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이 발발한지 올해 75주년을 맞았지만 이름없이 스러져간 호국영령들의 귀환은 여전히 더디기만 하다. 국방부 등에 따르면 전쟁 당시 국군 전사자 약 16만명중 13만여명이 아직도 미수습 상태로 남아 있고, 2000년 이후 유해 발굴사업으로 신원이 확인된 인원은 고작 256명에 불과하다. 유해가 발굴돼도 DNA를 대조할 유가족 정보가 없으면 이름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귀환 없는 발굴'이 지속되는 원인은 유가족 DNA 정보의 부재다.

제주 역시 예외가 아니다. 2150명의 제주 출신 전사자 가운데 101명은 전쟁 직후까지 수습돼 국립묘지에 안장됐지만 이후 신원 확인을 통해 유해가 돌아온 경우는 단 3명뿐이다. 국방부가 파악한 미수습 전사자 2046명중 유가족 DNA를 확보한 사례는 628명에 그친다. 나머지 1418명의 영령은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운명에 놓여 있다. 행정기관이 소극적 홍보에 머무는 한, 영웅들의 귀환도 계속 미뤄질 뿐이다.

미국의 경우 '마지막 한 명까지 고향으로'라는 목표 아래 전사자 유해 발굴 전담조직을 두고 가족 DNA 확보를 위해 적극적인 캠페인과 연례 설명회, 언론홍보, 유가족 우편 키트 제공 등 체계적으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제라도 범정부 차원의 집중 캠페인과 적극적인 유가족 DNA 발굴 노력이 필요하다. 군과 보훈당국, 지자체 등 지역사회 전반이 함께 전방위적 노력을 기울여 국가가 끝까지 책임진다는 신뢰를 만들어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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