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행불인 유해는 어디에] 5. 에필로그

 

지난달 애월읍 봉성리서 유해 4구 수습…현재 모두 417구 달해
도내 신원확인 143구 나머지 274구 수준…도외서 2구 고향으로
채혈 독려 불구 2200여명 참여…"유전자 감식 사업 지속 노력"

제주도와 제주4·3평화재단이 제주4·3 당시 행방불명된 희생자의 이름 찾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도내·외에서 발굴된 유해의 신원확인 작업을 지속 전개하면서다. 제주4·3 당시 도민들은 도내 곳곳에서 총살돼 암매장됐다. 이 과정에서 불법적인 재판을 받고 타 지역 형무소로 수감된 이후 연락이 두절된 경우도 상당수다. 실제 제주4·3평화공원 내 설치된 시신을 찾을 수 없는 희생자 표석 4030기 중 제주지역은 2122기로 절반 이상이다. 나머지 경인지역 558기, 영남지역 448기, 호남지역 411기, 대전지역 270기 등 전국 곳곳에서 희생당했다. 이처럼 도내는 물론 타 지역에서까지 억울하게 희생된 제주4·3 행방불명 희생자들의 유해가 하루빨리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도내·외 곳곳 산재

제주시 애월읍 봉성리 '공초왓'에서 지난달 10일 제주4·3 희생자로 추정되는 유해 4구가 수습됐다. 제주4·3평화재단과 제주도가 제보자의 증언을 토대로 제주4·3 희생자 유해 매장 추정지 조사를 통해 이뤄진 것이다.

이번 유해가 발굴된 '공초왓'은 제주4·3 당시 애월읍, 한림읍 주민들의 피난처인 한대오름 서쪽에 위치한 곳으로 곰취가 군락을 이루고 있어 이같이 불렸다.

당시 유해 발굴 결과 5개의 무덤에서 총 4구의 유해가 확인됐으며 애월읍·한림읍 주민들의 피난처인 한대오름이 인근에 위치하고 탄피 등이 발견된 점을 토대로 제주4·3 희생자로 추정되고 있다.

이를 포함해 현재 도내 곳곳에서 발굴된 제주4·3 희생자 유해는 모두 417구에 달한다. 2006년 제주시 화북동 화북천을 시작으로 2007년~2009년 제주국제공항, 2021년 표선면 가시리 등 7곳, 지난해 안덕면 동광리 등에서 진행된 유해 발굴의 성과다.

이 가운데 신원이 확인된 유해는 143구다. 나머지 274구는 아직 유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한 상태다.

실제 지난 2월 예비검속 피해자 고 강문후씨와 군법회의 이후 행방불명된 고 이한성씨 등 2명의 신원이 확인된 바 있다.

고 강문후씨는 안덕면 동광리 출신으로 1950년 7월 예비검속돼 지금까지 행방을 알 수 없었고 고 이한성씨는 제주읍 화북리 출신으로 1949년 군법회의에서 사형 선고를 언도받은 후 행방불명됐다.

앞서 지난해 10월에는 대전 골령골에서 발굴된 유해가 고 김한홍씨로 확인되기도 했다. 도외 지역에서 제주4·3 희생자 신원이 확인된 첫 사례다.

이어 양성홍 제주4·3 행방불명인 유족협의회장의 할아버지인 고 양천종씨가 옛 광주형무소에서 발견된 유해 중 DNA 감식 사업에 따라 고향 제주로 돌아올 수 있었다.

타 지역에서 제주4·3 희생자의 신원이 확인된 것은 고 김한홍씨에 이어 두 번째다.

 

△유족 채혈 본격화

이 과정에서 제주4·3 행방불명 희생자 신원확인을 위해 유족들의 적극적인 채혈 참여가 강조되고 있다.

특히 제주4·3평화재단과 제주도는 2019년부터 새로운 유전자 검사 방식인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법(NGS)'을 적용하고 있다.

기존 유전자 검사 방식의 경우 친부모와 자식 관계만 판별이 가능했지만 이를 해결해 방계 6촌까지 판별이 가능하도록 했다. 한 명의 행방불명 희생자에 대한 유가족 다수의 적극적인 채혈 참여가 신원확인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고 강문후씨 역시 손녀·손자를 비롯해 조카 손자까지 9명의 유족 채혈을 통해 신원이 확인됐다.

또한 고 이한성씨도 조카의 채혈로는 신원확인에 이르지 못하다가 지난해 동생과 조카의 추가 채혈로 신원이 확인된 사례다.

 

△참여 저조 관심 절실

현재 4·3위원회가 확정한 제주4·3 당시 행방불명 희생자는 모두 3679명에 이르고 있다. 올해 3월 기준 제주4·3 희생자 1만4822명의 25% 수준으로 4명 중 1명은 희생자 유해를 수습하지 못한 셈이다.

문제는 제주4·3 행방불명 희생자 유족들의 채혈 참여는 2200여명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방계 6촌까지 채혈 참여가 가능한 상황에서 턱없이 저조한 실정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제주4·3평화재단과 제주도는 채혈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채혈 참여가 신원확인의 결정적인 단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한국전쟁 직후 학살이 자행된 대전 골령골과 광주형무소 등에 대한 제주4·3 행방불명 희생자 신원확인은 좀처럼 진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실제 1949년 2차 군법회의로 대전형무소에 수감돼 대전 골령골에서 학살된 제주4·3 희생자는 300명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신원이 확인된 사례는 단 1명에 그치고 있다.

또한 타 지역의 학살지에서 발굴된 유해의 경우 제주4·3 유족들의 유전자 대조를 위해서는 해당 지역 유족회 등의 동의가 있어야 가능하다.

앞서 옛 광주형무소에서 발굴된 유해 262구에 대해 5·18 행불인으로 추정하고 감식 사업이 진행됐지만 관련점을 찾지 못함에 따라 제주4·3 희생자와 대조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제주를 포함해 전국 곳곳에서 제주4·3 행방불명 희생자가 학살당한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유해 발굴 사업 확대와 함께 적극적인 유족 채혈 등이 요구되고 있다.

제주도 관계자는 "현재 '공초왓' 발굴 유해 4구에 대해서도 유전자 대조 작업이 진행 중"이라며 "올해 예산 8억7000만원에 이어 내년에도 7억원을 확보한 만큼 유전자 감식을 통해 단 한 구의 유해라도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제주4·3 행방불명 희생자 유족 채혈은 제주시 한라병원과 서귀포시 열린 병원에서 각각 무료로 진행되고 있다. <끝>양경익 기자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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