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2024 찾아가는 인성아카데미 1.애월고
제민일보사(대표이사 사장 오홍식)와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이 공동 주최하는 '2024 찾아가는 인성아카데미'가 지난 17일 애월고등학교를 시작으로 물꼬를 텄다. 이날 애월고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열린 아카데미는 '꿀벌에게서 배우는 협동심'을 주제로 진행됐다.
△삶의 지혜
지난 2021년 5월 '꿀벌 2인조'의 팀워크가 화제를 모았다.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꿀벌 두 마리가 협업해 음료수 병뚜껑을 여는 모습이 포착된 것이다.
공개된 영상에서 꿀벌 두 마리는 탄산음료 병 양쪽에 붙어 뚜껑을 열려고 시도했다. 다리에 힘을 잔뜩 주는 것처럼 보이더니 이들은 곧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며 머리와 다리를 이용해 병뚜껑을 위로 밀어 올리는 것에 성공했다. 이들이 병뚜껑을 연 시간은 10초도 채 걸리지 않았다.
영국의 한 매체에 따르면 하버드대학 연구진은 2018년 이미 벌들이 서로 협력하는 방안을 연구, 발표한 바 있다. 연구진은 수개월 동안 수천 마리의 벌떼를 관찰한 결과 벌들이 동료의 움직임을 감지하고 그 방향으로 따라갈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처럼 꿀벌은 대표적인 '사회적 동물'이다. 생존을 위해 질서를 지키며 서로 역할을 나누는 등 집단 지성을 보이기 때문이다. 학습을 통해 평소 하지 않는 행동을 습득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것으로도 알려졌다.
벌들의 보금자리인 벌집은 한 마리의 여왕벌과 일부 수벌, 다수의 일벌 등 4만 마리가 군집을 형성하고 있다. 이들의 역할은 각자 명확하게 나눠진다.
여왕벌은 수벌과 교미하며 매일 수천 마리의 일벌을 낳는다. 번식을 통해 대를 잇는 역할을 하는 수벌은 여왕별과 짝짓기를 끝내면 무리에서 쫓겨난다. 일벌은 여왕별과 유충을 지키고, 집단적으로 꿀과 화분을 수집하는 역할을 맡는다. 벌집의 온도와 습도도 조절하며 침입자를 막아내기도 하는 '집단의 호위무사'인 셈이다.
△지켜야 할 존재
이날 아카데미 강사로 나선 손인준 농업회사법인 ㈜그린비즈 대표는 "인간보다 크기는 한없이 작은 곤충이지만, 그들이 형성한 사회는 넓고 체계적"이라며 "부지런하며 서로를 생각하는 이타적인 꿀벌의 군집에서 우리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손인준 대표는 "꿀벌이 꿀을 채취하는 과정도 상당히 조직적이다"며 "어떠한 꿀벌도 동료의 도움 없이는 꿀을 만들 수 없다. 삶의 모든 과정이 협동 작업인 셈"이라고 전했다.
손 대표는 장수말벌에 공격받는 한 꿀벌 무리의 영상을 보여주며 "한 꿀벌이 장수말벌로부터 죽을 위기에 처하자 다른 꿀벌들이 목숨을 걸고 동료를 구하고 있다"며 "집단이 위기에 처하자 서로를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도와주는 모습에서 이타적인 면모를 살필 수 있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또한 지구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사라져가는 꿀벌을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꽃가루를 옮기는 꿀벌이 사라지면 식물의 수분이 이뤄지지 않아 농작물 생산이 줄어들고, 생태계에도 변화가 찾아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 유엔식량농업기구(FAO)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 식량의 90%를 차지하는 100대 주요 작물 가운데 70%가 꿀벌의 화분 매개 작용으로 열매를 맺는다.
손 대표는 "꿀벌은 수분을 위해 벌집과 밀원식물 사이를 하루에 300~800번 오간다"며 "1만 마리가 일한다고 가정해도 하루에 1000만번을 이동하는 것으로, 사람이 이를 대체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손 대표는 "우리 모두 꿀벌과 자연을 보호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며 "중요한 건 아는 것보다 행동하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김은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