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체제 개편, AI교과서 도입 등
저출생과 환경 변화 대응 '변곡점'
교사 역량 강화·갈등관리 관건 전망
강조해온 교육감 소통 리더십 요구

제주교육은 가파른 저출생 추세에 대응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변곡점에 섰다. 교육환경이 변화하면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학교체제 개편과 적정규모 학교 육성, 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 도입 등 주요 사업이 시동을 걸면서 제주교육이 시험대에 올랐다.

△체제 바꾸고, 새로 도입하고

김광수 제주교육감은 신년인터뷰 등을 통해 "변화하는 미래 교육환경 대비"를 강조하며 학교체제 개편과 디지털·AI 교육 내실화를 주요 정책으로 내세웠다.

올해 제주도교육청은 김 교육감의 역점 사업인 '학교체제 개편'에 시동을 건다. 특성화고인 제주고등학교와 제주여자상업고등학교를 남녀공학 일반고로 전환하기 위한 절차에 본격 착수한다. 행정절차가 마무리되면 오는 3월부터 두 학교에 대한 지원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TF팀이 구성될 예정이다. 미래 신산업 학과 등을 개설한 특성화고 신설도 첫 삽을 뜬다. 일반계고인 성산고는 다시 한 번 해양계열 특성화고로 개편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김 교육감 핵심 공약으로 고교체제 개편에도 포함된 예술중·고등학교 신설은 물 건너갔지만, 체육중·고등학교 신설은 지속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학생 수가 적은 지역의 학교 통합이 이뤄진다면 남은 유휴부지를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도교육청은 저출생으로 인한 학령인구 감소와 지역별 학생 수 양극화 등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적정규모 학교 육성 정책을 추진한다. 추진 유형으로는 소규모 학교 통·폐합, 학교 이전 재배치, 단성학교의 남녀공학 전환 등이 거론된다. 적정규모 학교 육성은 2023년 관련 조례가 제정되며 수면 위로 떠올랐다. 소규모 학교의 교육과정 운영 어려움과 재정 효율성 감소 등에 따른 교육의 질 저하가 우려되면서다. 지난 2015년에도 적정규모 학교 육성을 위한 조례가 제정됐지만, 해당 조례는 도내 작은학교를 살리는 취지였다.

2022 개정 교육과정도 지난해 초등 1~2학년에 이어 올해 중·고등학교 1학년 적용 후 2028년까지 순차적으로 전 학년에 확대된다. 이번 교육과정의 취지에 따라 개발된 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도 학교 현장에 도입될 전망이다. 다만 지난달 AI 교과서를 당초의 교과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규정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지위가 격하돼 동력이 약해졌다. 교과서는 정부 재정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교육자료의 경우 부담이 학교나 학부모에게 전가된다. 사용 여부도 학교장 재량에 맡겨지면서 바뀐 법이 시행되면 3월 새 학기에 맞춰 AI교과서 수업을 준비하던 현장에도 혼란이 예상된다. 김 교육감은 신년인터뷰에서 "제주도교육청은 AI디지털교과서가 교과서든, 참고자료의 지위를 갖든 관계없이 시범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영유아 보육기관인 어린이집과 교육기관인 유치원을 통합하는 유보통합도 시행을 코 앞에 두고 있지만, 여전히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도교육청은 우선 제주형 유보통합 기반 마련을 위한 정책 연구용역을 시작했다. 행·재정 이관 로드맵을 제시하고 제주형 통합 모델을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현장 혼란 최소화 시급

올해 교육정책 실현은 현장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교사 역량 강화와 교육계 내·외부 갈등관리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학교교육에 처음으로 AI교과서를 도입키로 하면서 교육과정에도 변화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교사들도 기존 종이 교과서에 익숙, 새로운 형태 교과서를 경험하지 못하면서 역량 강화가 대두됐다.

도교육청은 수업 설계 연수와 기기 보급에 나서고 있지만 새 학기를 2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AI교과서가 자율화되면서 수업을 준비하고 있던 교사들의 혼란은 불가피하다.

여기에 디지털 교과서에 대한 학부모들의 신뢰 확보 방안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교육 재정 악화 속에 막대한 예산 부담도 떠안았다.

학교 '개편' '전환' 등의 정책이 잇따라 첫발을 떼면서 갈등 중재도 과제다. 준비 과정에서 예산만 낭비한 채 사업 자체가 지지부진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감 제안으로 교육공론화위원회 의제로 체택돼 추진되는 '단성중의 남녀공학 전환'은 제주시 동지역 4개교를 대상으로 검토되고 있었으나 일부 학교의 동문들 반대에 부딪혔다.

현재 도교육청이 추진하는 적정규모 학교 육성은 기존 소규모 학교 살리기 정책과 상충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통폐합의 경우 최소 2곳의 학교가 포함되는 만큼 학교 구성원은 물론 지역주민 동의를 받아야 하는 점에서 의견을 모으기 쉽지 않다. 제주도립학교 설치 관련, 수산초·풍천초·가파초 통폐합 논의가 쟁점이 됐던 지난 2012년에도 교육 당국과 주민들 간 논란이 적잖았다.

소규모 학교 존폐에 대한 도민 의견도 팽팽하다. 2025 제주교육 정책 수립 여론조사에서 소규모 학교 통폐합 찬성 비율은 45.0%, 유지·존속 지원 비율은 43.9%였다.

이 때문에 김 교육감이 임기 초부터 강조해 온 소통의 리더십이 더욱 요구되고 있다. 김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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