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을 중심으로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360여개의 오름은 제주인의 생활 터전이자 경관 자원으로서의 가치가 매우 높다. 특히 오름의 고유 능선은 제주 미(美)의 으뜸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바람 등을 타고 유입된 잡목 증식과 인위적·무분별한 삼나무 조림 사업으로 고유 능선을 자랑하던 원형이 사라졌다는 목소리가 오래전부터 끊이지 않았다. 제주시 송당리 주민들도 잡목에 훼손된 아부오름의 원형 훼손 문제를 제기했다. 

송당리민의 문제 제기로 제주도사회협약위원회는 지난 3월 오름 원형 기준 마련을 제주도에 권고했다. 능선과 분화구가 드러나는 목초지 형태를 원형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현재처럼 나무가 다 자란 산림을 원형으로 볼 것인지 결정하라는 것이다. 이에 제주도가 그제 '오름 원형보전 및 관리정책 방향 모색 토론회'를 열었지만 참석자 간 의견 차이로 합의점을 찾지 못해 아쉽다. 어쩌면 서로 대립하는 두 개의 안 중 하나를 결정하라는 사회협약위의 권고안 자체가 난센스라 할 것이다.

토론회가 합의점을 찾지 못했지만 오름의 고유한 경관 보존 등 지속 가능한 관리 방안을 찾는 첫걸음이 돼야 한다. 주제 발표자 의견처럼 추가 연구와 주민 의견을 폭 넓게 듣는 공감대 형성의 후속 조치가 필수다. 특히 오름 원형의 기준을 마련하는 합의점 모색보다 40%에 달하는 사유지 매입이 더 중요하다. 오름 관리 조례에 사유지 매입 근거 반영 및 필요한 예산 확보가 원형 결정보다 우선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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