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한남리 마을회 설맞이 합동세배'에 마을주민 등 250여명 참석, 성료

해마다 설날이 되면 제주도에서는 가족 친지가 모여 차례를 지내고 세배를 한다. 또한 가족 친지 간의 세배가 끝나면 각 마을 별로 마을회관 또는 노인회관에서 주민들이 어르신들에게 합동으로 세배를 올리며 만수무강을 기원하는 행사가 열린다.

2월 10일 오후 4시. 서귀포시 남원읍 한남리 마을에서는 훈훈한 합동 세배가 열렸다. 행사 이름은 '2024년도 한남리 마을회 설맞이 합동 세배' 행사로, 한남리 마을주민, 이주민, 고향을 찾아온 향우회원 등 25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진행됐다.

한남리 마을회 합동 세배는 올해로 25번째로, 제주도에서는 가장 먼저 합동 세배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미풍양속이 구전으로 전해짐에 따라 이웃 마을도 따라 하기 시작했고 이제는 제주도 전역에서 합동 세배를 안 하는 마을이 거의 없을 정도다.

올해 갑진년 새해 맞이 합동 세배는 그동안 코로나19 등으로 인해 열리지 못하다가 4년 만에 열리는 합동세배이다.

여느 해 같으면 설날 다음날 합동 세배를 하는데 올해는 서울 등 육지 사는 사람들을 배려해서 설날 오후에 합동 세배가 열렸다. 오후 2시가 되면서 한남리 마을회 회원들은 한남리 노인회관에 모여 맛있는 돔배고기, 문어숙회, 과일, 기념품 등을 준비했다. 한남리 마을회 현계만 신임 이장과 오길원 새마을지도자, 그리고 오병국 노인회장을 비롯한 회원들, 허행숙 부녀회장과 회원들 모두 합동세배 준비에 여념이 없다.

이어서 동네 어르신들부터 어린아이에 이르기까지 모두 고운 한복이나 양복을 입고 삼삼오오 세배하러 노인회관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이윽고 노인회관 앞마당에 도착하자 모두들 이구동성으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건강하세요"라고 인사하면서 서로 악수를 했다.

본격적인 합동세배 행사는 오후 4시부터 큰절을 하면서 시작되는데 본 행사에 앞서 노인회관 앞마당에 도착하는 순서대로 서로 새해 인사를 하는 것이다.

오후 4시가 되자 마이크로 "이제 곧 합동 세배가 시작되니 밖에 계신 주민 여러분께서는 안으로 들어와 주시기 바랍니다" 라는 사회자의 안내에 따라 입장과 동시에 합동 세배가 시작되었다.

한남리 합동 세배의 특징은 연령대별로 진행된다는 점인데, 맨 먼저 80대 어른들이 90대 어르신들께 세배를 하고, 이어서 70대가 80대, 90대 어르신들께 세배를 하며, 뒤이어서 60대가 70대, 80대, 90대 어르신들께 세배를 하며, 그 뒤를 이어서 50대가 60대, 70대, 80대, 90대 어르신들께 세배를 하며, 그 뒤를 이어서 40대, 30대, 20대, 학생 및 어린이 순으로 차례차례 어른들께 세배를 드린다.

어린이들에게는 특별히 세뱃돈이 있는데, 한남리 현계만 이장과 오병국 노인회장이 세뱃돈 봉투를 하나씩 어린이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어린이들은 기쁜 마음으로 세뱃돈을 받고 어쩔 줄을 모르고 기뻐한다.

각 연령대 별로 합동 세배가 끝나자 현계만 신임 이장의 인사말이 있었다. 현계만 신임 이장은 인사말에서 "바쁘신 일정에도 이렇게 합동 세배에 참석해주신 주민 여러분께 고마운 말씀 드린다"라며 "한남리 합동 세배는 오랫동안 이어져 내려온 한남리민들의 미풍양속이자 전통이다"고 말했다. 이어서 현 이장은 "이러한 아름다운 미풍양속인 합동세배를 통하여 주민들 간 덕담과 담소의 시간을 나누고 배려함으로써 우리마을의 발전과 단합으로 리민 여러분들이 가족처럼 가까워지고 행복을 나눌 수 있는 계기가 되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뒤이어 오병국 한남리 노인회장은 "새로 이장으로 선출된 현계만 이장님께 축하드리며, 또한 지난 4년동안 한남리 발전을 위해 많은 일을 한 고관진 전 이장님께도 박수를 보냅시다."라고 말하여 박수를 유도했다. 이어 오병국 노인회장은 "우리 모두 힘을 합하여 한남리 발전을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그 가운데 서울에 사는 한남리출신 모임인 재경한남향우회가 있는데, 김창석 회장님과 회원들은 일어나 보십시요. 서울제주도민회 172개 마을중에 한남리 마을을 대표하는 재경한남향우회가 가장 단합이 잘 되는 우수마을로 표창을 받았다."고 하자 참가자들은 모두 박수로 호응했다.

합동 세배와 이장 인사말 등 공식적인 행사가 끝나고 이어서 한남리 마을회와 부녀회에서 준비한 떡국과 다과를 먹으면서 서로 살아가는 이야기와 훈훈한 덕담을 나누면서 오랜만에 만난 선후배 간에 이야기 꽃을 피웠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한남리의 한 주민은 "한남리가 면적으로는 남원읍에서 가장 큰 마을이며, 주민들 간에 단합도 가장 잘되는 마을이다"라고 했다. 그러자 재경 재경한남향우회의 한 회원도 "서울에서는 재경한남향우회가 사상 최초로 서울제주도민회 우수마을로 표창을 받았다. 우리가 몸은 마을에서 떨어져 있어도 마음만큼은 고향발전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이날 합동세배를 마친 한남리민들은 앞으로 한남리만의 아름다운 전통을 이어가자고 다짐하면서 아쉬운 작별의 시간을 가졌다.

한남리 마을은 서귀포시 남원읍에 소재하고 있는 중산간 마을로, 서귀포시에서 동쪽으로 약 14km 지점, 남원리에서 북쪽으로 약 5km 지점에 위치하고 있다. 서쪽으로는 위미리 대성동 마을과 동쪽으로는 의귀리 마을이 연접해 있다. 주민 95% 이상이 감귤농업에 종사하는 전형적인 중산간 농촌 마을로, 인구 470여 명의 작은 마을이지만 인재가 많기로 소문나 있는데, 사법고시 합격자 6명, 박사 6명, 의사 2명을 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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