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플라스틱 협약 타결 무산
총량 줄이기·시민 관심 필요
플라스틱국제협약을 만들기 위한 5차례의 협의 중 마지막 협의가 지난 2일 부산에서 막을 내렸다. 원래 예정됐던 폐막 시간을 넘겨서까지 회의가 진행이 됐지만 시민환경단체들이 강력하게 주장했던 플라스틱 생산 감축등에는 어떠한 합의도 만들어내지 못하고 추가 회의를 약속하는 선에서 마무리가 됐다.
일상에 본격적으로 이용된 지 100여년도 안된 플라스틱이 이제는 우리가 숨 쉬는 공기 속, 마시는 물 속, 그리고 먹는 음식 속에 포함돼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지금 추세로 간다면 앞으로 3~40년 뒤면 플라스틱 생산과 소비는 현재의 3배 가량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그때 쯤에는 지금 우리가 섭취하는 양의 수십배에 달하는 미세플라스틱을 먹으면서 살아가게 될 것이고 바다는 생물의 총량보다 플라스틱 쓰레기 양이 더 많아질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모래사장이 아닌 알록달록 플라스틱 조각 해변에서 바다 수영을 해야 할지 모른다.
플라스틱 문제는 자외선, 열, 물리적 자극 등에 부서지심 다양한 화학 오염을 야기한다.
심각한 플라스틱 오염 속에서도 전 세계적으로 플라스틱 재활용률이 10%가 채 되지 않는다는 현실 속에서 플라스틱 오염을 줄이는 가장 합리적이고 실현 가능한 방법은 바로 플라스틱 총량을 줄이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나 생산감축이 협약에 포함되는 것에 대해서는 협의 전부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환경문제에 앞선 행동을 보이는 EU와 플라스틱 바다로 심각한 피해를 보는 군소국가들이 생산 감축에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나섰지만 우리나라를 포함한 주요 플라스틱 생산국들, 플라스틱 원료인 석유 수출국들의 반대 혹은 침묵은 충분히 예상됐고 협약을 방해하는 석유기업들의 로비 이야기도 공공연하게 들려왔다.
기후위기, 플라스틱 오염과 같은 환경 문제는 좋고 싫음의 문제가 아니다. 옳음, 정의로움의 문제이다. 지금 당장 우리의 이익을 위해 무고한 다른 생명들을 희생시킨다는 것과 미래 세대의 세상을 파괴한다는 것은 우리가 나아갈 길이 아니다.
제주에는 정말 다양한 시민단체들, 또 봉사자들이 환경정화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전국에서 가장 활발한 시민활동이 벌어지고 있는 곳이지 않나 생각한다. 그러나 매주 거리로 바다로 나가 쓰레기를 줍는 시민단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주워도 주워도 나아지는 모습 없이 쓰레기는 여전하고, 해양 쓰레기는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고 한다.
텀블러를 들고, 에코백을 드는 캠페인으로, 개인의 실천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전 세계가 함께 실행해야 할 강제력이 있는 규제로 생산에서부터 폐기까지 전 과정에서의 관리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협약을 방해하는 석유 기업의 강력한 로비를 이겨낼 더 강력한 힘이 필요한데 우리가 가진 최고의 힘은 바로 사람이다.
한사람, 한사람이 모인 거대한 시민사회의 더 큰 목소리. 지속가능한 지구환경을 위해 합리적인 국제협약이 한시라도 빨리 만들어지도록 우리 시민사회가 한 번 더 거대한 힘을 모아 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