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이 불 때 더 맛있는 제주 월동 무
무는 배추·고추·마늘과 함께 우리나라 4대 채소 중 하나로 한국인들이 가장 즐겨 먹는 채소 중 하나다. 찬 바람이 불 때 더 맛있는 채소인 무는 기온이 내려갈수록 시원하고 달콤한 맛이 진해지는 것은 물론 영양도 풍부해져 예부터 '동삼(童蔘)'이라 불렸다. 무는 특유의 향과 더불어 시원한 단맛이 일품인데 열량도 적고 섬유소가 많아 현대인의 건강에 매우 이롭다.
'겨울 무 먹고 트림을 하지 않으면 인삼 먹은 것보다 효과가 있다' 등 월동무를 예찬하는 속담도 많다. 월동무는 제주 농작물 중 감귤에 이어 제2의 소득 작물로 제주 1차 산업의 든든한 기반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한겨울, 육지에 파릇파릇한 채소가 귀해지는 계절이다. 달리 말하자면 제주도의 월동채소가 빛을 발하는 계절이기도 하며, 그중 무는 제주의 대표적 월동채소 중 하나다. 육지 지방에 영하의 추위가 지속하는 즈음에 지난 8~9월에 파종한 무가 본격적으로 출하되는 시기로 겨울에도 따스한 제주의 기후환경에 월동 무의 아삭하고 시원하고 달큼한 맛은 더욱 배가된다. 따라서 지금 이 시기 육지의 전통시장·대형마트 등에서 판매되는 무 대부분은 제주 월동무일 확률이 높다.
'월동무'는 제주의 무를 지칭하는 말로 육지에 채소가 귀해지는 한겨울에 수확해 겨우내 먹는, 겨울을 나는 무라는 의미이다.성산 월동무는 당도가 뛰어나고 육질도 아삭해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특히 성산 월동 무는 지하 암반수를 이용해 세척돼 출하되고 있다.제주 월동무는 2000년 이후로 재배면적과 생산량이 꾸준히 증가해 전국 무 생산량의 30%가량을 차지하고 있고, 제주도내 전체 물량의 45%가 성산읍 지역에서 생산된다. 성산지역은 물 빠짐이 좋은 토양뿐만 아니라 한겨울 평균 기온이 6도 정도로 월동 무가 노지에서 동해 피해를 입지 않고 자랄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지난 20일 오후 9시경부터 제주 동부와 남부 지역 기온이 영하로 내려간 후 22일 오후까지 영하권이 이어지고 23일 대설 등 기상특보가 발효됨에 따라 영하의 날씨가 반복되면 무가 얼었다 녹으면서 냉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제주 동부지역 폭설로 인한 영하권에 가까운 기온이 지속되고, 많은 눈이 내렸다가 녹으면 냉해 피해(저온이 지속돼 농작물 성장과 수확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재해)가 발생할 수 있어 농가들이 월동 무 언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수확을 서두르고 있다.
지난 20부터 24일까지 폭설이 내린 가운데 월동 무 주산지 성산읍 수산리 한 무밭에서는 23일 아침 일찍부터 눈을 치워가며 농민들이 분주하게 수확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제주도 특유의 세찬 바람에 맞서 모자와 목도리, 점퍼 등으로 온몸을 꽁꽁 싸맨 농민들은 서너 고랑마다 일렬로 앉아 밭에 반쯤 묻힌 무를 뽑아 줄기와 뿌리 부분을 잘라내며 앞으로 나아갔다.무청의 초록빛이 가득한 밭에 하얀 무가 가지런히 놓이자 앞서 나간 농민들을 뒤따르는 외국인노동자들이 무 톤백에 무를 조심스레 담았다.특히 월동 무가 꽁꽁 얼어붙어 수확 작업 도중 무에 흠집이 있거나 금이 간 무는 1차로 선별돼 밭에 그대로 폐기됐다.
월동 무 언 피해는 주로 땅 위에 노출된 부분을 중심으로 발생하는데 피해를 볼 때 상품으로 출하를 할 수 없게 된다.도내 월동 무 재배 농가들은 어떻게든 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한파·폭설 이후 10~15일 정도 지나야 피해 확인이 가능하여 월동 무 피해 면적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는 가운데 대설, 한파, 강풍 등 농작물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대책과 후속 관리 방법을 농가에 신속히 전파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행정당국은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무는 모양이 곧고 잔뿌리가 없으며 표면이 하얗고 매끄러운 것이 좋다. 들었을 때 묵직하고 살짝 눌렀을 때 단단함이 느껴져야 한다. 무는 부위에 따라 활용을 달리하면 더욱 맛있게 먹을 수 있다.
강석보 성산일출봉농협 조합장은 "제주 월동무 좋은 가격 형성을 위해 공동마케팅 추진 등 유통 다각화를 통한 월동무 판매확대사업을 추진하고, 월동무 품질 고급화와 비상품 세척 농산물 유통근절 및 채소가격안정제 제도개선을 정부에 요구하는 농정활동을 계속 전개해 월동무 가격안정을 위한 노력을 다하겠다"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