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밝히는 나눔 리더] 1. 김문자 제주적십자사 명예 고문
1968년 봉사회 입회 인연 시작…인도주의 활동 언제나 앞장
2016년 적십자사 'RCHC' 1호 가입…행정적 지원 연결 보람
기업 사회 환원 활동 꾸준…'길고 가늘게' 가치관 전파 노력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누구든 쉽게 하지 못하는 일이 '봉사'다. 하지만 제주에서 한평생 나눔으로만 외길 인생을 걸어온 이가 있다. 제2의 김만덕 정신으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고 있는 김문자 제주적십자사 명예 고문(85)이 주인공이다. 대를 이어 헌신하며 묵묵히 걸어온 나눔의 길은 지역사회에 귀감이 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적십자사에서 추진하는 고액 기부 모임인 '레드크로스아너스클럽(RCHC)' 1호 가입자에 이름을 올리면서 선한 영향력을 곳곳에 전파하고 있다. 이에 김문자 명예 고문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필요하면 어디든
김문자 명예 고문과 봉사활동의 인연은 1968년 제주적십자사 '자진봉사회(현 청솔봉사회)'에 입회하면서 시작했다.
당시 선배의 권유로 봉사회에 발을 들인 김문자 명예 고문이 재난 이재민 등 소외된 이웃을 위해 헌신한 세월만 해도 50년이 넘는다. 반세기가 넘는 인생의 대부분이 '나눔과 봉사'인 셈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열악한 환경 탓에 봉사활동이 쉽지만은 않았지만 도움이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지 달려간 것이다.
그동안 김문자 명예 고문이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전개한 봉사활동만 해도 셀 수가 없지만 첫 기억만큼은 생생하다.
김문자 명예 고문은 "당시 지역에 주둔했던 군인들을 위해 제주해역사령부에서 이불을 가져와 외도천에서 빨래는 물론 김치 나눔을 전개했다"며 "이어 한센병 환자들을 돌보고 밑반찬을 제작해 전달하는 등 발 벗고 나섰다"고 회상했다.
이어 김문자 명예 고문은 1973년 대한적십자사 제주도지사 부녀봉사회장을 맡으면서 제주양로원과 제주맹아학교 어르신 및 학생을 위한 급식 봉사, 풍수해 피해 이재민 구호품 전달, 농번기 농촌 일손 돕기, 독거노인 정서 지원 등 본격적인 인도주의 활동에 앞장섰다.
또한 1992년 제주여성봉사특별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취약계층과 RCY 활동 지원에 기여하기도 했다.
해당 기간 청소년 학습 및 자립 지원을 위해 전달한 장학금만 해도 약 9000만원에 이르는가 하면 RCY 수련 활동 및 봉사회 무료 급식, 밑반찬 지원활동을 위해 제주적십자사에 8000만원을 후원하기도 했다.
특히 2016년 12월에는 제주에서 처음으로 1억원 이상 고액 기부자 모임인 '레드크로스아너스클럽(RCHC)'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작지만 큰 희망
이 과정에서 김문자 명예 고문은 마냥 즐겁지만은 않았다고 한다. 사회적으로 취약한 이들과 복지 사각지대 등 손길이 필요로 한 사람을 마주할 때면 상황은 너무나도 절실하기 때문이다.
그럴 때마다 연신 '고맙다'라는 말에 위안과 힘을 얻기도 한다.
김문자 명예 고문은 "예전에 낡은 천막에서 손주 2명을 데리고 살던 할머니가 계셨고 당시 태풍이 불면서 혹시나 해서 방문했던 적이 있다"며 "아니나 다를까 천막은 온통 비에 젖어있었고 도저히 사람이 살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고 당시 기억을 떠올렸다.
그러면서 "봉사회 회원들과 함께 이불과 옷가지를 모아 전달해드렸고 임대주택에 필요한 임대료 등을 지원해 결국 주거지를 마련했다"며 "당시 할머니가 '효자도 이렇게까지 못한다'라고 고맙다는 인사가 아직도 생생하고 보람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특히 김문자 명예 고문의 활동은 행정적 지원으로까지 연결되면서 선한 영향력이 전파되고 있다. 결국 단순 지원과 기부에만 그치지 않고 작은 행동이 모여 큰 영향력이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김문자 명예 고문은 "봉사활동을 진행하다 보면 행정 등에서 관심을 갖고 손길을 뻗쳐 올 때가 있다"며 "그때마다 보람을 느끼고 도움이 더 절실한 다른 소외계층을 찾아 나선다"고 강조했다.
△원동력은 '가족'
김문자 명예 고문의 이런 나눔 활동에는 뒤에서 든든하게 받쳐주는 '가족'이 있었다. 실제 (주)덕산의 창업주이자 남편인 고 강덕주씨는 도내 어려운 환경에서 고통받고 있는 이웃에게 도움의 손길을 전해달라며 2010년부터 제주적십자사에 1억원 기부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누적 기부금은 8억원에 달한다.
또한 나눔 정신을 이어받은 자식들 역시 남몰래 선행을 베풀며 대를 잇는 기업의 사회 환원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가족들의 힘 덕분에 김문자 명예 고문의 활동은 지금도 활발하다.
실제 2005년 12월부터 김만덕기념사업회 공동대표를 맡아 '쌀 천섬 쌓기 행사'를 지원하는 등 현재까지도 제주 여성의 나눔 정신을 알리는데 기여하고 있다.
앞서 2003년 삼광사(조계종) 덕희봉사회를 발족해 홀로 사는 노인, 결식아동, 장애인을 위한 나눔을 실천하는 등 이웃 사랑의 열정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평생을 어려운 이웃과 함께 자원봉사의 길을 걸어온 공로로 김문자 명예 고문은 1989년 국무총리 표창, 1992년 대통령 표창, 2001년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 2003년 제24회 만덕 봉사상 등을 수상했다.
특히 2012년 12월 제주시자원봉사센터가 선정한 제1회 명예의 전당에 올랐으며 2018년에는 제민일보가 주관하는 올해의 칭찬주인공으로 선정된데 이어 같은해 적십자회원 유공장 최고 명예장을 받기도 했다.
김문자 명예 고문의 나눔에 대한 철학으로는 '길고 가늘게'를 꼽았다. 일회성 봉사가 아닌 꾸준한 나눔이 이어져야 한다는 취지다.
김문자 명예 고문은 "봉사는 누구나 동참할 수 있다. 금액이 많고 적음을 막론하고 모두가 동참할 수 있는 시스템이 이뤄져야 한다"며 "이제는 실질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후배들이 좀 더 자발적으로 나서야 하고 더 깊이 파고들어야 한다. 나눔에 대한 가치관을 전파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양경익 기자
※ 이 기사는 제주적십자사 지원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