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희생자 추정 유해 운구 제례
애월읍 공초왓 발굴터서 봉행
신원확인 위한 유전자 감식 착수

“4·3이라는 참극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영령님들께서 구천을 헤맨 지 어언 일흔 여섯해 동안 불초 후손들은 유해조차 제대로 못시지 못했지만 시대가 변해 이제서나마 영령님들을 모실 수 있게 됐습니다. 이제 궂은 액 떨쳐버리고 모든 일이 순탄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굽어살펴 주십시오.”

속보=31일 제주시 애월읍 봉성리 공초왓 인근의 공터에서 발굴(본보 10월 25일자 1면, 10월 31일자 1면)된 4·3희생자 추정 유해 4구를 수습하기 위한 운구 제례가 거행됐다.

이날 제례는 김창범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이 초헌관을 맡고 김종민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과 김대욱 제주4·3희생자유족회 애월지회장이 아헌관과 종헌관을 맡아 4·3당시 희생된 것으로 추정되는 유해 4구의 억울한 한을 위로했다.

김창범 유족회장은 제문을 통해 “그동안 야속한 세월 속에 희생된 영령님들은 말이 없었고 살아 있는 저희들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지만 시대가 변해 이제서나마 모실 수 있게 됐다”며 “4·3의 역사적 진실의 횃불이 평화와 인권의 가치로 온 세상에 빛을 발할 수 있도록 진력해 나가겠다”며 영령들을 위로했다.

이날 제례가 봉행된 유해들은 제주특별자치도와 4·3평화재단이 추진한 ‘4·3희생자 유해 매장 추정지 발굴조사’ 과정에서 발굴된 유해들이다.

관련 자료 조사와 제보자 증언 등을 토대로 조사에 착수한 제주4·3평화재단은 1999년 공초왓 일대 토지 사유자가 경지정리를 하던 중 무연분묘를 확인하고 무덤 5기를 이번 발굴 지점으로 이장한 것을 확인, 발굴조사를 진행해 유해들을 발굴했다.

재단은 발굴 지점이 애월·한림읍 주민들의 피난처였던 한대오름 인근인 점, 이장지에서 탄피 등이 발견된 점 등을 토대로 이 유해들이 4·3희생자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4·3재단 관계자는 “무덤 내부 매장된 유해들은 재매장임에도 불구하고 전신장으로 팔뼈와 다리뼈의 좌우가 바르게 매장됐었고 관은 없었지만 명주천으로 유해를 감싸는 등 정성스럽게 이장이 이뤄졌다”며 “발견된 유해 4구 중 3구는 상태가 좋았지만 1구는 두개골 일부가 부식되고 뼈 일부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발굴된 유해는 건식세척 등의 과정을 거친 후 형질인류학적 감식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김대욱 4·3유족회 애월지회장은 “이렇게 4·3희생자로 추정되는 유해가 발견된 것이 매우 기쁘다”며 “감식작업을 통해 신원이 확인이 돼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가기를 간절히 기원한다”고 밝혔다.

김종민 4·3평화재단 이사장은 “이번에 유해가 발굴된 지역은 4·3 당시 많은 사람들이 피난했던 중산간 지역인데다 매장지에서 소총탄과 탄피 등이 발견된 점으로 미뤄볼 때 군경토벌대에 의해 희생된 분들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또 “현재 서울대학교 법의학교실과 용역을 맺고 4·3희생자 유해에 대한 감식작업을 이어가고 있다”며 “다만 아직까지 많은 분들이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유전자 감식 기술이 발달하면서 과거 확인되지 못했던 분들이 최근 확인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며 “아직까지 채혈을 하지 않은 4·3 유족분들은 반드시 채혈을 진행해 4·3희생자들이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