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해 발생시 대피시설 몰라 우왕좌왕 우려
위험안내 표지판 엉뚱한 곳 설치 내용도 누락
지진 대피 인구분포 반영안돼 초과밀 가능성도

제주시 함덕리에 설치된 재난 위험안내 표지판이 각종 쓰레기와 함께 방치된 채로 주민들의 외면을 받고있다. 양철웅 기자
제주시 함덕리에 설치된 재난 위험안내 표지판이 각종 쓰레기와 함께 방치된 채로 주민들의 외면을 받고있다. 양철웅 기자

기상 이변 등으로 인해 자연 재난 발생 위험이 커지고 있다. 이에 제주도는 재난관리체계를 수립, 운영하고 있지만 대피소 등 안전시설관리가 미흡한 상황이다. 특히 재난으로 인한 주민 피해 최소화를 위해 관련 정책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무용지물 위험안내표지판

제주도 재난안전대책본부는 폭풍해일(쓰나미) 등 재난 시 인명피해 발생 우려 지역 88곳을 지정해 주민 대피계획을 수립했다. 

하지만 인명피해 발생 우려지역임을 나타내는 위험안내 표지판에 필요한 내용이 누락돼 있는 것은 물론 불필요한 곳에 설치돼 있는 등 사실상 방치 상태에 가까운 상황이다.

실제 확인 결과 대피 인원 7000명이 넘는 함덕지구의 경우 위험안내 표지판은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해수욕장이나 주택단지에서 한참 떨어진 한 클린하우스 옆에 설치돼 있었다. 게다가 표지판 주변으로는 각종 폐목재와 생활 쓰레기 등이 투기된 채 방치되면서 인식조차 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상황은 대피 인원이 4000명이 넘는 한림읍 옹포지구도 마찬가지였다. 위험안내 표지판이 옹포항 안쪽으로 설치된 탓에 항구를 이용하는 어민들 외에는 사실상 인지하는데 한계를 보이고 있다.

특히 표지판 내용도 대피로, 대피장소, 대피 요령 등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되지 않으면서 재난 상황 시 실질적인 도움이 될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함덕 주민 A씨는 "쓰레기를 버리러 가끔 올때에도 무슨 내용을 안내하고 있는 표지판인지 몰랐다"고 말했다.

△ 지진 옥외 대피장소 한계

또한 도내 지진 발생 가능성은 점차 높아지고 있는 반면 지진 옥외 대피장소의 실효성은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주도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도내 지진 옥외 대피장소는 제주시 95곳·서귀포시 62곳으로 전체 면적은 145만5117㎡에 달한다.

문제는 해당 지진 옥외 대피장소가 지역별 세부 인구 분포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않았다는 점이다.

실제 도내 43개 읍·면·동 가운데 약 20%(8곳)에 해당하는 지역이 인구수 대비 대피장소가 부족한 실정이다. 대피장소가 부족한 곳은 읍·면 2곳, 동 지역 6곳(제주시 4곳·서귀포시 2곳)으로 상대적으로 인구수가 많은 곳에 집중된 상황이다. 심지어 서귀포시 서홍동과 송산동의 경우 지역 내 대피장소가 한 곳도 지정돼 있지 않았다.

제주시 이도2동의 경우 주민등록상 인구는 약 5만명에 달하지만 지역내 지진 옥외 대피장소는 수용 가능 인원 8000명인 1곳에 불과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1㎡당 약 7.3명의 인구가 몰리는 초과밀 사태가 발생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제주도 관계자는 "대피장소 예정지로 선정되어도 소유자 또는 관리주체와의 협의 과정에서 지정하지 못하는 사례도 발생해 인구수를 정확히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며 "재난 관리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계속해서 대피장소를 지정·관리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기상청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20년까지 10년간 제주도 및 인근 해역에서 발생한 지진은 연평균 6.9회로 과거 10년 전과 비교해 2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양철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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