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리 철 이것만은 지켜주세요

4월부터 5월 중순까지를 제주에서는 '고사리철'이라고 부른다.

초여름에 접어들면 잎이 펴버리거나 줄기가 질겨져 맛이 없어서 고사리 철에 줄기가 여리고 부드러울 때 꺾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고사리 장마'라 불리는 봄비가 내린 뒤에는 고사리가 통통하게 물이 오르고 쑥 자라나기 때문에 누군가 이미 꺾은 데서도 비가 내리고 나면 새순이 다시 자란다. 봄철 동안 고사리를 9번이나 꺾을 수 있다고 해서 '고사리는 아홉 형제'라는 속담도 있다.

4~5월 고사리가 가장 연하고 맛있어 시골 할머니들은 물론 이주민, 관광객 너나 할 것 없이 고사리 꺾기 삼매경에 빠져 혼자서 명당을 찾아 깊숙이 들어가 고사리에 정신이 팔렸다가 길을 잃는 사고가 자주 일어난다.

제29회 한라산 청정 고사리 축제가 ㅎㆍㄴ디 고사리 꺾으멍, 지꺼지게!' 슬로건으로 지난 26일부터 27일까지 열린 가운데, 제주 들녘에는 본격적인 고사리 채취 철을 맞아 채취객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고사리 채취에 많은 사람이 중산간 들판과 오름으로 이동하면서 중산간 지역이 몸살을 앓고 있다.

중산간 지역 오름과 들판 주변에 버려지는 쓰레기가 부쩍 늘면서 환경오염과 함께 제주 자연경관을 크게 훼손시키고 있는 데다 농민들에게 불편을 초래하는 주차행위도 성행하고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

실제 지난 11일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 2578-33일대 지역을 확인한 결과 생활 쓰레기 및 건축물 폐기물들이 버려져 있었다.

특히 고사리 철을 맞아 냉장고, 음료수병, 타이어, 비료 포대, 가정용 생활 쓰레기, 건축물 폐기물 등 오름 및 들판, 농로 구석진 곳이나 웅덩이에 버리는 행위가 증가하고 있어 환경오염과 자연경관을 크게 훼손시키고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특히 은다리 오름 주변에는 사고방치 차량도 버려져 있어 행정당국이 강력한 대응책이 있어야 할 것이다.

특히 좁은 도로에 양쪽으로 주차하고 커브길 주차로 통행 흐름에 지장을 주는 얌체 차량으로 인해 운전자들이 시야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교통사고 위험도 도사리고 있다.

농민들은 4월 중순부터 5월 중순까지 밭 정리를 위한 제초작업과 밭갈이 작업해야 하는데, 고사리 채취객들이 밭 입구에 세워둔 차량으로 다음 농사를 위한 밭 정비를 못 하고 돌아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중산간 지역에 노루가 속출하면서 농작물 보호를 위한 노루 망을 설치했는데, 노루 망을 훼손하는 행위 및 몇몇 고사리 채취객들이 지나친 욕심에 농장 울타리 훼손 및 울타리 문을 열고 들어간 뒤 닫지 않는 사례도 있어 말, 소들이 탈출해 도로를 배회하면서 교통사고 위험 및 농민들 마음을 울리고 있다.

고사리 채취를 위하여 노루 망 훼손하는 행위 및 농작물 절도로 인한 피해가 잇따르고 있지만, 인적이 드문 외진 곳의 경작지나 CCTV가 없어 피해를 막기 힘든 실정이다.

따라서 고사리 철에 이것만은 지켜 안전하고 청정한 제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했으면 한다.

첫째는 제주의 청정 환경을 위하여 쓰레기를 아무데나 버리지 말고 지정된 장소에 버리거나 다시 되가져오는 주인 의식을 갖자.

둘째는 안전한 제주를 위하여 커브길 및 좌우로 굽은 도로에 주차 금지 및 차량 흐름에 지장을 주는 불법 주정차를 하지 말고 특히 밭 입구에 주정차하는 일은 없도록 하자.

연락처 없이 밭 입구에 주차된 차들로 농민들이 밭 작업을 할 수 없는 상황 발생 및 농작물 절도 행위 삼가로 농민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해주었으면 한다.

셋째는 고사리 채취를 위하여 노루 망 훼손 및 농장 울타리 훼손을 하지 말고 방목한 소와 말들을 위하여 열고 들어간 울타리는 반드시 닫자.

지역 주민 홍모씨(59·성산읍 오조리)는 "고사리 철에 오름 주변에 가면 채취객들이 버리고 간 생활 쓰레기들로 제주 청정 고사리 이미지를 훼손시키고 있는 것 같다"라며 "쓰레기를 아무 데나 버리지 말고 지정된 장소에 버리거나 다시 되가져오는 선진 의식과 함께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좌·우로 굽은 도로 등에 불법 주차를 하지 말았으면 한다"라고 불편을 토로했다.

결국, 쓰레기를 아무 데나 버리지 말고 지정된 장소에 버리거나 다시 되가져오는 선진 의식과 함께 불법 주차를 근절할 수 있는 관련 기관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올해는 안전 수칙이나 체험요령을 잘 지켜서 봄의 선물인 고사리도 많이 캐고 가족들과 함께 자연을 만끽하는 즐거운 나들이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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