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초, 팬데믹 완화 경향이 나타나면서 제주경제에도 관광시장을 중심으로 '볕'이 들 것으로 기대했지만 돌아온 성적표는 침체 수준에 그쳤다. 해외여행 수요 증가로 내국인 관광객이 줄고 고금리·미분양 등으로 인한 건설경기 부진, 작황호조에 따른 공급과잉과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방류 여파 등 1·2·3차 산업 전반에 걸쳐 어려운 상황에 놓이면서다. 지난 한해 제주 경제상황과 2024년 올해 경기전망을 도내 전문가 견해를 통해 짚는다.
△박동준 한은제주본부 경제조사팀장
"서비스업 감소·소비 위축 성장세 부진"
미분양 누증·사업성 저하 우려
물가 전망경로 불확실성 다분
유관기관 부채부실화 대비 및
소득기반 확충 정책노력 주문
박동준 한국은행 제주본부 경제조사팀장은 지난 2023년 전반적인 제주경제 상황에 대해 "4월 이후 내국인을 중심으로 관광객수가 줄면서 서비스업 생산이 감소하고, 소비·고용도 위축되는 등 성장세가 타 지역보다 부진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외국인 관광객은 꾸준히 증가했지만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회복률이 50%에 그쳤고, 내국인은 국내선 운항 축소 등으로 감소했다"며 "건설경기는 2021~2022년 착공했던 공사를 중심으로 개선됐지만 주택가격 하락, 미분양주택 증가 등 주택경기 부진으로 신축공사는 큰 폭으로 감소했다"고 말했다.
또 "부동산시장은 주택가격이 2022년 8월 이후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고, 거래량도 전국에서 가장 크게 감소하는 등 부진한 모습"이라며 "이에 따라 주택 미분양 물량도 큰 폭으로 증가했으며 '악성'으로 분류되는 준공후 미분양은 1001호로 다른 지역보다 비중이 높다"고 진단했다.
박동준 팀장은 "미분양 누증으로 주택건축 사업성이 저하되면서 신규사업이 급감했고, 이는 지역건설사 매출감소, 폐업 증가 등 건설투자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소비자물가에 대한 전망으로는 "소비 등 수요압력 약화, 국제유가 및 농산물 가격하락 영향 등으로 향후 물가상승률은 완만한 둔화흐름이 예상된다"며 "다만 누적된 비용압력이 전기·도시가스, 공공서비스, 가공식품, 외식비 등 가격인상으로 나타나면서 둔화세가 예상보다는 더디게 나타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여기에 유가 등 원자재 가격 재상승 가능성도 잠재해 있어 물가 전망경로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박동준 팀장은 "금리상승 등으로 2022~2023년 제주지역 가계부채 규모는 감소했지만 차주 1인당 가계부채 규모가 다른 지역에 비해 여전이 높은 수준"이라며 "아울러 제주에서 비중이 큰 자영업 가구의 경우 가계대출뿐 아니라 개인사업자 대출을 동시에 가지고 있어 실질적인 채무상환 부담은 더욱 클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금융기관 등 유관기관들은 가계부채 부실화 가능성에 대비해 연체상황 등에 대한 상시점검과 부동산 경기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 정보공유 등을 더욱 활성화해야 한다"며 "중장기적으로는 취약계층 소득여건이 개선되도록 소득기반 확충을 위한 정책 노력도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귀일 한국무역협회 제주지부장
"올해 제주경기 전년보다 회복 기점"
각종 지표 중 회복 전망 주목
연준 금리인하 파급효과 전망
앞으로는 수출에 더 집중해야
정귀일 한국무역협회 제주지부장은 올해 제주 경기는 지난해보다 좋을 것으로 내다봤다.
정귀일 지부장은 "지난해 말 통계청이 발표한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를 보면 2023년 4월을 저점으로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며 "2분기 이상 같은 방향성을 유지하고 있다. 경기전환점 발생 신호로 풀이된다. 올해 상반기까지는 경기가 현재보다 호전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정 지부장은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향후 경기의 국면 및 전환점을 단기 예측하는데 활용한다"며 "이를 볼 때 올해에도 상승세를 지속할 것으로 생각한다. 이에 올해 경기는 지난해보다 좋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정 지부장은 이어 "제주상공회의소 조사에서 제주 1분기 기업경기전망지수도 87로 나타났고, 10인 이상 제조업 기업경기전망은 92로 기대감이 더 큰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며 "조사항목별 5개 부문 실적 조사 결과 체감경기, 매출액, 영업이익, 설비투자, 자금사정 모두 전 분기 대비 큰 폭으로 올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올해 연준이 최소 3번 정도는 금리를 인하할 것 같다. 첫 금리 인하는 2분기 정도로 전망된다"며 "이에 우리나라도 하반기에는 금리 인하가 결정될 것이다. 제주지역 경기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 지부장은 "2024년 제주관광에도 큰 변화가 올 것으로 보인다"며 "관광업계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국인들의 해외여행 수요는 그동안 코로나 엔데믹 효과에 의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올 하반기에는 완화될 것"이라며 "해외여행 수요를 제주가 흡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어 "엔화의 변동으로 일본으로 가는 내국인들이 줄어들 것이다. 반대로 일본인들이 제주로 오는 경우도 생각해볼 수 있다"며 "외국인 관광객의 경우 카지노 관광객 위주의 성장이 예측된다"고 말했다.
정귀일 지부장은 중장기적인 경기전망에 대해서는 내수에 의존할 것이 아닌 수출에 역량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지부장은 "인구적인 관점으로 볼 때 35세부터 55세까지 핵심소비계층은 이미 10년 전 정점을 찍고 하락하고 있다"며 "인구는 모든 경제의 핵심이다. 제주 역시 대비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제주의 수출은 최근 대체적으로 좋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수출 규모는 2억1400만 달러로 예측한다"며 "반도체 수출이 특히 좋아지고 있다. 앞으로 반도체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실적은 더 눈에 띌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승빈·김수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