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만 대면행사 본격 개최
다른 방식 변경·폐지 등 거론

제주시는 지난 9일부터 12일까지 애월읍 봉성리 새별오름 일대에서 '2023 제주들불축제'를 개최했다.

4년 만에 대면행사로 치러진 올해 들불축제는 '불' 없는 축제가 됐다.

다른 지방에서 잇따라 발생된 대형 산불로 정부가 산불경보 3단계 (경계)를 발령한데 따른 것이다.

이로 인해 제주들불축제는 오름 불 놓기와 달집태우기, 횃불대행진, 불꽃놀이 등  불을 소재로 한 6개 프로그램이 취소된 채 진행됐다.

애초 시는 소방과 자치경찰 인력을 대거 동원해 불 놓기 등을 할 계획이었으나 막판 고심을 거듭했다.

다른 지방에선 산불진화로 소방인력을 대대적으로 동원하는데 불 놓기가 자칫 '불난 집에 부채질 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일었다.

제주들불축제는 1997년 옛 북제주군에서 시작됐다.

축제 초기에는 정월대보름을 전후해 장소를 옮겨가면서 열다가 2000년부터 새별오름에서 열고 있다.

하지만 정월대보름 시기 중산간 지역인 새별오름 일대의 기온이 낮거나 비바람이 거세 2013년부터는 개최 시기를 3월로 바꿨다.

농한기가 되면 농가들은 중산간 초지에 소를 방목해 윤번제로 관리했다.

늦겨울에서 경칩 무렵 마을별로 들판에 불을 놓았다.

전통 목축문화인 방애(화입)이다.

묵은 풀을 없애고 해충을 구제해 양질의 풀이 돋아나도록 하는 선조들의 지혜가 깃들어 있다.

들불축제는 국내 유일의 불 소재 축제로서 회를 거듭하며 대한민국 대표 문화관광축제로 자리 매김 했다.

축제 방문객이 34만~37만명선에 달했고 지역 관광. 경제 파급효과가 상당했다.

그랬던 들불축제가 흔들리고 있다.

지속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2011년에는 구제역으로, 2020~2021년에는 코로나19로, 지난해에는 강원.경북 지역 산불로 행사가 취소되거나 변경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들불축제가 기후위기 시대에 맞지 않는 축제라는 근본적인 문제 제기가 이어졌고, 다른 지방 대형 산불이 겹치면서 들불축제는 다른 방식으로 변경하거나 폐지해야 한다는 존폐 문제가 거론됐다.

특히 탄소 배출과 환경 훼손에 대한 대안 마련을 시대적인 과제로 부상했다.

들불축제는 오름 불 놓기가 하이라이트인 만큼 태생적으로 대기오염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불꽃놀이에 사용되는 화약에 포함된 벤젠 등 발암물질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 이다.

기후변화 규제에 맞춰 논 밭두렁 소각도 금지되는데 들불을 놓는 건 시대착오 적이란 비판이 일리가 있는 이유다.

탄소중립 흐름을 거스르지 않고 지속가능한 들불축제로 거듭날 수 있을지 여부는 제주 환경 개발정책 전반에 중요한 방향타를 제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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