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학연구센터가 양성하는 시민 아키비스트

사라져가는 제주, 원형이 훼손되어가는 탐라의 역사·문화·삶의 자료를 찾아서 기록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지방시대가 되면서 역사와 기록의 중심이 중앙과 지배 계층에서 지방과 서민들의 삶으로 옮겨가고 있다. 역사를 기록하는 사람들도 관료나 전문가에서 관심 있는 시민들이면 누구나 직접 기록할 수 있는 시민기록자의 시대가 되었다. 집안 깊숙이 묵혀두었던 사진과 자료를 찾아내거나, 어르신들의 살아온 삶을 인터뷰와 채록으로 기록하는 일, 마을에서 관습이나 구전으로 내려오는 일들을 찾아서 기록으로 남기고 있다. 기록의 대상이 많아진 만큼 사료로서 가치 있는 자료를 발굴하고, 제대로 기록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제주학연구센터에서는 2021년부터 시민 아키비스트를 양성하고 있다. 탐라의 역사·문화·삶을 기록할 시민기록가 양성이 목표다. 2년동안 기초, 심화의 2개 과정을 모두 수료해야 시민 아키비스트로서 센터의 각종 작업에 참여할 수 있다, 교육과정은 기록의 필요성과 방법론, 분야별 기록 사례 위주로 구성되었다. 강사는 도내외 현장 전문가들의 실무적인 강의와 현장학습으로 이루어진다. 작년까지 3기에 걸쳐 총 45명이 수료했고. 올해도 기초와 심화 과정을 진행할 예정이다. 수료생들은 매월 한 차례씩 센터에 모여서 특정 주제에 대해서 발표와 토론으로 지속적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시민 아키비스트들의 최대 목표는 현장에서 각종 조사를 하고 기록으로 남기는 일이다. 연초가 되면 도내 마을에서는 동시다발적으로 마을 포제를 한다. 같은 날 같은 시각에 마을제들은 진행되기에 마을제를 조사하기 위해서는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 작년부터 올해까지 시민 아키비스트들이 참여를 하고 있다. 기록화 과정은 수집이나 정리단계마다 인력이 많이 필요하다. 아카이브를 위해서 공개 수집된 사진에 대한 자료조사와 메타데이터 작성에도 참여했다.  

제주인의 삶에 대한 자료는 기록으로 남아있는 게 많지 않다고 한다. 그만큼 앞으로 찾고 기록화 해야 할 대상이 많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시민 아키비스트는 그 역할을 담당할 전문가로 양성을 시작했다는 것이 제주학연구센터의 담당자의 설명이다. 물론 아직 시민 아키비스트의 활동에는 여러 가지 제약과 한계가 있기는 하다. 조속한 제도화로 소중한 제주 문화유산이 더 이상 사라지기 전에 기록화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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