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일보·제주교육청 2024 찾아가는 인성아카데미 7. 제주사대부고
제민일보사(대표이사 사장 오홍식)와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이 공동 주최하는 '2024 찾아가는 인성아카데미' 일곱 번째 강의가 제주대학교 사범대학부설고등학교(이하 제주사대부고)에서 지난 21일 열렸다. 제주사대부고 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열린 이번 인성아카데미 주제는 '쉽게 배우는 경제 수업'이다.
인간을 연구하는 '경제학'
OTT 드라마 예시로 설명
모든 일상에 경제학 담겨
이날 강연에 나선 박병률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콘텐츠랩부문장)은 "경제학에 대해 마음 속으로 저마다 정의가 있겠지만, 교과서에서는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분배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학문'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박병률 콘텐츠랩부문장은 "쉽게 말해 내가 현재 가지고 있는 자원들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분배해 최고의 성과를 얻는 방법을 연구하는 것"이라며 "사람이 갖고 있는 자원은 대표적으로 시간과 돈 등이다"고 밝혔다.
박 부문장은 "예를 들어 오늘 학교를 가기 위해 걸어갈 지, 택시를 탈지 고민할 때 지각할 확률이 높으면 돈이 들더라도 대중교통을 이용할 것이고, 시간이 남으면 걸어갈 것이다"며 "한정된 자원인 시간과 돈을 계산해 어떤 결정이 본인에게 가장 최적인지를 판단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금 더 나아가면 앞으로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판단할 때 우리는 스스로에게 가장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선택을 한다"며 "결국 인간이 하는 모든 활동은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분배하는 고민에서 시작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초 경제학 도서로 알려진 마샬의 '경제학 원론'에서도 경제학에 대한 정의를 '일상을 연구하는 학문'으로 기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 부문장은 "최근 사람의 심리를 연구하는 '행동경제학'이 발달하고 있다"며 "이 분야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언어는 '휴리스틱(Heuristic)'이다"고 밝혔다.
'휴리스틱'은 빠른 의사결정을 위해 사용하는 '심리적인 지름길'을 의미한다. 시간을 절약하고 정보 수집과 처리 과정을 단축하기 위해 경험과 직관에 따라 판단, 행동하는 것이다.
박 부문장은 "OTT에서 최근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드라마가 방영됐다"며 "이 드라마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천재 변호사를 다루는 이야기"라고 했다.
이어 "드라마를 보면 우영우 변호사를 추천받은 의뢰인은 처음 노골적으로 이를 불편해 했다"며 "장애를 갖고 있는 변호사에 대한 편견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 때 변호팀장은 우영우 변호사에 대해 칭찬하며 서울대 법대를 수석으로 입학했다는 설명을 덧붙이자 의뢰인은 우영우를 고용한다"며 "사실 이는 우영우의 변호사로써 능력을 판단하기 어려운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사람이 정말 좋은 변호사인지 알려면 그동안 어떤 수임을 했는지 법정에서 어떤 결과를 만들었는지 등을 봐야하지만, 단순히 외모와 학력 만을 보고 판단한 것"이라며 "어림짐작으로 사람을 판단한 것인데, 이를 행동경제학에서는 휴리스틱으로 정의한다"고 밝혔다.
박 부문장은 "이처럼 철저하게 사람의 판단과 행동을 연구하는 학문"이라며 "여기서 궁금증이 하나 생긴다. 왜 대부분의 사람들은 경제학하면 돈, 재테크를 생각하는가이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 부문장은 "그 이유는 현대사회가 돈을 중요시하는 자본주의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열심히 공부하고, 땅을 사고, 운동을 하는 목적은 돈을 벌기 위함으로 귀결되고 있다"며 "이 때문에 '경제학은 곧 재테크'로 의미가 좁혀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과거 조선시대였다면 최종적인 목적은 양반이 되는 것일 수도 있다"며 "양반이 되면 사회에서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일반 농민들이 열심히 일하고 돈을 벌며 족보를 구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박 부문장은 "하지만 태초 경제학은 돈을 벌거나 출세하는 등의 방법을 연구하기 위해 만들어진 학문이 아닌 빈부 격차 등 수많은 사회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라는 문제에서 시작됐다"고 강조했다.
박 부문장은 "경제학자는 차가운 머리와 뜨거운 가슴을 가지라고 한다"며 "사회 문제를 냉정하게 판단하지만 마음은 따뜻하게 지니며 많은 사람들이 이득을 가져갈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자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많은 사람이 행복하고 따뜻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은 학생들은 경제학 분야에 대한 꿈을 가져보는 것도 좋겠다"고 전했다. 김은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