용하다고 여기는 서비스를 도출할 수 있다. 최종사용자가 유용하다고 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를 새로이 알아내는 방법으로서 리빙랩이 많이 도입되고 시도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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