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턱아카데미 <6> 신성여자고등학교
테왁·망사리 등 물질도구 설명
욕심내지 않고 조화 이루는 삶
제주해녀문화 전국·세계로 확산
공동체문화, 환경친화 가치 주목
세계문화유산보존사업회(이사장 김택남)와 제주특별자치도가 개최하고 제민일보(대표이사 오홍식)가 후원하는 '공동체로 배우는 제주해녀문화 - 불턱 아카데미'가 지난 11월 26일 신성여자고등학교 3학년1반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불턱 아카데미는 2024년 제주해녀문화 가치 활성화 사업의 일환으로, 도내 청소년들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제주해녀 문화의 가치를 보다 구체적으로 알아보고, 제주 해녀문화를 잘 모르는 젊은 세대와 후대에 알리기 위해 마련됐다.
△독특하고 다양한 물질도구
이날 불턱 아카데미는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2리에서 현직 해녀로 활동하고 있는 오진생 해녀가 강사로 나서 신성여자고등학교 학생들에게 '해녀 문화와 여성의 힘'을 주제로 제주 해녀문화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지정 이유, 소통하는 공동체와 삶의 태도 등을 설명했다.
오진생 해녀 강사는 우선 해녀에 대해 "해녀는 숨을 참고 잠수해 소라와 전복, 해삼 등 해산물과 톳, 미역, 우뭇가사리 등의 해조류를 채취해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을 말한다"며 "요즘은 75세에 일찍 은퇴하지만 예전에는 평생 바다에 가서 소라, 전복을 잡고 팔아서 생계를 유지했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은 제주도가 잘 살게 됐지만 옛날에는 농사도 잘 안되고 공장이 없어 돈 벌기가 쉽지 않았고, 그래서 딸을 낳으면 좋아했다고 한다"며 "물질이 큰 수입원이라 해산물을 팔아서 생계를 해결하고 학교도 보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오 강사는 이어 해녀들이 사용하는 물질도구들을 소개했다.
강사는 "해안도로에서 바다에 떠있는 테왁들을 많이 봤을텐데, 학생들이 책가방을 갖고 학교에 가는 것처럼 해녀들도 물질도구를 갖고 간다. 가장 중요한 것이 '테왁'으로 해녀의 상징이기도 하다"며 "테왁은 눈에 잘 띄는 주황색이며 망사리와 닻줄, 호멩이, 빗창, 눈(물안경) 등을 챙겨 물질에 나선다"고 말했다.
강사는 또 물질 과정에 대해 "우선 물에 들어가면 물질 포인트를 찾아간 후 돌을 15~50m 길이의 닻줄이 연결된 작은 그물에 넣고 돌틈에 끼워넣어 배가 정박하는 것처럼 테왁을 고정한다"며 "이후 해산물을 캐서 큰 망사리에 넣고, 다음 장소로 이동할 때 돌틈에 다시 끼워넣는 일을 반복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물질 포인트는 해안에서 먼 편이기 때문에 멀리 헤엄쳐 가서 잡으면서 밀물에 맞춰 들어온다"며 "빈 망사리는 가볍지만 물건 차면 테왁을 밀면서 돌아오는 것이 너무 힘들기 때문이며, 상군들은 100㎏ 이상을 잡는다"고 말했다.
이어 "보기 힘든 전복이나 문어를 잡으면 작은 망사리에에 넣으며, 입수 직전까지 신었던 고무신도 여기에 넣는다"며 "호멩이는 보통 호미보다 작고, 구멍이나 돌틈에 사는 소라나 성게를 잡을 때 사용하며 몸이 조류에 흔들릴 때 바위에 걸어 몸을 지지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강사는 또 "빗창은 전복을 캘 때만 쓰며 전복은 돌에 엄청나게 세게 붙어 있기 때문에 지렛대 원리로 떼어낸다"며 "전복이 상처나지 않도록 빗창을 뒤집어서 넣은 다음 한 번에 떼어내는게 요령"이라고 말했다.
강사는 "해녀들이 '눈', '큰눈', '왕눈'이라고 부르는 물안경은 예전에는 수영선수들처럼 작은 것을 썼지만 제 어머니 때에 큰눈이 생겼다"며 "특히 여기에는 해녀들만의 오래된 지혜가 배어 있다. 주변에 흔한 쑥으로 물안경 안팎을 닦아내면 물질을 하는 다섯 시간 내내 김서림 방지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직접 사용하는 오리발과 연철을 보여주며 "오리발을 차면 네 배 정도 빠르게 수영할 수 있고, 수십㎏의 소라가 들어찬 망사리를 밀고 돌아올 수 있다"며 "고무옷의 부력이 크기 때문에 체중의 10~13%에 해당하는 납 벨트인 연철을 차야 잠수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유네스코 등재 세계 관심 확산
오진생 해녀 강사는 물질 도구를 소개한 후 해녀 문화의 가치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오 강사는 "해녀는 해산물이 아무리 많아도 가져올 수 있을 만큼만 망사리에 넣고 그 이상의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며 "해녀들이 원칙에 따르고 절대 욕심을 내지 않는 것은 목숨과 직결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해녀는 절대 바다에 혼자 가지 않는다. 혼자 가면 많이 잡을 수도 있지만 반드시 둘 이상 짝을 지어 가야 한다"며 "서로 물에서 들어갔다가 나오는 것을 봐줘야 한다. 보이지 않으면 사고가 난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면 바로 달려간다. 각박한 세상에서 가치 있는 것이 아닐까"라고 말했다.
강사는 "해녀가 육체적으로 힘든 일이지만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될 정도로 세계인들이 해녀에 관심을 갖는 것은 해녀의 전통에 가치가 있기 때문"이라며 "특히 해녀는 바다환경을 지키며 성실하게 일한다. 저도 처음 물질을 했을 때 소라를 많이 잡아 기뻐했는데 알고보니 규정 이하 크기가 대부분이어서 엄청 야단맞고 놓아주었던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해녀에는 상군해녀, 중군해녀, 하군해녀가 있는데 가장 뛰어난 상군은 해녀들을 이끌고 하군해녀를 배려하며 아름다운 공동체 문화를 만들어왔다"며 "해녀어업과 해녀문화는 국내·외 유산 4관왕을 할 정도로 인정받고 있지만 해녀들이 없다면 이처럼 소중한 문화도 함께 사라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강사는 "다행히 요즘에는 해녀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위상이 높아져서 해녀하겠다는 사람들이 많이 온다"며 "특히 육지부에서 젊은 여성들이 해녀와 제주 바다를 선호해 오는 경우들이 많지고 있고, 우리 어촌계에도 2명이 있다"고 소개했다.
오 강사는 "제주의 해녀문화가 계속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며 "여러분도 해녀에 꿈이 있다면 한 번 도전해볼만 하다. 해녀가 되지 않더라도 해녀문화에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